오스카 project B
자크 마에스.리서 브라에커르스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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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그림책, 너머의 발견


반달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세계 그림책 작가 시리즈 ‘프로젝트 B'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시리즈가 2023년 봄, 세 번째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왔어요. 


이번에 만나게 될 '세계의 그림책'은 서유럽 벨기에 출신의 그림책 듀오 자크 마에스와 리서 브라에커르스의 <오스카>입니다.


2021년 12월에 고트 출판사를 통해 자크 마에스와 리서 브라에커르스 작가의 <빅토르>가 먼저 소개 됐는데(원서 Viktor, 2018), 이번에 번역된 <오스카>(원서 Oskar. 2016년)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한 아이와 그가 특별히 애정하는 공룡 장난감 '오스카'의 이야기입니다.


오스카는 아주 특별한 장난감 공룡이에요.

내 소중한 친구이지요.

그런데 오스카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나는 오늘 오스카를 찾아 모험을 떠날 거예요!


앞표지 속 아이가 쥐고 있는 저 공룡이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난감 ‘오스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책을 감싸고 있는 겉싸개를 벗겨보면 겉싸개 안쪽에 또 다른 그림이 숨겨져 있습니다. 두 눈을 살포시 감고 있는 아이가 상상의 세계로 떠나기 직전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초록과 주황, 하양의 단출한 색으로 아이와 그를 감싼 세계를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겉싸개부터 스며드는 오스카!)



물풀과 산호초 사이사이로 해양 생물들과 동떨어진 물건들(자전거, 기타, 우산 등)이 보입니다. 면지를 넘기면 아이와 오스카의 알콩달콩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선물를 받은 아이. 선물상자 속에는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공룡 장난감’이 들어 있습니다. 그날부터 ‘오스카’라 이름 붙여준 공룡 장난감은 한순간도 떼놓을 수 없는 아이의 최애 장난감이 됩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에 나왔던 앤디와 카우보이 인형 우디처럼 아이와 ‘오스카’는 언제나 함께 했어요. 같이 카드놀이도 하고 오스카를 어깨 위로 무동도 태워주고, 오스카에게 좋아하는 책도 읽어줬어요. 신나게 해적놀이도 하고 사진으로도 남겨둔 소중한 장난감 ‘오스카’. 그 어떤 글자나 문장도 쓰여있지 않지만 아이가 얼마나 오스카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그림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어요.


속표지에는 욕조 속에 ‘오스카’가 보입니다. 벽에는 아이가 찍은 오스카의 사진도 걸려 있고요. 책장을 넘기면 아이가 장난감들을 가득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속옷만 걸친 아이가 향한 곳은 속표지에서 힌트가 나왔는데요,


바로 욕실이었습니다. 욕조 속에 수 많은 장난감과 함께 풍덩! 빠진 아이의 모습을 보세요. (저 장난감들 목욕 후에 다시 씻고 물 빼서 말리려면...에고고. 엄마감정모드 on. 😑) 그런데 오른쪽 현실 배경과는 다른 색상으로, 정확히 아이가 들어가 있는 욕조에 채워진 물과 동일한 색상의 세상이 왼쪽 페이지에 채워집니다. 아이는 두 눈을 꼬옥 감고 있어요.


두눈을 꼭 감고 물놀이를 즐기던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욕조 속에서 허전함을 느낍니다. 갖고 온 장난감들을 모조리 욕조 밖으로 빼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고서야 뭔가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게 돼요. 네. 바로 최애 장난감 '오스카'가 없다는 것!!!


애정하는 최애 장난감 ‘오스카’의 실종. 이 때부터 아이의 '오스카 찾기 대모험'이 펼쳐집니다. 

아이를 둘러싼 욕조는 같은 형태의 다른 여러 곳으로 변합니다. 작은 연못이나 늪, 큰 항구, 드넓은 바다로 말이죠. 아이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공간 속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스카의 일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오스카가 아니었어요. '모험-구조-실패'가 몇 번 반복되는데 이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물건과 생명체들 속에서 '오스카'를 찾으려 더욱 집중하고 빠져들게 되죠. 악어들이 가득한 연못과 커다랗고 작은 배들이 가득한 항구, 고래들과 잠수함으로 가득한 바다로 까지 공간은 계속 확장됩니다. 

과연 아이가 간절히 찾는 ‘오스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이는 오스카를 무사히 찾아낼 수 있을까요??




밑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아이의 모험에 글도 없어서 이 책 <오스카>를 '아이에게 어떻게 읽어주지?' 당황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아이는 실제로 욕실을 떠난 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초현실적인 상상과 잃어버린 장난감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뒤섞여서 이렇게 독특한 책이 탄생하게 된거죠. 

아이가 '오스카'로 오인했던 물건들이 무엇일지 아이들과 추측해 맞춰볼 수도 있고, 사라진 오스카를 찾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아이를 무심한듯 계속 지켜보고 주위를 서성이는 새의 존재도 의식하고 보면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오스카는 어린이의 상상력에 대한 송가입니다. 결국 이야기 속에서 잃어버린 작은 공룡을 발견하게 되겠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찾는 것을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쭉, 여러분의 삶 속에서 상상력을 찾기를!

발견하고 찾는 것을 멈추지 않기를, 삶 속에서 상상력 찾기가 계속 되기를 바라는' 작가들의 마음과 노력이 담긴 <오스카>.



이 책은 '색상'의 쓰임과 활용 측면에서도 무척이나 의미 있다는 책이라 봅니다. 그래픽 디자인 전공하면서 만난 부부 일러스트레이터 답게 자크와 리서 작가는 그림책 작품을 진행하면서 색상에 무척이나 공을 들인다고 해요. 이 작품 역시 제한된 몇 가지 색만으로 아이가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를 그렸습니다. 초록과 주황, 그리고 하양으로 색이 제한되어 있어서 단조로울 것 같지만, 하나의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것 같은데 조화롭고, 심심할 것 같은데 멋스러운 일러스트! 상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즐거움에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누릴 수 있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는 책인거죠.



세계의 그림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B'에서 이들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그런 특유의 스타일과 독특함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것 같습니다. 미래가 더 기대되고 궁금한 주목할 만한 그림책 작가 '자크 마에스와 리서 브라에커르스', 그리고 그들의 작품 <오스카>를 여러분들도 꼭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 본 서평글은 반달에서 진행한 서평단 'B평가'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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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인생그림책 19
티모테 드 퐁벨 지음, 이렌 보나시나 그림, 최혜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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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인생그림책 시리즈 19번째 책으로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을 출간했습니다.


원서 제목은 Esther Andersen(2021년). 

원서 표지와 우리나라 번역본을 비교해보면 없던 단어가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여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요. 이 책의 배경이 여름이기 때문인듯 한데요, 문학작품 속에서 ‘정열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이 많아지는 계절로 많은 예술 작품에서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그릴 때 시간적 배경을 여름으로 잡는다’는 나무위키 설명과 맞아떨어집니다. 그리고 그 ‘여름’ 앞에 ‘그해’라는 현재 진행 중인 지금도, 다가올 미래도 아닌 ‘그해’라는 과거 특정 시점이 제시됩니다.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은 그렇게 각각의 독자가 경험했을 그 때 그 시절로 우리를 회귀시키죠.


책표지의 글자는 여름의 강렬한 햇살로 종이색이 바래듯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조금 흐려졌지만 그래도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때 그 시절 애틋했던 그 이름 ‘에스더 앤더슨’. 



표지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빨간 자전거를 타고있는 한 소년이 보입니다. 구불구불 굽어진 길 위에서 무엇을 마주할지 모르지만, 아이는 어떤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열심히 페달을 굴리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달콤한 느낌의 커스타드색 면지를 넘기면 산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들판을 달리는 기차가 전면에 펼쳐지고 속표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돼요.


방학이었다.

첫 문장입니다. 다른 어떤 설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차를 탄 소년 ‘나’의 뒷모습과 저 문장 하나로 우리도 과거 우리 경험한 ‘방학’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과거형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있는 한 소년 '나'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기차 검표원 아저씨에게는 ‘꼬마 청년’이라 불리는, 방학을 맞이한 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안젤로 삼촌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로 향합니다. 여름방학마다 내려왔던 이 곳에서 아이는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주인공 소년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아서 우리는 더 쉽게 주인공 ‘나’의 감정에 이입됩니다.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방학마다 내려오던, 그래서 특별할 게 없을거라 예상했던 그곳에서 그동안 존재를 알지 못했던 ‘바다’를 마주했고 ‘그해 여름’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나게 됩니다.


삼촌이 빌려준 빨간 자전거 장면을 통해 주인공 '나'의 육체적 성장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집으로 천천히 돌아가려고 저녁까지 자전거 일주를 하는 여름날이 좋았다.

집으로 단번에 질러가는 지름길이 아닌 천천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 자전거 일주를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사춘기 시절 제 모습도 겹쳐졌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했던 그 비밀스런 마음이요.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으로 여름방학을 보내던 주인공 '나'는 우연히 바다를 만납니다. 그동안 안젤로 삼촌네를 방학마다 내려왔지만 바다까지 와 본 건 처음이었던거죠. 그렇게 오롯이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된 아이는 운명처럼 그 사람을 만납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이름 "에스더 앤더슨"을요.



열병처럼 찾아온 '에스더 앤더슨'을 주인공인 '나'는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요?

그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해 여름은 '나'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있을까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학가 티모테 드 퐁벨의 시적인 글과, 장자크 상페의 라인드로잉이 생각나는 이렌 보나시나의 서정적인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커다란 판형이 펼쳐지면서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책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주인공에 공감하고, 어른들은 그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거예요.



📌 본 서평글은 길벗어린이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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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거인 project B
라울 니에토 구리디 지음, 이숙진 옮김 / 반달(킨더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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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을 법한 어마어마한 이름, Project B! 

반달 출판사가 시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뜻으로, 국내 창작 작품들을 선보였던 side A를 넘어 세계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는- 또 다른 면인 side B를 보여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요.



세계의 그림책, 너머의 발견이라는 Project B 시리즈의 첫 책은 스페인 세비야 출신의 그림책 작가 라울 니에토 구리디의 <어마어마한 거인>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글자와 읽기도 버거운 막대한 숫자들, 거대한 거인의 모습들로 독자들에게 '어마어마한 거인'의 존재를 계속 어필하다가 마지막으로 슬며시 거인의 '신기한 점'을 이야기해줍니다. 앞선 페이지들과는 상반되게 새끼손톱보다 더 작은 글자로 오밀조밀하게 쓰여 있는데, 이 페이지에서는 화자의 음성이 자동 지원되는 듯 갑자기 볼륨이 확 줄어든 것처럼 느껴져요.


그리고 펼쳐지는 거인의 존재감!! 페이지를 넘겨야만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인의 거대함. 접혀진 그림을 펼쳐지는 방식이 아니라 책장을 넘김으로써 깨닫게 되는 거대함이라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었답니다.



글과 그림, 타이포그래피까지 작가 구리디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 바로 <어마어마한 거인>입니다. 이야기는 놀랄만큼 단순하지만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어마어마함은 그림책이기 때문에 표현될 수 있는 방식들이죠. 어마어마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활자 크기, 모든 사물들을 미니어처화 하는 거인의 형상, 특히 페이지를 넘겨 거인의 크기를 가늠하게 하는 장면까지! 그림책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부분들입니다. 그림을 펼쳤을 때의 시각적 몰입감, 거인을 나타낸 질감과 그림들의 색감,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작품입니다.




Project B의 첫 책으로 <어마어마한 거인>을 선택한 이유는 그림책에 담긴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어서가 아닐까 해요. 글이나 그림,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면에서 놀라움이 '발견'되는 작품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게 해주겠다, 발견하는기쁨을 주겠다는 의지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듯 합니다.

 

 

그 어떤 책보다 흥미롭고,따스하며 놀라운 'PROJECT B' 시리즈 첫번째 책, <어마어마한 거인>. 여러분도 그 매력이 푹 빠져보셨으면 합니다.




*본 서평글은 반달에서 진행한 서평단 'B평가'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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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이야기
입 스팡 올센 지음, 황덕령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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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국내 그림책 팬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집니다. 바로 아동문학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이수지 작가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수상한 것이죠. 안데르센상은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 작가(1956년부터), 그림 작가(1966년부터)를 2년마다 한 명씩 선정해 주어지는데 그간의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모리스 센닥, 유타 바우어, 토미 웅거러, 앤서니 브라운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들의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우리나라 이수지 작가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올라와 있는 걸 보면 정말 자랑스러운데요, 딱 50년 전인 1972년에는 덴마크 출신의 이 작가가 수상자였습니다. 바로 <빗방울 이야기>를 탄생시킨 '입 스팡 올센(Ib Spang Olsen)' 작가입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덴마크에서는 '국민작가'라 불리는 입 스팡 올센의 <빗방울 이야기>가 진선출판사의 어린이책 브랜드 ‘진선아이’를 통해 2022년 10월 번역 출간됐습니다.  


진선아이 출판사에서 입 스팡 올센 작가의 대표작들을 2020년부터 연이어 번역출간하고 있는데 <달님과 소년>, <꼬마 기관차>에 이어 <빗방울 이야기>도 우리말로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Regnen>. 덴마크어로 '비'라는 뜻을 갖고 있고 1963년에 출간된 저보다 더 나이가 많은 그림책이네요. 덴마크판 원서 표지와 국내판 <빗방울 이야기> 표지가 다르죠? 찾아보니까 원서의 속표지가 국내판 표지로 쓰였습니다.



상단의 까만 먹구름에서는 비가 떨어지고 있고 하단에는 빨간 비옷을 입은 아이가 서 있습니다. 제목인 <빗방울 이야기>가 비구름과 아이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후가공 박을 입혀 한글자 한글자가 무지개색으로 반짝입니다. 아이는 장화를 신고 있고 페파피그처럼 물웅덩이 한가운데 있는데, 아이의 시선이 위를 향하고 있죠? 



앞면지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우측 상단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요, 앞표지 속 아이가 고개를 들어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것이 먹구름 속 '빗방울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빗방울들을 보세요. 빗방울 하나하나 각기 다른 모습, 다른 표정입니다. 마치 사람처럼 의인화 되어 구름 속에서 번지 점프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속표지를 넘기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앞표지의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인 샬롯이 창가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는지 아이들이 우의와 장화를 착용하고 물웅덩이에서 신나게 발을 구르고 있어요. 나무에도, 지붕에도,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끝에도 '툭툭' 빗방울이 떨어지고 샬롯이 있는 유리창에도 아이의 안경에도 '톡톡' 빗방울이 부딪혀 소리가 나요.


안경 쓴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비오는 날 안경알에 빗방울이 튀면 시야가 흐려지죠. 샬롯이 안경을 벗고 빗방울을 닦으려는데 자세히 보니 신기하게 생긴 꼬마 빗방울 둘이 ‘짠’하고 나타납니다.


안경을 쓴 빗방울 ‘톡톡이’와 툭툭이의 사촌 ‘툭툭이’입니다. 두 팔과 다리도 있고 머리카락도 있는 빗방울이에요. 정말 귀엽죠? 늘 함께 여행을 한다는 톡톡이와 툭툭이는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자신들의 여행을 샬롯에게 전해줍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과학적 지식이 가득 포함되어 있어요. 마치 자연관찰책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햇빛이 비추면 가벼워져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된다거나 하늘 높이 올라가면 온도가 낮아 다시 무거워지고 물방울이 된다는 것, 톡톡이와 툭툭이가 다른 친척(물방울)들과 모여 ‘구름’이 만들어 진다는 과학상식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게 쉽게 글과 그림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빗방울의 입장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과정을 빗방울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부분도 꽤 흥미롭습니다. 톡톡이와 툭툭이는 하늘에서 떨어질 때 즐거운 일이 정말 많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곳에 가 볼 수도 있고, 사람들이 갑작스런 비를 마주했을 때 허둥지둥 하는 모습도 재미있다고 이야기하죠. 





무더운 날에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는 시커먼 먹구름, 우르릉우르릉 소리내며 흩뿌리는 소나기, 우르릉 쾅 천둥과 번개. 모두 비와 관련된 현상들이고 이 모든 걸 빗방울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놓았어요.


특히 비를 보며 모든 사람이 항상 반겨 주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곡식을 거두거나 옷을 말릴 때,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을 때는 비를 보며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땅이 메마르거나 먼지가 많고 공기가 안 좋을 때는 또 아주 많이 반가워한다고 이야기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풀어낸 입 스팡 올센 작가님의 통찰력에 감탄했어요.


빗방울 톡톡이와 툭툭이가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그 모습은 다채롭습니다. 안개나 소나기, 우박과 눈, 수증기 같이 계속해서 변화되는 ‘물의 상변화’를 그림으로 파악할 수 있고, 물받이 홈통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나 우산이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도 상상할 수 있게끔 그려냈어요. 빗방울이 떨어질 때 벌레들과 진딧물의 행동, 땅 속 나무뿌리와 두더지, 지렁이의 반응까지!!! 입 스팡 올센 작가가 비 오는 날을 얼마나 세심히 관찰하고 탐구했는지를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자연 속에서 특별함을 잡아낸 <빗방울 이야기>는 반백년을 뛰어넘어 2022년에도 여전히 우리를 매혹시키고 놀라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즐겁게 자연을 알아가길 바랬던 작가의 바람이 이 책 <빗방울 이야기>에 담겨 있는데요, 여러분도 아이들과 함께 이 책 펼쳐보시며 거장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 본 서평글은 진선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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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없어 그림책은 내 친구 68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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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 '제이 그림책 포럼'. 이곳에는 다양한 책읽기 소모임들이 있답니다. 그중 <유럽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북클럽 '유그작 사부작'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달의 작가가 이 책에 두 번째로 소개된 '키티 크라우더' 작가였어요.




키티 크라우더 작가는 '상상을 만드는 질문'이란 주제로 인터뷰를 이어갔는데, <유럽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에 소개된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작품들을 보다가 <Moi et Rien>와 <La visite de petite mort>, <Le petit homme et dieu>가 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아서 무척 아쉬워 했답니다. 

2016년 출간된 <유럽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안에서 원서로 소개된 <메두사 엄마>나 <포카와 민> 시리즈가 그사이 국내에서 우리말로 번역된 터라 다른 책도 언젠가 번역되겠지 기대감을 갖던 차에 '유그작 사부작' 클럽장 슬책님의 발빠른 정보력 덕분에 논장에서 <Moi en Rien>이 나오게 된 걸 알게 됐고 운이 좋게 서평단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슬책님, 논장 출판사 관계자님 감사해요!)





뒤표지를 보시면 파란 꽃이 피어 있고 나무 사이로 눈사람 같은 캐릭터가 하나 보입니다.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글이 적혀 있어요. 


"다른 아이들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없어와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없어’랑 '함께 있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원서에 등장하는 Rien(없어)의 의미를 찾아보면 '아무것도, 무'라고 나옵니다. 

작가 키티 크라우더는 <나와 없어> 이야기를 쓰고 이틀 만에 스케치를 했다고 해요. 처음에는 무를 의미하는 ‘Rien’으로 말장난을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유럽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안의 인터뷰에서 말한것 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주인공들이었고 그렇게 이 그림책이 만들어 졌데요.

아이들과 까꿍 놀이를 할 때, '없다'와 '보이지 않다'가 같은 의미로 쓰이잖아요. <나와 없어> 속에 '없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만 보이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처음 <나와 없어> 앞표지 그림을 봤을 땐 사람 혼자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주인공 ‘나’가 오버핏 자켓을 걸치고 어색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한 후에 다시 표지를 보니 저도 주인공 나( 라일라)처럼 ‘없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키티 크라우더 작가에게 형이 자살한 친구가 있었데요. 형의 죽음으로 공허함을 느끼는 친구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해요. 2015년 작 <La visite de petite mort>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입장을 다루었다면, 2000년에 출간된 <Moi et Rien(나와 없어)>는 죽음의 결과적 측면, 죽음 이후 남은 이들의 삶과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나와 없어>에서는 엄마를 떠나보낸 아이와 아빠 모두 큰 아픔을 겪습니다. 특히 아이는 아빠와의 소통 단절과 엄마의 부재로 더욱 더 괴로워합니다. 외로움에 아이는 아버지의 재킷을 입고 아버지의 온기를 느끼려 하고,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맑은 날에도 장화를 꺼내 신어요. 표지 그림의 오버핏 자켓이 다 사연이 있었던 거였어요.


"왜 나는 엄마와 함께

하늘나라로 떠나지 않았을까요?"


가족의 죽음 이후 슬픔에 빠진 남은 이들의 마음이 저 문장에 다 담겨 있습니다. 아이 뿐만 아니라 아빠 역시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근근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이의 외로움, 상실감은 전혀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야기 속 '창살이 쳐져 있는 버려진 정원'은 누구의 접근도, 위로도 통하지 않는 상실감에 빠진 아이와 아버지의 마음 같습니다.



이 아픔을과 상실감을 치료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떠나간 이와 함께 한 추억입니다. 아빠가 엄마와의 추억들과 물건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때, 아이는 헛간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히말라야푸른양귀비’ 꽃씨를 발견합니다. 엄마가 히말라야에 간 모습을 상상하는 라일라의 모습에서 영혼이 되어 가는 저 너머의 세상을 떠올렸던 건 저 뿐이었을까요? 


그리고 무력했던 ‘나’는 혼자서 ‘없어’가 남긴 말,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를 버려진 정원에 '히말라야푸른양귀비' 꽃씨를 심으며 실현시킵니다. 


황량했던 정원은 엄마가 좋아하던 히말라야푸른양귀비꽃으로 다시 생기를 되찾습니다. 엄마와의 추억이 상실의 아픔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속하게 하는 에너지가 된 것이죠. 아이에게도, 아빠에게도 말입니다. 히말라야푸른양귀비꽃은 아빠와 나의 소통 회복과 엄마 영혼의 귀환이었습니다.



색을 다채롭게 쓰기로 유명한 키티 크라우더 작가가 이 책 <나와 없어>에는 유난히 흰색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지만 모든 색을 넣을 수 있는 '흰 색'이 쓰인 이유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없어’와 ‘흰색’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부재는 백지처럼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떠나간 이를 기리며 떠올리다보면 삶 속에서 그 빈 공간도 다시 채워지잖아요. 빈 정원에 파란꽃을 피어난것 처럼,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흰색이 다시 다채로운 색상으로 채워질 가능성! 그렇게 삶이 채워지고 이어지는 것을 키티 크라우더 작가가 색을 통해 표현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나와 없어>에 사용된 글꼴이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수동 타자기에서 찍혀 나온듯한 글자체인데, 덤덤하게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말하는 ‘나’의 이야기와 저 글자체가 참 잘 어울린답니다.



남은 자들의 아픔과 상실, 회복 과정이 아이의 시점에서 담백하게 녹아있는 <나와 없어>. 

담은 이야기도, 그림도… 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확인할 때의 놀라움까지..!!

20년이 훨쩍 넘은 작품이지만 (2000년작, 한글 번역판이 2022년) ‘역시 키티 크라우더 작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책이었어요.


키티 크라우더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본 서평글은 논장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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