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잠에게
박새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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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고, 대문호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잠은 세상의 모든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고 했는데 수면 부족, 수면장애, 불면증 등으로 ‘잠의 기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을 찾아 삼만리'를 한답니다.




산들바람이 부는 광활한 목초지에 민들레 홀씨가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습니다. 표지 중앙에는 민들레 홀씨 위에 까만 존재감을 뽑내며 주인공이 누워 있어요. 얼핏 보면 쉼표(,) 처럼 보이는 이 캐릭터는 눈을 살포시 감고 있는데 무척이나 평온해 보입니다.



책을 펼치면 가로로 긴 그림이 막힌 데 없이 넓고 탁 트인 공간을 드러냅니다. 아름다운 그림 위로 제목인 <오늘의 잠에게>라는 글자와 주인공 ‘까만 존재’에만 특별히 투명 잉크가 덧입혀져 돌출되어 반짝 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앞뒤 면지에는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앞면지에는 이 책을 쓰고 그린 박새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이 자리잡고 있고 뒷면지에는 판권 정보가 우주의 성단, 은하의 모습처럼 물결치듯 수록되어 있어요. 가로 세로 반듯한 일렬정렬이 아니라 더 매력적입니다. 💕





이야기는 '잠'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잠자리 '침대’가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속표지 속 침대는 비어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이 침대의 주인이자 화자인 아이가 한 명 등장해요. 침실에 난 창밖으로는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고 있고 아이는 인사해요. "안녕, 잠!"이라고요. 침대에 누워 있지만 아직 잠이 오지 않는지 아이는 잠에게 말을 겁니다.


'잠(너)'은 매일 밤마다 우리를 찾아오고, 어둠이 오는 길을 따라 달리며 깨어있는 모든 것들을 재운다고요. 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물론이고 황새도, 지렁이도, 굴뚝 위에 앉은 고양이도 예외없이 잠든데요.

손에는 반짝이는 지팡이를 쥐고 세상에 모두에게 잠을 선사하는 캐릭터 '잠'을 보면서 윌리엄 조이스의 <가디언즈와 잠의 요정 샌드맨>에 등장하는 '잠의 요정 샌드맨'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꿈모래를 뿌려 악몽으로부터 지구 어린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샌드맨과 반짝이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잠을 선사하는 캐릭터 '잠'.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만큼 캐릭터 설정도 재미있고 그 모습도 무척 사랑스러워요~💕



자신의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던 '잠'은 잠든 고양이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불현듯 놀라고 마는데요! 다른 존재들을 다 재우고 다니지만 정작 자신은 잠들지 못함을 깨닫게 된 것이죠. 어떻게 자는 것인지, 잠들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잠’이 물어보려고 다가가는 순간 상대는 zZZ 잠들고 말아요. 물어보고 싶은데 물을 수 있는 존재가, 가르쳐줄 대상이 없습니다.


이때부터 ‘잠’의 ‘잠에 대한’ 노력, 도전, 집착이 진행됩니다. 두 팔을 몸통에 딱 붙이고 같은 자세로 잠을 청합니다. 잠은 보송보송한 병아리 떼 위에도, 푹신한 산타 수염 위에도, 빵빵한 쓰레기 봉투 위에도, 평평한 게르 위에도 누워봅니다. 바오밥 나무 꼭대기, 열기구 위, 왕의 침대 위나 매운 연기 위도 도전합니다. 자장가를 듣거나 명상을 해보기도, 잠자는 최적의 온도를 찾기 위해 아마존강의 따뜻한 물결 위에도, 시베리아의 찬 바람 위에도 자신을 뉘입니다.



모두가 잠든 밤, 다른 이들의 잠을 책임지는 자신만 잠들지 못해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결국 세상 한 바퀴를 돌고 지친 몸으로 잠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남들은 다 재워도 자신은 재울 수 없었던 ‘잠’은 과연 잠들 수 있었을까요? 이야기의 어떻게 끝날까요??

박새한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잠’을 단순하면서도 귀엽게 형상화 했습니다. 그리고 잠드는 순간, 그 과정을 위트있고 공감되게 담았어요. '기차가 달리는 소리'라는 표현과 그 그림에서 많이 공감했고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아이도 책 다 읽고 나서 다시 넘겨 찾아보게 됩니다. 첫 장면에서 말똥말똥했던 아이의 눈은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겨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그림 찾기'를 해볼 수 있어요. '그믐달'이 마지막 아이의 방 장면에서도 등장합니다. 별이 총총했던 밤하늘이 그믐달이 뜰 시간까지 지났다는 거겠죠. 아이 머리맡에 하얀 덩어리는 흰 고양이 였고 그 고양이도 아이와 함께 '새근새근' 잠듭니다. 액자 속 그림도 달라져 있는데요, 처음 아이 방의 풍경 속 액자에는 민들레 홀씨가 담겼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액자에 꽃 한송이가 펴 있습니다.

멋지게 쓰인 장문의 장도, 화려한 선율이 그려진 악보에도 '쉼표'는 꼭 들어 있지요. 우리 삶에서의 쉼표는 바로 잠일 것입니다. 잠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체력적, 정신적 힘을 얻고 잠이 행복을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박새한 작가님은 책뒤표지에 "안녕, 잠! 고마웠어" 라는 글을 남기셨나봐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살며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중인 박새한 작가의 그림책은 <아빠 풍선>에 이번 <오늘의 잠에게>가 두번째 책입니다. 더 특별한 것은 프랑스와 한국 두 출판사에서 2024년에 동시에 출간됐다고 해요. 참고로 프랑스판 제목은 <Coucou Sommeil>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박새한 작가는 모양자를 이용해 잉크로 선을 그리고 선명하지만 부드럽게 번지는 마커로 색을 올렸습니다. 박새한 작가님만의 동글동글 프레임, 그림 속에서 소소한 이야기와 디테일, 단순함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가로가 긴 판형을 이용해 시원하게 펼쳐지는 멋진 하늘빛과 지평선, 다채로운 풍경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화자인 아이가 '오늘의 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지막 한 마디를 <오늘의 잠에게> 그림책을 통해 꼭 확인해보세요~! 😊




*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가 진행한 그림책서포터즈 뭉끄 3기에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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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
군타 슈닙케 지음, 안나 바이바레 그림, 박여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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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곱게 차려입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이네스’ 인데요, 책제목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를 곧 외칠 예정입니다. 과연 누굴 만나 저 말을 건낼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이 책의 글을 쓴 군타 슈닙케(Gunta Šnipke) 작가와 그림을 그린 안나 바이바레(Anna Vaivare) 작가 모두 라트비아에서 ‘건축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글 작가 군타 슈닙케는 리예파야(Liepaja)를 거점으로 도시 경관 개발에 참여하거나 건축 관련 기사와 평론을 쓰면서 시와 희곡 작업도 하고 그림작가인 안나 바이바레 역시 건축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네요. 두 작가가 모두 ‘건축가’임을 알고 제목을 다시 본다면, '문을 두드리고 집 지으러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유추 가능합니다. 바로~ 건축사 사무실이겠지요?!




이네스가 검은 머리에 까만 뿔테 안경을 쓴 인물과 인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네스는 처음 만난 건축가에게 대뜸 이런 말을 던집니다.


건축가는 일하기 참 쉽겠어요. 그냥 집만 쓱쓱 그리면 되잖아요?

집 짓기를 의뢰하기 위해 건축가를 찾은 예비 건축주 이네스. 건축가에게 이네스는 '갑 오브 더 갑'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위해 일할 건축가에게 대뜸 '일하기 참 쉽겠다'고 말하다니... 이네스는 ‘집 짓는 일, 건축’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잘 모르니까 건축가 앞에서 저렇게 용감하게 이야기하는 거겠지요?

다행히 검은 옷을 입은 건축가는 이런 무례한 건축주를 만나는 것이 처음은 아닌가 봅니다.


이네스는 그러니까 지금 바로 자기 집을 그려달라고 했어요.

이네스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군요.

이네스는 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뿅 하고 나타나는 줄 아나 봐요.


'집을 짓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모르는 것은 집을 처음 지어보는 이네스나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나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집 외관이나 조경, 인테리어 등이 스케치 한 번에 뚝딱 완성될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베테랑 건축가(그림책 속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인 책 속 화자는 건축을 쉽게 보는 이네스의 생각을 바로 잡습니다. 끝없는 질문을 통해서요.


우선 집을 지을 위치(언덕 위,바다)과 주재료(통나무, 흙집, 벽돌)를 묻습니다. 첫 질문부터 이네스는 대답이 막힙니다. 지금부터 생각해 볼 것이라고 답하죠. 하지만 건축가는 이네스 같은 건축주를 많이 만났나 봅니다. 답을 주저하는 이네스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질문들을 이어갑니다.

집에 혼자 살 것인지, 남편과 사는지, 친척이 더 있는지, 일년내내 머무는지, 여름이나 특정 시즌에만 머무는 별장인지, 게스트 룸은 몇 개나 필요한지… 이네스가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질문들이었죠. 그러면서 질문은 더욱 세밀해집니다. 저녁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그 취미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지, 반려동물에 대한 물음도 빠지지 않지요.

건축가의 끝없는 물음에 머뭇거리던 이네스는 약간의 반발심이 인 듯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

집을 짓는 데 정말로 이 모든 걸 알아야 하나요?


이에 당연하다고 맞받아치며 건축가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고 이네스가 상상하던 집은 커지고 커져서 4쪽 펼침화면에 겨우 다 들어갈 정도가 되었어요. 😐



거대한 집 평면도를 마주한 후에야 이네스 스스로가 자신이 집에서 진정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건축가의 물음을 통해 이네스가 현실적인 깨달음을 얻은거죠. 마치 상대가 잘 모르는 것을 자각하도록 하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산파술) 같았다고 할까요.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는 집 짓는 일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하는것 같지만 이네스의 집 짓는 이야기는 단순히 ‘집’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해서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 어떤 사람과 만나서 어떤 결혼생활을 이어갈 것이냐, 더 크게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 갈 것인가로 뻗어갈 수 있습니다.

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뿅 하고 지어지지 않는 것처럼 꿈이나 인생도 단번에 '짠'하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건축가가 쉼없이 던지는 질문의 요지는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이고 ‘본인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 입니다. 건축가가 사람과 사물사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연상하며 집을 짓는 과정은 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찾는 과정과 같아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옮긴이 박여원님도 이 책 마지막 이와 관련된 글을 남겼습니다.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 가는 과정이었을 거예요.


두 건축가가 직접 쓰고 그린 내 집 짓기와 건축에 관한 흥미롭고 유익한 그림책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 알찬 내용이 가득한 독후 활동지도 초판 한정으로 독자들에게 선물 드리니까 놓치지 말고 꼭 누리세요!!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래아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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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책이야! - 2024 개정 초등 1-2 국어 국정교과서 수록 도서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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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이렇게 묻죠.

"왜 꼭 책이어야 해요? 책이랑 동영상이랑 뭐가 달라요? 스토리는 똑같잖아요."

화려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영상매체보다 책이 더 좋은 이유를 뭐라고 설명하시겠어요?


사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책을 보든 영상을 보든 아이는 똑같이 '보는' 행위를 하지만 이후 펼쳐지는 사고의 확장, 상상의 세계는 확연히 차이가 나죠. 단순히 주어진 영상 속에 갇혀버리느냐,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상상해서 나만의 세계를 가지냐의 차이 아닐까요?


이런 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에 대해 이야기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칼데콧 아너상,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뉴욕타임즈 최고의 그림책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레인 스미스 작가의 <그래, 책이야!>입니다.



원제는 <IT’S A BOOK>으로 2010년에 출간됐고, 국내판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그래, 책이야!>라는 제목으로 2011년 번역 출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2010년에는 IT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확산되며 새로운 모바일 미디어들이 각광을 받던 시기였지요. 디지털 언론들이 호황을 맞았었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손에 책보다는 작은 스마트폰들이 쥐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손안에 작은 세상’에 열광하기 시작한 그때, 작가 레인 스미스는 뉴미디어 시대에도 살아남을 '책'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그래, 책이야!> 속에는 단 세 개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날렵하고 예민해보이는 동키와 동글동글 유순해 보이는 몽키, 그리고 감초같이 등장하는 작고 귀여운 마우스. 단순하고 귀여운 이 캐릭터들이 독자들에게 ‘책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죠.


빨간 의자를 마주한 메인 캐릭터 둘이 등장합니다. 우리 아이들처럼 디지털 기계에 더 친숙한 동키와 책을 읽고 있는 몽키입니다. 노트북을 손에 든 동키는 책을 가리키며 독서 중인 몽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책에 관심 있어 보이죠?


몽키는 책에 대해 궁금한 것이 꽤 많습니다. 스크롤은 어떻게 하는지, 블로그를 할 수 있는지, 마우스는 어디 있으며 게임이나 트위터는 할 수 있는지, 메일은 보낼 수 있는지? 음악 재생은되는지 말이죠.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하나 하나 설명하기 답답해진 몽키는 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여줍니다. 그러자 동키는 글자가 왜 이렇게 많으냐며 컴퓨터 문자를 조합해 만든 그림 기호인 이모티콘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버리죠. 이렇게요.



우리말도 줄이고 글자도 이미지화해서 표현하며 드라마도 영화도 유튜브에서 요약 동영상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아서 웃픈 장면이었어요.

동키는 계속해서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렇게 책에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끝없이 질문을 하던 동키는 어느새 책에 빠져듭니다. 두 페이지에 펼쳐진-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 뽑는 부분입니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부터 5시 30분이 지난 시간까지... 장시간 5시간 이상을 책 속에 빠져 ‘몰입’하는 동키의 모습이에요.

비밀번호도, 별명(닉네임)도, 충전도 없이도 긴 시간 몰입할 수 있는 책! 저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책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뉴미디어가 무조건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전통적인 독서가 필요하고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두껍고 견고한 표지를 펼쳐 책 장을 넘기고 조용히 책 속에 빠져들며 몰입하는 독서를 통해 아이는 특별한 기계 없이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세상 말입니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유머러스한 진행, 진지한 주제로 채워진 2011년 책 <그래, 책이야!>. 판권면을 유심히 찾아보니 2024년에 18쇄를 찍었더군요. 출간된지 10여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를, 사람들이 이 책을 찾는 까닭을 여러분도 꼭 찾으셨으면 합니다. 책을 펼쳐서 말이죠~💕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가 진행한 그림책서포터즈 뭉끄3기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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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자크 마에스.리서 브라에커르스 지음, 정유정 옮김 / 고트(goat)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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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지의 의미를 깨닫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으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 자크&리서 작가님들 특유의 제한된 색상 사용은 이 책에서도 이어지네요.
좋은책 번역 출간해주셔서 고마워요, 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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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송 미래그림책 189
마리오 라모스 그림, 라스칼 글,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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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스스로 더 나은 존재로 변하게 만드는 '관계'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벨기에 출신 두 작가 라스칼이 글을 쓰고 마리오 라모스가 그림을 그린 <오르송>.



원서는 1993년 l'ecole des loisirs(PASTEL) 출판사에서 <Orson>이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국내에는 2005에 미래M&B출판사에서 나왔다가 2024년 표지 디자인과 본문 속 글자체를 바꾸고 문단 정렬을 정돈해 개정판이 출시됐습니다. 하루에도 새로운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옛 그림책이 다시 출간되는 이유는 세월이 지나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좋은 책이라는 거겠지요!


책 판권면에는 두 작가님들의 헌사와 함께 “나는 햇빛으로부터 널 지키고, 너는 지루함에서 날 구해 줄 거야”라는 부룬디 자장가의 일부가 적혀 있습는데, 이 책의 내용과 이어지는 점이 있어요. '나는 너를 지키고, 너는 날 구해주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 지금 시작됩니다.



호숫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저 불곰이 바로 오르송입니다. 숲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오르송을 숲 속 모든 동물들이 무서워한데요. 이 사태의 시작은 ‘숨바꼭질’ 입니다. 술래여서 눈을 가리고 있던 오르송이 체급차이를 인식 못하고 작고 여린 산토끼와 거북이를 숨 막히게 꽉 잡고 붉은 사슴의 뿔을 뚝 부러뜨려요. 눈을 가리고 놀이를 하던 중에 벌어진 의도하지 않은 사고였지만, 당한 동물 친구들은 자연스레 오르송을 피합니다.

이후 외톨이가 된 오르송은 괴로움과 슬픔에 빠지죠. 저 표정을 보세요.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오르송은 그저 술래잡기에 집중했을 뿐이고 두 눈이 가려져 있어서 열심히 술래의 본분을 다했을 잡았을 뿐인데 말이죠.

불행 중 다행인지 이 상황을 잊을 수 있는 연례행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르송은 곰이잖아요. 자연의 순리에 따라 겨울잠을 자러 가야 합니다. 긴 잠을 자고 나면 모두가 모든 것을 잊게 될 거라 생각해요. 오르송은 정면 돌파가 아닌 회피, 우회를 택한 거죠.

그렇게 다시 찾아온 봄. 긴 잠에서 깨어난 오르송은 기대에 차 동굴 밖으로 나왔지만 바뀐 건 없었어요. 키는 여전히 2미터가 넘었고, 비좁고 지저분한 동굴도 겨울잠을 자기 전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오르송의 집 앞 큰 참나무 아래 헝겊으로 만든 아기 곰(=곰 인형)이 앉아 있습니다. 낯선 존재를 향해 오르송은 이렇게 외쳐요.


내 집 앞에서 뭐 하는 거야? 내가 누구인지 몰라?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오르송이란 말이야.

오르송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입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하고 피하는 존재. 하지만 사실 낯선 존재를 만나 무섭고 떨렸던 건 오르송 자신이 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덩치는 커다랗지만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가진 불곰 오르송. 그러니 대놓고 자신의 악명을 큰 소리로 떠벌이며 아기 곰(=곰 인형) 너도 얼른 피라하고 엄포를 놓은 거죠.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 집으로 돌아가. 난 아무도 필요 없어!


마음을 닫고 사는 오르송의 외침입니다. 아무도 필요 없다고요. 어린 아이들이 토라져서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할 때같아 보이죠. '나 사실 좀 외로워. 가지 말아줘. 난 네가 필요해.'로 들리는건 저 뿐일까요??!!!


다행히 곰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니 밤이 찾아와도 아기 곰(=곰 인형)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자신을 보고 피하지 않는 곰 인형을 보며 그제야 오르송은 안심합니다. 그리고 다가가 말하죠.


아갸야, 누군가 너를 잊었구나! 나처럼 말이야!

내가 보살펴 줄게. 어쨌든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누군가에게 잊혀 졌다는,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 오르송은 그 누구보다 아기 곰의 마음에 공감하고 먼저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동거동락이 시작되죠. 자신의 옆에 있어 주는 아기 곰(곰인형) 덕분에 오르송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쉴 새 없이 아기 곰에게 말을 걸고 넓은 호수에서 물놀이나 낚시도 하고 풀밭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오르송과 아기 곰(곰 인형)이 함께하는 모습을 본 숲속 동물들온 모두 놀랍니다. 덩치 크고 난폭하기로 악명 높은 불곰 오르송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과 그 오르송이 행복해 보인다는 것에서요. 자신들에게는 무지막지하게 힘만 세고, 덩치만 큰 곰이었는데, 아기 곰에게 다정다감하게 말을 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오르송의 모습은 자신들의 편견을 흔드는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계절이 지나 가을이 되어서도 아기 곰(곰 인형)의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오르송이 아무리 애정을 주어도 곰인형에게 생명을 줄 수는 없었으니까요. 겨울잠을 잘 시간이 다가오자 오르송은 결심합니다. 아기 곰을 아홉 달 전에 만났던 그 자리에 다시 데려다주기로요. 그리고 울먹이며 겨울잠에 들어가죠. 그런데!!!! (두둥!)




어쩌면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싫어하는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아요. 속 시원한 닫힌 엔딩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가능성과 스토리가 가능한 ‘열린 결말’이거든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불곰 오르송 표정이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표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과연 곰인형(아기 곰)과 오르송은 어떻게 됐을까요?? 꼭 책을 읽고 확인해보세요~!!!

불곰 오르송은 나쁜 곰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덩치 크고 힘이 세고 난폭하다고 말이죠. 오르송이 숲속 동물들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친구들이 다치게 됐고 외톨이가 됩니다. 오르송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갔죠.

살아가면서 제일 힘든 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 생각합니다.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좋은 사이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갈등과 오해로 오르송처럼 마음에 상처입고 흔들릴 때도 많아요.

그런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 또한 '또 다른 관계' 일 수 있습니다. 정서적 교류도 경험을 통해 학습되기도 하고, 좋은 관계가 다른 이와의 관계 맺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든요. 사랑의 온기가 내 안에 차고 넘쳐야 흐르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듯, 스스로를 돌보고 여유를 찾으며 긍정적인 관계가 확대댈 수 있는거죠.


오르송이 행복해 보였다는 숲속 동물들의 증언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오르송의 변화된 모습이였고 또 다른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관계, 사랑, 자존감, 행복... 많은 키워드를 떠올리게 되는 <오르송>.

개정되어 새로운 표지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이 책을 놓치지 말고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래아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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