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송 미래그림책 189
마리오 라모스 그림, 라스칼 글,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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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스스로 더 나은 존재로 변하게 만드는 '관계'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벨기에 출신 두 작가 라스칼이 글을 쓰고 마리오 라모스가 그림을 그린 <오르송>.



원서는 1993년 l'ecole des loisirs(PASTEL) 출판사에서 <Orson>이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국내에는 2005에 미래M&B출판사에서 나왔다가 2024년 표지 디자인과 본문 속 글자체를 바꾸고 문단 정렬을 정돈해 개정판이 출시됐습니다. 하루에도 새로운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옛 그림책이 다시 출간되는 이유는 세월이 지나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좋은 책이라는 거겠지요!


책 판권면에는 두 작가님들의 헌사와 함께 “나는 햇빛으로부터 널 지키고, 너는 지루함에서 날 구해 줄 거야”라는 부룬디 자장가의 일부가 적혀 있습는데, 이 책의 내용과 이어지는 점이 있어요. '나는 너를 지키고, 너는 날 구해주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 지금 시작됩니다.



호숫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저 불곰이 바로 오르송입니다. 숲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오르송을 숲 속 모든 동물들이 무서워한데요. 이 사태의 시작은 ‘숨바꼭질’ 입니다. 술래여서 눈을 가리고 있던 오르송이 체급차이를 인식 못하고 작고 여린 산토끼와 거북이를 숨 막히게 꽉 잡고 붉은 사슴의 뿔을 뚝 부러뜨려요. 눈을 가리고 놀이를 하던 중에 벌어진 의도하지 않은 사고였지만, 당한 동물 친구들은 자연스레 오르송을 피합니다.

이후 외톨이가 된 오르송은 괴로움과 슬픔에 빠지죠. 저 표정을 보세요.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오르송은 그저 술래잡기에 집중했을 뿐이고 두 눈이 가려져 있어서 열심히 술래의 본분을 다했을 잡았을 뿐인데 말이죠.

불행 중 다행인지 이 상황을 잊을 수 있는 연례행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르송은 곰이잖아요. 자연의 순리에 따라 겨울잠을 자러 가야 합니다. 긴 잠을 자고 나면 모두가 모든 것을 잊게 될 거라 생각해요. 오르송은 정면 돌파가 아닌 회피, 우회를 택한 거죠.

그렇게 다시 찾아온 봄. 긴 잠에서 깨어난 오르송은 기대에 차 동굴 밖으로 나왔지만 바뀐 건 없었어요. 키는 여전히 2미터가 넘었고, 비좁고 지저분한 동굴도 겨울잠을 자기 전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오르송의 집 앞 큰 참나무 아래 헝겊으로 만든 아기 곰(=곰 인형)이 앉아 있습니다. 낯선 존재를 향해 오르송은 이렇게 외쳐요.


내 집 앞에서 뭐 하는 거야? 내가 누구인지 몰라?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오르송이란 말이야.

오르송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입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하고 피하는 존재. 하지만 사실 낯선 존재를 만나 무섭고 떨렸던 건 오르송 자신이 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덩치는 커다랗지만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가진 불곰 오르송. 그러니 대놓고 자신의 악명을 큰 소리로 떠벌이며 아기 곰(=곰 인형) 너도 얼른 피라하고 엄포를 놓은 거죠.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 집으로 돌아가. 난 아무도 필요 없어!


마음을 닫고 사는 오르송의 외침입니다. 아무도 필요 없다고요. 어린 아이들이 토라져서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할 때같아 보이죠. '나 사실 좀 외로워. 가지 말아줘. 난 네가 필요해.'로 들리는건 저 뿐일까요??!!!


다행히 곰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니 밤이 찾아와도 아기 곰(=곰 인형)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자신을 보고 피하지 않는 곰 인형을 보며 그제야 오르송은 안심합니다. 그리고 다가가 말하죠.


아갸야, 누군가 너를 잊었구나! 나처럼 말이야!

내가 보살펴 줄게. 어쨌든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누군가에게 잊혀 졌다는,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 오르송은 그 누구보다 아기 곰의 마음에 공감하고 먼저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동거동락이 시작되죠. 자신의 옆에 있어 주는 아기 곰(곰인형) 덕분에 오르송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쉴 새 없이 아기 곰에게 말을 걸고 넓은 호수에서 물놀이나 낚시도 하고 풀밭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오르송과 아기 곰(곰 인형)이 함께하는 모습을 본 숲속 동물들온 모두 놀랍니다. 덩치 크고 난폭하기로 악명 높은 불곰 오르송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과 그 오르송이 행복해 보인다는 것에서요. 자신들에게는 무지막지하게 힘만 세고, 덩치만 큰 곰이었는데, 아기 곰에게 다정다감하게 말을 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오르송의 모습은 자신들의 편견을 흔드는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계절이 지나 가을이 되어서도 아기 곰(곰 인형)의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오르송이 아무리 애정을 주어도 곰인형에게 생명을 줄 수는 없었으니까요. 겨울잠을 잘 시간이 다가오자 오르송은 결심합니다. 아기 곰을 아홉 달 전에 만났던 그 자리에 다시 데려다주기로요. 그리고 울먹이며 겨울잠에 들어가죠. 그런데!!!! (두둥!)




어쩌면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싫어하는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아요. 속 시원한 닫힌 엔딩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가능성과 스토리가 가능한 ‘열린 결말’이거든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불곰 오르송 표정이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표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과연 곰인형(아기 곰)과 오르송은 어떻게 됐을까요?? 꼭 책을 읽고 확인해보세요~!!!

불곰 오르송은 나쁜 곰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덩치 크고 힘이 세고 난폭하다고 말이죠. 오르송이 숲속 동물들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친구들이 다치게 됐고 외톨이가 됩니다. 오르송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갔죠.

살아가면서 제일 힘든 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 생각합니다.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좋은 사이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갈등과 오해로 오르송처럼 마음에 상처입고 흔들릴 때도 많아요.

그런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 또한 '또 다른 관계' 일 수 있습니다. 정서적 교류도 경험을 통해 학습되기도 하고, 좋은 관계가 다른 이와의 관계 맺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든요. 사랑의 온기가 내 안에 차고 넘쳐야 흐르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듯, 스스로를 돌보고 여유를 찾으며 긍정적인 관계가 확대댈 수 있는거죠.


오르송이 행복해 보였다는 숲속 동물들의 증언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오르송의 변화된 모습이였고 또 다른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관계, 사랑, 자존감, 행복... 많은 키워드를 떠올리게 되는 <오르송>.

개정되어 새로운 표지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이 책을 놓치지 말고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래아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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