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 책이야! - 2024 개정 초등 1-2 국어 국정교과서 수록 도서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이렇게 묻죠.
"왜 꼭 책이어야 해요? 책이랑 동영상이랑 뭐가 달라요? 스토리는 똑같잖아요."
화려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영상매체보다 책이 더 좋은 이유를 뭐라고 설명하시겠어요?
사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책을 보든 영상을 보든 아이는 똑같이 '보는' 행위를 하지만 이후 펼쳐지는 사고의 확장, 상상의 세계는 확연히 차이가 나죠. 단순히 주어진 영상 속에 갇혀버리느냐,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상상해서 나만의 세계를 가지냐의 차이 아닐까요?
이런 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에 대해 이야기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칼데콧 아너상,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뉴욕타임즈 최고의 그림책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레인 스미스 작가의 <그래, 책이야!>입니다.

원제는 <IT’S A BOOK>으로 2010년에 출간됐고, 국내판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그래, 책이야!>라는 제목으로 2011년 번역 출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2010년에는 IT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확산되며 새로운 모바일 미디어들이 각광을 받던 시기였지요. 디지털 언론들이 호황을 맞았었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손에 책보다는 작은 스마트폰들이 쥐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손안에 작은 세상’에 열광하기 시작한 그때, 작가 레인 스미스는 뉴미디어 시대에도 살아남을 '책'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그래, 책이야!> 속에는 단 세 개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날렵하고 예민해보이는 동키와 동글동글 유순해 보이는 몽키, 그리고 감초같이 등장하는 작고 귀여운 마우스. 단순하고 귀여운 이 캐릭터들이 독자들에게 ‘책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죠.
빨간 의자를 마주한 메인 캐릭터 둘이 등장합니다. 우리 아이들처럼 디지털 기계에 더 친숙한 동키와 책을 읽고 있는 몽키입니다. 노트북을 손에 든 동키는 책을 가리키며 독서 중인 몽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책에 관심 있어 보이죠?

몽키는 책에 대해 궁금한 것이 꽤 많습니다. 스크롤은 어떻게 하는지, 블로그를 할 수 있는지, 마우스는 어디 있으며 게임이나 트위터는 할 수 있는지, 메일은 보낼 수 있는지? 음악 재생은되는지 말이죠.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하나 하나 설명하기 답답해진 몽키는 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여줍니다. 그러자 동키는 글자가 왜 이렇게 많으냐며 컴퓨터 문자를 조합해 만든 그림 기호인 이모티콘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버리죠. 이렇게요.

우리말도 줄이고 글자도 이미지화해서 표현하며 드라마도 영화도 유튜브에서 요약 동영상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아서 웃픈 장면이었어요.
동키는 계속해서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렇게 책에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끝없이 질문을 하던 동키는 어느새 책에 빠져듭니다. 두 페이지에 펼쳐진-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 뽑는 부분입니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부터 5시 30분이 지난 시간까지... 장시간 5시간 이상을 책 속에 빠져 ‘몰입’하는 동키의 모습이에요.
비밀번호도, 별명(닉네임)도, 충전도 없이도 긴 시간 몰입할 수 있는 책! 저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책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뉴미디어가 무조건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전통적인 독서가 필요하고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두껍고 견고한 표지를 펼쳐 책 장을 넘기고 조용히 책 속에 빠져들며 몰입하는 독서를 통해 아이는 특별한 기계 없이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세상 말입니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유머러스한 진행, 진지한 주제로 채워진 2011년 책 <그래, 책이야!>. 판권면을 유심히 찾아보니 2024년에 18쇄를 찍었더군요. 출간된지 10여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를, 사람들이 이 책을 찾는 까닭을 여러분도 꼭 찾으셨으면 합니다. 책을 펼쳐서 말이죠~💕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가 진행한 그림책서포터즈 뭉끄3기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