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핀 이야기꽃 - 아이들을 사랑한 사서 푸라 벨프레 이야기
아니카 알다무이 데니즈 지음, 파올라 에스코바르 그림, 안지원 옮김 / 봄의정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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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영어공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부모님이라면 <세사미 스트리트>나 <도라도라 영어나라> 같은 프로그램을 한번쯤 접해 보셨을 거예요. 이 프로그램들을 보다보면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가 종종 들리죠. 바로 에스파냐어입니다. 사실 <도라도라 영어 나라>는 원래 스페인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것이고, <세사미 스트리트>에도 기초적인 에스파냐어를 가르치는 코너가 있어요. 만국공통어라 일컫는 '영어'를 쓰는 미국에서 '왜 에스파냐어를?'이라는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지요.

미국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는 언어, 사실상 미국의 제2 공용어라 불리는 언어가 바로 에스파냐어랍니다. 미국 내 히스패닉(에스파냐어를 쓰는 중남미계의 미국 이주민을 뜻함) 비중도 높고, 이런 높은 비중 때문에 에스파냐어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에스파냐어를 다루는 것이래요. (위키백과 참고)

미국의 공립학교 학생의 25%가 히스패닉계라고 하는데, 2018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어린이를 위해 출판된 책의 3%미만이 라틴계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틴계 작가들의 어린이를 위한 책의 비율은 너무나도 미미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라는 다양한 인종이 섞인 나라에서 히스패닉계 아이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 그것도 책과 도서관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알리고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1920년대에 말입니다. 바로 그림책 <도서관에 핀 이야기 꽃> 속 "푸라 테레사 벨프레"가 그 주인공 입니다.



뉴욕 공공도서관 시스템 최초로 푸에르토 리코 출신 사서였던 푸라 벨프레는 작가이자 민화 수집가, 인형극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1921년 푸에르토 리코 대학의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교사가 될 계획이었지만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와서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정합니다. 당시 뉴욕으로 넘어온 많은 푸에르토 리코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첫 번째 직업은 의류 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다중 언어 능력(에스파냐어, 영어, 프랑스어)은 곧 할렘의 135번가에 있는 공공 도서관에서 도서관 사서로 꽃을 피웁니다. 벨프레는 어린이 부서에서 일하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 어린이 문학에 대한 사랑, 사서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녀가 쓴 에스파냐 바퀴벌레 마르티나와 멋지고 용감한 생쥐 페레즈의 이야기는 미국 대륙에서 푸에르토 리코인이 영어로 출판한 최초의 책이 되었고, 그녀는 이중언어로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도서관에 다가가기란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히스패닉계 부모들은 도서관이 '영어'로만 가득 차 있을 뿐이라 생각하고는 도서관을 찾지 않았겠지요. 벨프레의 이야기와 노력은 이민자들이 도서관을 집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녀의 노력으로 도서관은 히스패닉계 주민들에게 중요한 문화 거점이 된 것이었죠.



이야기와 그림책으로 문화적 다리를 연결한 그녀의 노력은 1996년 설립된 ‘푸라 벨프레상’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년에 한번씩 라틴, 라틴계 작가와 일러스트에게 수여되는 이 상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문학 중 라틴계 문화 경험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에 수여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 담긴 마지막 문장처럼 ‘그녀가 심은 이야기 씨앗은 세상으로 뿌리를 뻗어아가 꽃을 피우고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푸라 벨프레처럼 이민자 가족이었던 작가 아니카 알다무이 데니즈가 글을 쓰고, 콜롬비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파울라 에스코바르가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을 그려낸 <도서관에서 핀 이야기꽃> 을 읽으며, 자연스레 우리나라에 꾸준히 증가 중인 다문화가족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2050년 정도가 되면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5명 중 1명이 된다는 기사를 접했는데요, <도서관에 핀 이야기꽃>을 읽으며 우리에게는 푸라 벨프레 같은 분이 있는지, 다문화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어떤 문화적 씨앗이 심겨지고 있는지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의미있는 책을 번역 출간해주신 봄의정원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푸라가 심은 이야기 씨앗은 세상으로 뿌리를 뻗어 나가 발을 내딛는 곳마다 꽃을 피우고 울창한 숲을 이루었어요. 지금도 멈추지 않고 이야기 싹을 틔우고 있지요. 마치 푸라가 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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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발자전거 햇살그림책 (봄볕) 37
세바스티앙 플롱 지음, 명혜권 옮김 / 봄볕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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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봄볕 출판사에서 2020년 4월에 출간된 <나의 두발자전거> 입니다!! 봄볕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햇살그림책 시리즈 중 한권인데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그림책 모음이라고 하네요. 다양하고 독특한 그림과 색은 봄날의 햇살처럼 아이와 어른의 감성을 어루만져 주는데요, <나의 두발자전거> 역시 읽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지어지는 그런 책이에요. 우선 표지부터 보실까요? 형광빛 모자와 글자가 눈길을 확 잡아끌죠?

 

 

표지에 등장하는 이 아이가 주인공인데요, 제목에는 '두발 자전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표지 그림에는 아직 까만 보조바퀴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이는 슬쩍 미소를 보이며, 독자들에게 '궁금하면 이 이야기 속으로 따라 들어와봐!'라고 말을 건네는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집콕하는 우리 아이들처럼, 흐린 날 집안에서 혼자놀기 따분해 하던 한 아이가 있습니다.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요? 이 아이는 엄마에게 "내 강아지"라 불리며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는 '내 강아지'라 불리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데요. 아마도 꼬꼬마 유아에서 '나 혼자 할래! 내가 할래'를 외치는 아동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춘기(!) 정도의 꼬마 아이인것 같아요.

 

아이는 자전거를 끌고 거리로 나옵니다. 그리고 우연히 빨간 모자를 쓴 뭉치를 만나게 되죠. 아이는 뭉치를 따라가며 둘의 자전거 타기가 시작돼요.

 

 

마치 만화처럼 투닥투닥 둘의 자전거 타는 모습이 다채로운 컷으로 펼쳐지고, 아이는 뭉치의 도움을 받아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 자전거 타기를 시도합니다. 다치기도 하고, 훌쩍 훌쩍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 하지 않아요. 그리고 조금씩 혼자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헤르만 헤세의 고전 <데미안>에 나오는 문구죠. 너무 거창하다 생각할 수도 있고, 조금은 뜬금없지만 저는 <나의 두발자전거> 책을 읽고 이 구절이 떠올랐어요. 보조 바퀴를 떼어내고 두발 자전거 타기가 우리가 성장하면서 겪는 통과의례(?)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 강아지'라 불리는 아이는 계속해서 응석부릴 수도 있고, 보조바퀴를 달고 달리거나, 부모님께 계속 자전거를 잡아달라고 할 수도 있었을거예요. 하지만 아이는 그 세계를 벗어나려고 몸부림 치며 노력해요. 그리고 결국 알을 깨고 두 바퀴로 혼자 균형을 고 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는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며 성장하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길도 그렇게 또 달릴겁니다.

 

아이의 성장과 홀로서기를 느낄 수 있는 <나의 두발 자전거>. 성장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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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라파냐무냐무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유아 그림책 부문 대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이지은 지음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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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디저트 마시멜로! 마시멜로의 주성분은 젤라틴과 계란 흰자, 그리고 설탕이라고 해요. 하지만 마시멜로를 먹으면 그때 쌓인 지방은 지구 한바퀴 반을 돌아도 빠지지 않는다는 괴소문도 있었어요. 실제로 마시멜로 안에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은 Zero인데 말이죠.

달콤하지만 칼로리 폭탄이라 오해를 샀던 마시멜로가 이번에는 그림책 전면에 등장합니다. 전작에서 팥빙수의 유래를 유쾌하게 풀어냈던 이지은 작가의 손을 거쳐서 말이죠. <팥빙수의 전설>, <빨간 열매>, <할머니 엄마>와 <종이 아빠>까지... 이지은 작가님의 전작을 사랑했던 독자로서, 과연 이번 신작에는 ‘어떤 유쾌한 상상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정말 궁금했답니다.

하지만 제목을 듣고 아무리 추측을 해봐도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짐작조차 힘들었어요. ‘이파라파냐무냐무’. 암호명 같기도 하고, 식물의 학명은 아닐까,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언어는 아닐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봐도 어떤 힌트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스포방지 차원에서 저 역시도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렇게 받아든 <이파라파냐무냐무> 가제본판. 표지만 보고서는 내용 예측이 불가능했습니다. 검은 생명체(괴물?)는 갈색 음료가 든 찻잔을 들고 있고, 찻잔 속에는 하얀 생명체들이 빠져 있어요. 까만 고깔모자를 쓴 하얀 생명체는 암벽 등반을 하는 것 마냥 빨간실에 매달려 있는 것도 있고, 몇몇은 검은 생명체 머리 위에서 힘겹게 빨간줄을 당기고 있습니다. 게슴츠레 뜬 노란 눈에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검은 생명체는 뭔가 공포물을 연상시키지만, 반전미 돋는 강아지처럼 귀는 얌전하게 접혀 있어요.

‘아~ 궁금하다 궁금해!!!’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앞표지를 넘기면 속표지까지 장장 4장에 걸쳐 이야기의 배경이 펼쳐집니다.

 

사건의 배경은 마시멜롱 마을입니다. 까만 고깔 모자(종 모양의 초콜렛!!!)를 쓰고, 그들의 모습과 닮은 버섯 모양의 집에서 단체 생활을 이어가던 마시멜롱들. 함께 먹을거리를 찾고, 같이 나눠 먹으며, 배부르면 잠드는...그런 평화로운 날들을 누리던 마시멜롱들은 어느날, 숲속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를 듣습니다. 속표지에 드디어 궁금증을 자아냈던 제목인 “이파라파냐무냐무!"가 가 등장해요. 그 소리는 검은 생명체 털숭숭이가 내는 소리였는데요, 마시멜롱 마을의 평화를 뒤흔든 “이파라파냐무냐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이파라파냐무냐무>의 서포터즈로서 이 그림책을 어떻게 소개해드려야하나 고심을 해봤는데, 이 책은 이런 분들이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약간의 스포 포함!!!>

먼저, 소신 있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분들!

무리에서 혼자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듭니다.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그런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마시멜롱 친구들 중에도 그런 용기 있는 친구가 있답니다.

두번째로는,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분들!

겉모습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나보다 크고 험악하게 생겼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한쪽면만 보고 쉽게 단정해버리는 '선입견'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이들에게 짚어줄 수 있는 책이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정확하고 바른 언어 습관에 대해서도 관심 있으신 분들!

최근에 줄임말, 외계어, 유튜버들이 사용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말들이 어린 초등학생들 사이에까지 파고 들었는데요, 바르고 정확한 언어 사용과 표현은 옳바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죠. 울먹이거나 짜증내며 자신의 의사를 얼버무려 표현하는 어린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대화의 기본이 무너지면 어떤 결과가 펼쳐지는지 눈으로 보여줄 수 있어요.

 

 

 

믿고 보는 이지은 작가의 신작 <이파라파냐무냐무>를 서포터즈로 먼저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아이와 소리내어 대사를 주고 받으며 읽으면 더 실감나고, 작은 캐릭터들의 표정과 행동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어요. 마지막 페이지의 변화된 마을 표지판까지, 이지은 작가의 디테일함과 위트가 넘치는 이 책! 고민하지 마시고, 아이들과 '책읽는 즐거움' 함께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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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그림책 - 제3회 보림창작스튜디오 수상작, 2023 북스타트 선정도서 보림 창작 그림책
이은경 지음 / 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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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G20회의 폐막 연설 후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은 정적만 흘렀죠. 침묵한 우리 기자들을 보며 국제적 망신이라 비난했지만 질의응답 시간에 흐르는 정적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입니다. '정답은 하나'라고 교육받은 우리에게 질문은 무의미 했고,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고 눈총을 받거나 창피당하기 일쑤였거든요. 그렇게 질문이 불편한 우리가 2020년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을 만나게 됩니다

 

 

 

'작가주의 그림책 출간'을 목표로 한 '보림그림책 창작 스튜디오'의 제3회 수상작인 <질문의 그림책>"상상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라는 공모전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기존 그림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독보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선보입니다.

     

'그림의 마술사'라 불리는 에셔의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를 보는 것처럼 무한의 늪에 빠지게 하는 타이틀 글자 나열부터, 띠지에 그려진 그림까지- 책을 받아든 순간부터 <질문의 그림책>이란 제목답게 자연스레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죠.

    

 

 

표지를 감싼 띠지 그림에는 잔잔한 물결 속에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화로운 배경 위로 새들, 아니 새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날고 있습니다. 껍질이 반쯤 벗겨진 과일인것 같은데 아주 평온히 날고 있습니다. 표지를 감싼 띠지를 벗기면 그 과일이 무화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화를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뒷 표지는 친절하게 접시 위에 무화과와 새를 함께 담아 놓았습니다. 작가의 친절함이 엿보이죠.

    

 

 

작가는 몸속에 꽃을 품는 무화과를 하늘을 나는 새로 변신시켜 그려놓았고, 우리는 머릿속에 수십 가지 질문을 품고 책을 펼치게 됩니다. 첫 페이지부터 '질문은 어디에서 오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수많은 질문은 어디로 사라질까?'로 마무리 되며 그 사이에 엉뚱하며, 시적인 질문들을 작가의 환상적인 그림으로 채워놓았습니다.

 

판권면 상단에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통해 쉴 새 없이 엉뚱한 질문을 하는 자기 안의 아이를 만났고 그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라는 작가의 말이 남겨져 있습니다. 칠레의 민중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는 20세기 가장 대표적인 시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죠. 죽는 순간까지 '철들지 않는 소년'이었던 그는 평생 대자연에, 육체적 사랑에, 고통 받는 이웃의 순수함과 아름다운 사회에 대한 꿈에 매혹돼 그 감상을 시로 옮겼습니다. 이은경 작가는 아마도 그의 초현실적인 시들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네루다의 시어처럼 이은정 작가의 그림에도 생동감과 열대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림 중간 중간 칠레의 전통모자 츄바야를 쓴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것이나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을 떠올리게 하는 바다 풍경 등도 네루다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은정 작가의 전작들인 <악어가 쿵, 작은 새가 포르르><아기만 좋아해>와 비교해 보면, 이번 작품은 이국적이며, 그림의 깊이가 더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어요.

    

 

 

팝콘이 꽃망울로 표현되고, 개구리와 빨간 딸기의 경계는 점차 사라집니다. 수박이 쪼개진 모습은 화산 폭발을 연상시키고, 줄 맞춰 늘어선 가로수에는 아이스크림도 언뜻 보입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기묘한 요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하고 있어요. 평범한 사물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으며 미술관에 걸려있을 법한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시적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질문의 그림책>.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며 정답 없는 질문들을 마음껏 펼치고, 시인처럼 노래할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세상이 조금 더 다채로워지길 함께 바라봅니다.

질문은 어디에서 오지?

수많은 질문은 어디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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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빠진 아이 마음별 그림책 11
미겔 탕코 지음, 김세실 옮김 / 나는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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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학부모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 그림책 <수학에 빠진 아이>. 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아니! 수학에 빠진 아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 싫다는 수학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지?’ 하며 책을 집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빠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생긴다는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수학에 빠졌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건 분명 TV속 영재라고 소개되는 아이일 테니까요.

   

책 표지를 보면 빨간 곱슬머리 아이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비행기는 궤적을 남기며 어디론가 날고 있고 그 종이비행기를 아이와 고양이가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지요. 아이 주변엔 뭔가 수학과 관련된 소품들이 펼쳐져있습니다. 삼각자, 각도기, 종이에 적힌 수학 공식들과 그래프. 제목에도 수학 코드가 숨어있는데, ·거짓 명제를 나타내듯 XO가 수학이란 글자에 빨간 색으로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판권 정보가 있는 페이지에서 찾은 원제목은 <Count on me>(해석하자면 나를 믿어).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의 의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원제를 초월한 번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뒷면 표지 전체를 펼치면 하나의 풍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같은 실내공간에 빨간 곱슬머리를 한 두 아이가 있지요. 치마를 입은 아이는 신나게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고, 또 한명의 아이는 자기 몸보다 더 큰 금관악기(튜바)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서로 등지고 서 있으면서 서로를 신경 쓰거나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이 빠져 몰두하고 있는 두 아이. 뭔가 느낌이 옵니다.

 

7,80년대 벽지무늬마냥 같은 모양이 끝없이 반복되는 프랙털 면지가 보이고, 속표지에는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사방치기와 비슷한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 속표지를 넘기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빨간 머리 소녀의 가족은 저마다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빠도, 엄마도, 오빠까지도 말이지요. 주인공인 나도 자신이 푹 빠질 만큼 좋아하는 걸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찾아냅니다.

   

기적의 연산을 통해 빠르고 실수 없는 셈을 하며 수학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생활 주변에 살아 있는 수학을 발견하는 데에 빠집니다. 거리에서, 놀이터에서, 호수나 거실 창밖 풍경에서 아이는 날마다 수학을 찾고 수학을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페이지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룩시장에서 보인 빨간 머리 소녀 가족의 모습입니다.

작가는 세상을 보는 방법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다고 말하고 있고, 그림 속 아빠와 엄마, 오빠, 그리고 빨간 머리 소녀 모두 자신이 빠진 분야에 몰입하는 모습입니다. 서로가 빠진 분야에 대해 우위를 정한다던가, 비교하지 않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빠져 들고 있지요.

 

부록처럼 보이는 <나의 수학 노트>는 학부모 입장에서 무척 매력적입니다. 어려운 수학 개념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거든요. 작가 미겔 탕코는 <나의 수학 노트> 마지막 페이지에 자신의 열정을 따라서 꿈의 별에 다다른 모든 친구에게라며 이 책을 마무리 합니다.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지요. 한 가지 일에 열정적으로 빠져들어야 그 분야에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습니다. 하나에 무조건 빠져들 수 있는 힘, 그 열정이 한없이 간절한 20201월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수학을 좋아하는 내 열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하지만 세상을 보는 방법은...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니까. 수학도 그중 하나야. 넌 무엇에 푹 빠져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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