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장례식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치축 지음 / 고래뱃속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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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冠 갓 관, 婚 혼인할 혼, 喪 죽을 상, 祭 제사 제’- 이 한자들을 보면 바로 알아채실 텐데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겪는 일들입니다. 성인이 되어 남자는 상투를 올리고 갓을 쓰고, 여자는 비녀를 꽂는 성인의 의식부터 결혼할 때 하는 의식, 사람이 죽었을 때 치르는 의식과 조상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말합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관혼상제’를 중시해 왔는데, 이 의식들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예’를 갖추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마주하고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죽음을 마주하고,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 치르는 의식 중 하나인 ‘장례식’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바로 치축 작가의 <동물들의 장례식>입니다.



표지의 푸른색들이 강렬하게 다가오죠?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파란 시간대에(*안 에르보 작가의 <파란시간을 아세요?>) 늑대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하울링(howling)을 합니다. 울부짓고 휘몰아치는... 하울링. 저는 이 표지를 처음 접했을 때, 김소월 시인의 <초혼>이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초혼'의 사전적 의미가 ‘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이지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부름의 의식이며,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라고 하는데요,



이 표지 속 늑대는 마치 김소월의 시 속의 주인공처럼 설움에 겹도록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늑대의 울음은 멀리 멀리 퍼져나갑니다. 영정사진의 검은띠를 두른것처럼 앞표지에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선으로 테두리가 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 속 반짝임을 따라 속표지를 넘기면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응급실로 급하게 발길을 재촉하는 여성과 그 손을 맞잡은 아이. 기다란 복도와 초록 가운을 입은 사람들. 수술실이 언뜻 보이고 수술실 문 앞을 누군가는 지키고 있습니다. 절망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사람,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 계속 기도만 하게 되는 순간. 병원과 수술실 앞... 어떤 상황인지 대번에 알아차리실 거예요




다음 장 그림은 더욱 여실하게 그 상황이 더 자세히 드러납니다. 지는 해와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달려가는 구급차. 네, 맞아요.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작가의 말대로 죽음의 순간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매일 24시간이 ‘무한 리필’ 된다고 착각하는 우리들에게 죽음은 늘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고,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단어입니다. 특히 무방비로 찾아온 ‘죽음’이라며 그 충격과 공포는 더 커지죠.

그래서 사람들은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을 통해 죽음의 슬픔과 충격,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다독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우리가 미물이라 여기는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사회성이 높고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고 있다는 돌고래들과 영리하다고 알려진 까마귀, 무리지어 사는 늑대, 육지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큰 코끼리, 인간과 DNA가 98%일치한다는 고릴라까지... 여러 동물들이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을 작가는 정성스레 그려냈습니다.


그들만의 애도방식을 보여주며 작가는 말합니다. 그들의 장례의식과 우리의 장례의식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요. 그 방식만 조금 다를 뿐, 동물들의 장례식은 모두 죽은 이를 기억하고 마음에 담기 위해 행하는 것이고, 그 ‘죽음’이 영원한 이별, 삭제, 소멸이 아니라 ‘순환’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이 작품에 매달렸다는 작가의 말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읽었는데요, 2012년 경에 한 신문에 실린 동물들의 장례식 기사를 보고 이 그림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해요. 슬픔을 나누고 명복을 빌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를 동물들의 장례식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는 치축 작가. 예상하지 못한, 감당할 수 없는 이별을 마주한 분들께 이 그림책 <동물들의 장례식>이 죽음을 마주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봅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 그림책 포럼 카페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고래뱃속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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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
카렌 바베 지음, 홍한별 옮김 / 단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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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자신만의 컬러 레시피를 찾을 수 있다’는 책 선전 문구 때문이었다.

'나만의 컬러 레시피?! 나만의 컬러?

어? 내가 무슨 색을 좋아했었지?'

옷장을 열어 걸려있던 옷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단조로운 무채색 옷들이다. 결혼 전에는 그래도 알록달록 눈에 튀고 화사한 색의 옷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가성비를 쫓아 무난한 색, 덜 튀는 무채색으로 내 삶을 채운 지 10년이 넘었다. 그랬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 잊어버렸다. 나만의 색을 잃어버렸다. 무색무취?! 좋아하는 색도 없이 색 취향마저 사라져버린...



그래서 처음부터 이 책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표지부터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찬 <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 부제에 <색 감각을 위한 자수 프로젝트>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나같이 자수에 ‘자’자도 모르는 사람도 색 감각을 높이기 위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실용서이다.



작가 카렌 바베는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자수가로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에서는 디자인 학교에서 섬유디자인을, 영국에서는 자수를 공부했는데 현재는 시카고에서 자수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사람들이 색을 선택하고 배열하는데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게 되었고,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색을 선택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색감각을 높이기 위한 카렌 바베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깃들어 있는 책인 셈이다.


작가 카렌 바베는 사람들이 색을 이해하고, 자신의 취향을 알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위한 아름다운 팔레트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1부 색을 이해하기, 2부 색을 느끼기, 3부 자수 프로젝트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카렌 바베가 제시한 ‘나만의 컬러 팔레트’ 만들기였다. 잘 어울리는 색들을 배열한 컬러 가이드인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미리 색을 정해두면, 시각적인 효과도 높이고 느낌이나 의미를 강조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의 상세한 설명에 따라 출판사에서 보내준 ‘나만의 컬러 카드’를 채워보았다. 책에서, 또 내 주변에서 다채로운 색을 찾을 수 있었는데, 색을 발견해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색을 포착하는 것은 반복되는 나의 일상을 좀 더 섬세하고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2021년 새해 첫 주지만, <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 덕분에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프레드릭’처럼 추억과 색깔을 모으며 바쁘게 보냈다. 그리고 조금씩 색감각에 자신감이 붙어간다.

무색무취에서 벗어나 ‘색 감각’을 높이고 싶다면, ‘나만의 컬러 레시피’를 갖고 싶다면, 카렌 바베의 특별한 색채 수업을 이 책<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를 통해 접해보시기 바란다.



* 본 서평글은 '도서출판 단추'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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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처음이라 - 2021 읽어주기 좋은 책
마르타 알테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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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알테스’하면 <안돼>라는 그림책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강아지는 자신이 가족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는 다르게 그림으로 묘사되는 행위들은 독자들에게 웃음과 경악을 동시에 안겨주죠.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_) 강아지가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소동과 가족들이 ‘안돼’를 외치는 모습이 대비되면서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며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담아냈습니다.



반려견을 키워보신 분들은 <안돼>의 면지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개에 관련된 모든 동작이 표현되어 있는 앞뒤 면지를 보면 작가의 관찰력과 표현력에 한 번, 작가의 개에 대한 사랑에 두 번 놀라게 된다면서 말이죠.

이렇게 개를 사랑하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마르타 알테스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개 플록을 그림책에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어요. 스페인 집에 있는 플록과 꼭 닮은, 커다란 털북숭이가 주인공인 <이 동네는 처음이라>.


표지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크고 거대한 이 흰 개가 바로 주인공이예요. 높은 건물들이 서있는 도시의 횡단보도,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에 걸음을 멈춘 하얀 개가 보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낯선 하얀 개가 신기한지 슬쩍 눈을 돌리고 있지만, 누구 하나 관심 갖고 말을 걸거나 손 내밀진 않아요. (뒤표지까지 펼쳐보면 조금 다르지만요.) 그래도 <안돼>에 나오는 강아지처럼 이 하얀 개도 긍정적인 개일 것 같지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이야기는 뒤돌아보며 어깨너머 어딘가로 시선이 가 있는 하얀 개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딘가에서 떠나온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이 개는 높은 건물이 우뚝 서있는 새로운 동네를 마주하게 됩니다. 대도시처럼 보이죠?



오랜 여행을 마치고, 꽤 큰 동네에 도착한 하얀 개. 제가 처음 서울로 올라갔을 때 느꼈던 별세상을 지금 그림책 속 하얀 개가 느끼는 것 같아요. 조금은 흥분한 상태인 것 같죠? 빨간 2층 버스가 다니는 이 도시는 아마도 영국인 것 같습니다. 이 도시는 모두가 바쁘고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집 없는 하얀 개는 혼자 흥분된 상태로 새로운 도시 곳곳을 둘러봅니다. 그는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도착한 동네를 둘러볼 때 우리가 그러하듯, 하얀 개는 주변을 묻고, 동네 곳곳을 살펴봅니다. 이 장면에서 '마르타 알테스식' 유머를 찾을 수 있어요. 하얀 개의 이야기와 그림속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든요.


멋진 광경, 아름다운 소리, 색다른 냄새... 하지만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덩치 큰 하얀 이방인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들 나름 바쁘거든요. 하얀 개를 마주하고 이야기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요. 하얀 개도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가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합니다. 바쁘고 활기찬 도시에 그를 위한 공간은 없어 보이죠. 활기찬 도시는 새롭지만 한편으론 외롭습니다.


언어의 장벽, 외모의 다름, 문화적 차이... 이 모든 것이 하얀 개와 이 도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커다란 하얀 개가 길을 잃은 한 소녀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죠.



하얀 개가 행한 작은 행동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요? 낯선 동네가 우리 동네로 바뀌는 그 과정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 책 <이 동네는 처음이라>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마르타 알테스가 느꼈던 대도시에서의 삶이 이 하얀 개에 투영되어 있는 듯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그림책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영국으로 건너간 그녀. 현재는 런던에 살면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영국에 처음 건너와 타국에서 느꼈을 감정들이 <이 동네는 처음이라>에 등장한 하얀 개에게서 보입니다.


개의 눈으로 본 복잡한 도시, 이사를 하고, 새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집을 찾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낯섬, 외로움.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겠지요. 그녀가 느꼈을 감정, 전해 받은 친절을 마르타 알테스는 <이 동네는 처음이라> 속에 따뜻한 그림으로 담아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처음은 누구나 다 어렵잖아요. 그 처음을 먼저 경험한 당신이 먼저 손 내밀어 주세요. 당신의 따뜻한 친절과 말 한마디가 이 동네가 낯선 누군가에게는 큰 힘과 도움이 될테니까요.

작은 친절과 관심이 따뜻한 세상을 만든다는 < 이 동네는 처음이라>. 붉은 필터를 씌워 놓은것 같은 도시가 그려진 면지는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요? ‘친절과 관심’으로 가득 차 따뜻해진 '우리 동네'라는 선물이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따뜻한 그림책 <이 동네는 처음이라> 였습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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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소년 국민서관 그림동화 242
막스 뒤코스 글.그림, 류재화 옮김 / 국민서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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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뒤코스(Max Ducos).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모험과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모험과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에서는 한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비밀 열쇠와 쪽지를 발견하며 보물찾기 하듯 집 안팎 곳곳을 탐색하고,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에서는 미술관으로 견학 간 엘루아가 명화들 속에서 숨은 천사를, <비밀의 정원에서>는 성의 비밀을 풀고 싶어 하는 플로라와 파올로가 정원에서 단서를 찾아다닙니다. <모래 언덕에서의 특별한 모험>에서는 한 소년과 떠돌이 개의 조우를 통해 놀라운 사건이 펼쳐지고, <한 밤의 왕국>에서는 어린 시절 한번은 꿈꿔봤을 ‘아무도 없는 밤에 학교를 탐험하는’ 말썽쟁이 아쉴이 등장해요. 그뿐인가요. 아예 독자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툭 던져놓고 독자들이 이야기를 직접 만들게 한 <내가 만든 1000가지 이야기>까지... 막스 뒤코스의 작품 속에서는 언제나 추리와 모험, 놀이가 융합되어 환상의 세계가 열립니다.


프랑스 아동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가 2020년 또 다른 모험이야기를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바로 <등대 소년>이죠.




가느다란 밧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사람. 페이지 전체를 차지한 거대한 건물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구도로 이 등대가 얼마나 거대하고 높은지 한 눈에 보여주며, 우리 독자의 시각에서처럼 누군가 바다 아래서 저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게 합니다. 부서지는 파도 사이에 아서왕의 제왕의 검처럼 바위에 비스듬하게 꽂혀 있는 검도 보이는데요, 바다와 검, 등대와 소년... 막스 뒤코스의 놀라운 모험의 세계가 그렇게 펼쳐집니다.



알리제 누나의 방에서 매몰차게 쫓겨나는 주인공 티모테. 우애 좋던 남매 사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누나의 심경변화로 소소한 변화가 생깁니다. 자상하게 놀아주고 돌봐주던 누나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고, 티모테는 그런 누나의 관심을 끌고 싶어 ‘아름다운 모험’이라는 커다란 배를 그립니다. 하지만 누나는 관심을 주지 않고 화가 난 티모테는 벽에 붙인 그 그림을 확 떼어버립니다.

첫 장면에 등장한 티모테의 방을 잘 봐주세요. 전형적인 아이의 방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티모테의 배에 대한 관심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벽에 걸린 액자에도, 베개 커버에도, 탁자 위와 옆에 놓인 책들, 여기 저기 흩어진 장난감과 책상 위에 실루엣으로 남아있는 배모형까지. 티모테의 일상에는 항상 ‘배’가 있어요. 누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배를 그렸지만, 누나의 쌩한 반응은 그동안 얼마나 자주 이런 일이 반복되어 왔는지를 엿볼 수 있어요.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남매간의 소소한 실랑이. 작가 막스 뒤코스는 이런 현실적인 사건 속에 환상의 공간을 슬쩍 집어넣습니다. 그림을 떼어내다 뜯긴 벽지 뒤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죠. 바위를 향한 통로는 티모테와 우리를 이국적이며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데려다줍니다.


 

진한 파란색의 바다와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 구름 낀 하늘 한 조각들은 평면으로 된 그림임에도 입체적으로 보이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끕니다. 섬세하지만 깊이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데요, 작가 막스 뒤코스 작가의 특기라 할 수 있는 구아슈화를 이용해 푸른 바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해 냈어요. 구아슈화는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을 그려 투명한 수채물감과는 다른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기법을 말하는데요, 특유의 산뜻함과 밝음, 붓놀림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라고 해요. 털이 거친 붓으로 그리면 약간만 칠해도 효과적인 임파스토(그림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화법)이 가능해서 강한 질감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진한 파란색의 바다와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 구름 낀 하늘 한 조각들은 평면으로 된 그림임에도 입체적으로 보이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끕니다. 섬세하지만 깊이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데요, 작가 막스 뒤코스 작가의 특기라 할 수 있는 구아슈화를 이용해 푸른 바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해 냈어요. 구아슈화는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을 그려 투명한 수채물감과는 다른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기법을 말하는데요, 특유의 산뜻함과 밝음, 붓놀림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라고 해요. 털이 거친 붓으로 그리면 약간만 칠해도 효과적인 임파스토(그림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화법)이 가능해서 강한 질감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벽지 뒤에 숨어 있던 세계에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거대한 바위 언덕 넘어 에는 등대가 우뚝 솟아있었고요. 언덕과 등대 사이에는 널빤지와 밧줄로 만든 구름다리가 있었습니다. 티모테는 조심조심 구름다리를 건너갑니다. 그리고 등대에서 모르간이라는 또 다른 소년을 만납니다.

수평선 넘어 있는 오를레앙드 섬에서 온 모르간은, 자신이 어떤 일을 겪고, 왜 등대에 머물게 되었는지를 티모테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두 소년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오를레앙섬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며 성장하게 되지요. 과연 모르간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오를레앙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환상의 세계로 발을 들인 티모테는 이 모험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될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직접 이 책의 마지막을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스포 방지 차원에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설명하지 않을게요.)



제가 <등대 소년>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을 꼽자면 어리광쟁이 막내 티모테의 변화입니다. 모르간과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티모테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이런 자유를 느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중략)

나는 이런 야망을 품어 본 적이 없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뭐든 할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티모테의 말 중에서


누나와 투닥거리고 나서 풀죽은 티모테는 일반적인 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가 나는 대로 그림을 찢어버리다 벽지까지 찢어버린 보통의 아이죠. 이 책을 읽는 꼬마 독자들처럼요. 하지만 평범한 티모테는 큰 뜻을 품은 모르간이 특별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조금씩 변합니다. 주인공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설정은 막스 뒤코스의 이전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어요. 아마도 작가는 조금은 부족한 우리들이 서로를 도우며 성장하고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싶은 것 같아요.



괴물같은 도데카푸스, 일각돌고래, 오를레앙드 섬. 글밥도 많고 입에 붙지 않는 단어들이 등장해서 어린 친구들이 읽기엔 살짝 버거울 수도 있지만, 모험을 꿈꾸는 친구들이라면, 바다의 드넓음과 성장의 기쁨을 누리고픈 이들이라면 아마 이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거예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계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특별한 이야기. 우정과 도움, 자신과 대한 자신감과 형제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볼 수 있는 <등대 소년>.

코로나19로 또 다시 집콕 해야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어른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해드립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국민서관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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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유의 숲 -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상 수상작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1
까미유 주르디 지음,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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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보았던 대부분의 TV 애니메이션이나 명작동화, 옛이야기들까지...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났습니다. 주인공들의 여정은 늘 쉽지 않았어요.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과 유혹을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난과 역경을 넘어선 주인공은 결국에는 성장합니다. 고통을 이겨내고 경험이 쌓이며 한층 성숙해지는 것이지요.


오늘의 책 <베르메유의 숲>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도 다른 주인공들 마찬가지로 현실에 불만을 느끼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데요, 핑크빛 면지를 넘기면 그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모험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핑크빛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베르메유의 숲>, 지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표지 색이 참 예쁘죠? 파스텔 톤 수채화로 채색된 분홍, 파랑, 노랑. 이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파는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이 떠올랐습니다. 한 입 베어물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달콤함만 남기고 사라지는 솜사탕. 그 솜사탕 색과 닮아 있는 <베르메유의 숲>. 이 책에는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이라 부제도 붙어 있답니다.


이 책을 서점에서 보신 분이라면 처음에 두툼한 두께 때문에 놀라셨을 텐데요, 155쪽에 달하는 <베르메유의 숲>은 그래픽노블 작품입니다. 시각적인 표현을 뜻하는 ‘그래픽’과 기승전결 서사를 뜻하는 ‘노블’의 합성어로 만화책의 한 형태라 보시면 되는데요,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되는 것이 그래픽노블의 특징이라고 해요. (*나무위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만화책이지만 살짝 두껍고 소설처럼 뚜렷한 서사와 주제 의식도 지닌, 그래서 어른 아이 모두 함께 보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에요.



앞표지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베르메유의 숲>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앞표지 노란머리 친구가 당찬 주인공 ‘조’이고요, 무지개빛 장화를 신은 다리 여섯 개의 강아지 '퐁퐁', 츤데레 매력을 가진 여우 ‘모리스’랍니다. 뒤표지에서는 여러 조연들도 만날 수 있답니다.

이야기는 한적한 숲, ‘조’를 찾는 아빠의 부름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캠핑을 온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신데렐라처럼 새언니들과 새엄마를 얻게 된 조는 새로운 가족과 함께 하는 이 가족여행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조는 배낭을 메고 홀로 숲 속으로 떠납니다.


그 숲에서 우연히 꼬마요정을 만나 신비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회중시계를 가진 조끼 입은 토끼를 보고 호기심에 토끼굴 속으로 내려간 것처럼, 조 역시 요정들과 함께 터널을 통과해 숲 속 신비로운 세상 속으로 발을 들이게 됩니다.


환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숲 속 세계는 처음에는 즐겁고 신기했어요.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숲 속 세상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문제들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숲 속에는 자유롭게 들판을 달리는 알록달록 조랑말 ‘베르메유’를 가두어 자신의 생일 파티를 빛내려는 독재자 고양이 ‘마투 황제’가 있고, 그에게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잡혀갑니다. 잡혀간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여우 모리스와 숲속 친구들. 그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마투 황제의 손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요? 갇혔 있던 베르메유들은 어떻게 될까요? 주인공 소녀 조는 모험의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될까요?


조각조각 나눠진 프레임 안에 가득한 그림들과 이야기들. 작가 까미유 주르디는 다채로운 시점과 화려한 색채로 단조로움을 깨며 독자들의 눈길을 끝까지 사로잡습니다.

특히나 이 책 표지를 보면 "2020 볼로냐 라가치상"이라는 스티커가 보이실거예요. 라가치상 코믹부문 수상작이구요, 프랑스 5대 국제문화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도 아동문학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재미와 감동, 문학성과 예술성 모두 잡은 작품이라는거죠!



제목에도 쓰인 다채로운 색상의 조랑말 '베르메유'. 처음 책을 접하기 전에는 혹시 프랑스에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 주변의 숲에서 따온건가?' 궁금했었는데, 책 마지막에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었어요.


메르베유.

경이롭고 경탄할 만하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 ‘메르베유’.

앨리스가 토끼굴을 통해 빠진 환상의 나라,

신비의 나라 원더랜드를

프랑스에서는 ‘메르베유의 나라’라고 표현한답니다.

<베르메유의 숲> 옮긴이의 작은말 중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뜻하는 프랑스어 <Les aventures d’Alice au pays des merveilles>에서 영감을 받아 언어유희로 탄생한듯한 베르메유. 그래서인지 이 작품 곳곳에 고전에 대한 오마쥬와 체취 같은게 느껴집니다.


마투 황제의 모습에서는 <피터팬>에 나왔던 덜 성숙한 어른인 ‘후크 선장’이 엿보이고, '망각의 평원'에 머물러 있는 길 잃은 아이들의 모습에선 네버랜드에 머물던 집없는 소년들이 떠오르죠. 모험의 마지막 관문인 '할망구들의 막집'은 엣이야기 속 영웅들이 사건 해결의 관문 격인 마녀들(!)의 모습도 스칩니다.



가두면 빛을 잃고, 강요 받는 것을 질색하는 영롱한 베르메유.

고단한 삶에 쫓겨 억지로 무언갈 하고 있는 내 자신도 점점 빛을 잃는 것은 아닌지,

마음 속 상상의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삶을 사는 건 아닌지...

마치 모험을 망각한 우리의 삶은,

잡혀서 억지로 해야만 하는 베르메유의

어색한 공연을 보는 것 같습니다.


<베르메유의 숲> 옮긴이의 작은 말 중에서


혹시 여러분도 '갇혀서 빛을 잃은 베르메유' 같지 않으신가요?

단조로운 삶에 갇혀 잊어버린 나의 꿈, 잃어버린 나의 색...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을 다시 되찾고 싶으시다면, 이 핑크빛 책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베르메유들이 뛰노는 그 곳, <베르베유의 숲>에서 그 시절의 아련함과 즐거움을 다시 누리게 되실거예요.

*본 서평글은 꽃님이네책장과 바둑이하우스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멋진 그래픽노블 작품을 발빠르게 출간해주신 바둑이하우스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과

서평 이벤트를 진행해주신 꽃님이네책장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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