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는 처음이라
마르타 알테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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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알테스’하면 <안돼>라는 그림책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강아지는 자신이 가족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는 다르게 그림으로 묘사되는 행위들은 독자들에게 웃음과 경악을 동시에 안겨주죠.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_) 강아지가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소동과 가족들이 ‘안돼’를 외치는 모습이 대비되면서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며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담아냈습니다.



반려견을 키워보신 분들은 <안돼>의 면지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개에 관련된 모든 동작이 표현되어 있는 앞뒤 면지를 보면 작가의 관찰력과 표현력에 한 번, 작가의 개에 대한 사랑에 두 번 놀라게 된다면서 말이죠.

이렇게 개를 사랑하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마르타 알테스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개 플록을 그림책에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어요. 스페인 집에 있는 플록과 꼭 닮은, 커다란 털북숭이가 주인공인 <이 동네는 처음이라>.


표지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크고 거대한 이 흰 개가 바로 주인공이예요. 높은 건물들이 서있는 도시의 횡단보도,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에 걸음을 멈춘 하얀 개가 보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낯선 하얀 개가 신기한지 슬쩍 눈을 돌리고 있지만, 누구 하나 관심 갖고 말을 걸거나 손 내밀진 않아요. (뒤표지까지 펼쳐보면 조금 다르지만요.) 그래도 <안돼>에 나오는 강아지처럼 이 하얀 개도 긍정적인 개일 것 같지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이야기는 뒤돌아보며 어깨너머 어딘가로 시선이 가 있는 하얀 개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딘가에서 떠나온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이 개는 높은 건물이 우뚝 서있는 새로운 동네를 마주하게 됩니다. 대도시처럼 보이죠?



오랜 여행을 마치고, 꽤 큰 동네에 도착한 하얀 개. 제가 처음 서울로 올라갔을 때 느꼈던 별세상을 지금 그림책 속 하얀 개가 느끼는 것 같아요. 조금은 흥분한 상태인 것 같죠? 빨간 2층 버스가 다니는 이 도시는 아마도 영국인 것 같습니다. 이 도시는 모두가 바쁘고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집 없는 하얀 개는 혼자 흥분된 상태로 새로운 도시 곳곳을 둘러봅니다. 그는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도착한 동네를 둘러볼 때 우리가 그러하듯, 하얀 개는 주변을 묻고, 동네 곳곳을 살펴봅니다. 이 장면에서 '마르타 알테스식' 유머를 찾을 수 있어요. 하얀 개의 이야기와 그림속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든요.


멋진 광경, 아름다운 소리, 색다른 냄새... 하지만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덩치 큰 하얀 이방인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들 나름 바쁘거든요. 하얀 개를 마주하고 이야기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요. 하얀 개도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가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합니다. 바쁘고 활기찬 도시에 그를 위한 공간은 없어 보이죠. 활기찬 도시는 새롭지만 한편으론 외롭습니다.


언어의 장벽, 외모의 다름, 문화적 차이... 이 모든 것이 하얀 개와 이 도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커다란 하얀 개가 길을 잃은 한 소녀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죠.



하얀 개가 행한 작은 행동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요? 낯선 동네가 우리 동네로 바뀌는 그 과정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 책 <이 동네는 처음이라>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마르타 알테스가 느꼈던 대도시에서의 삶이 이 하얀 개에 투영되어 있는 듯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그림책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영국으로 건너간 그녀. 현재는 런던에 살면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영국에 처음 건너와 타국에서 느꼈을 감정들이 <이 동네는 처음이라>에 등장한 하얀 개에게서 보입니다.


개의 눈으로 본 복잡한 도시, 이사를 하고, 새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집을 찾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낯섬, 외로움.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겠지요. 그녀가 느꼈을 감정, 전해 받은 친절을 마르타 알테스는 <이 동네는 처음이라> 속에 따뜻한 그림으로 담아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처음은 누구나 다 어렵잖아요. 그 처음을 먼저 경험한 당신이 먼저 손 내밀어 주세요. 당신의 따뜻한 친절과 말 한마디가 이 동네가 낯선 누군가에게는 큰 힘과 도움이 될테니까요.

작은 친절과 관심이 따뜻한 세상을 만든다는 < 이 동네는 처음이라>. 붉은 필터를 씌워 놓은것 같은 도시가 그려진 면지는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요? ‘친절과 관심’으로 가득 차 따뜻해진 '우리 동네'라는 선물이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따뜻한 그림책 <이 동네는 처음이라> 였습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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