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어 네 마음
김효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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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그만큼 그 대상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높다는 의미이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자주 관찰했다는 뜻일 겁니다. ‘알고 싶은 마음은 앎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한다는데, 이 그림책 <알고 싶어 네 마음> 속 강아지 ‘초코’가 딱 그렇습니다.




앞표지 속 <알고 싶어 네 마음>이라는 제목은 정형화 되지 않은 마음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활자가 아니라 손글씨로 표현되었습니다. 마음이란 단어를 나타내듯 자음 ‘ㅇ’은 하트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고 표지 우측 하단에 활짝 열린 가방 속에서 연필, 숟가락, 책, 지갑 등이 튀어나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여러 물건 사이를 여기저기 누비는 강아지가 있는데 <알고 싶어 네 마음>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메인 캐릭터 ‘초코’입니다.


노란 앞면지에는 강아지 초코가 남자아이(진우)가 산책 중입니다. 아이는 산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혼잣말을 해요. “내일 말할까? 말하지 말까 말할까? 에잇, 말하지 말자. 그래도... 음...”이라고요. 궁금증에 페이지를 넘기면 왼쪽 귀퉁이에 결연한 표정으로 “그래, 결심했어! 내일은 꼭 학교에서...”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강아지 초코는 그런 아이를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요.


이어 등장하는 속표지 속 제목과 가방. 강아지 초코도 아이도 아닌 가방이 나오는데, 이 가방이 <알고 싶어 네 마음> 속 사건과 갈등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중요한 소품이랍니다.


강아지 초코는 소파에 올라가 창밖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초코가 기다리는 존재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진우랍니다. ‘오늘은 진우와 무엇을 하고 놀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차에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초코는 진우를 향해 신나게 달려가요. 그런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진우가 이상합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해결되지 못한 일에 속을 끓이듯 ‘끙’하는 소리와 함께 소파에 뻗어 버려요. 진우가 이렇게 시무룩한 건 처음이라 강아지 초코는 깜짝 놀라며 진우를 살핍니다. 그리고 자신의 필살기(!)를 펼쳐요.

그림책 세상에서 펼쳐지는 위트 넘치는 설정! 강아지 초코는 진우의 책가방 속으로 들어가 진우가 겪은 일과 진우의 기분을 파악합니다. 명탐정 코난이 작은 단서들로 사건을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처럼 강아지 초코는 가방 속 물건들의 냄새를 통해 진우가 우울해 하는 이유를 추리해 갑니다.




진우의 지갑에서, 좋아하는 그림책(이스터에그랍니다. <미스터 팔롱의 판타스틱 의상실>은 2023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김효정 작가님의 또 다른 그림책)에서, 발표 준비물로 챙겨간 사진에서, 진우의 숟가락과 줄넘기, 필통 속 연필에서 찾은 다채로운 냄새들. 현실 세계에서는 맡을 수 없는 ‘신나신나 냄새, 후들후들 냄새, 두근두근 냄새’로 표현하셨는데, 이런 김효정 작가님의 익살 넘치는 표현은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합니다. 노란 앞뒤 면지 색처럼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초코와 진우의 감정 변화를 위한 다채로운 화면 분할과 구아슈 물감 위로 드러난 연필선은 만화적 설정과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뒷면지까지 놓쳐서는 안될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끝까지 꼼꼼히 읽어주세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사회생활의 시작점이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우리는 평생을 살아갑니다. 초코는 보이지 않는 진우의 우울한 마음을 읽으려 애써요. 진우를 향한 걱정에서 시작된 초코의 여정은 결국 진우가 마음을 표현하고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이끕니다.

저는 이 모습이 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주고받고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 같았어요. 자기 마음을 이해 받은 경험이 많은 아이일수록 아이와 부모의 감정적 연결은 단단하다고 하거든요. 이 결속이 강할수록 아이는 편안한 사람으로 커간다고 하고요. 그래서 우울해 하는 진우를 다그치기보다 진우의 주변을 살피고 기분을 공감해 주고 같은 편이 되어주는 초코의 행동에서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였어요. 정서적 교감의 과정이랄까요. 특히 이 장면 ‘진우가 좋으면 나도 좋다’는 초코의 말은 아이가 웃으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부모의 마음으로 다가왔답니다.



때로는 진우처럼, 때로는 초코처럼 주위의 존재들과 가벼운 마음이든 무거운 마음이든 함께 나누며 지냈으면 좋겠다는 김효정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알고 싶어 네 마음>. 마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유롭게 마음을 꺼내 놓고 소통하는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나눌 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따스한 그림책입니다.♡



*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의 그림책서포터즈 뭉끄 3기에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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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아이 스콜라 창작 그림책 88
사르탁 신하 지음, 김세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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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하면 자연스레 ‘불’이 그려집니다. ‘불같이 화를 내다’라는 관용적 표현도 있고 화가 났을 때 ‘열받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화를 내다’의 어원을 찾아보면 ‘火(불 화)를 + 내다’가 나옵니다. ‘무엇에 마음이 상하여 열을 낸다’는 풀이도 있고요. 실제로 화를 내면 우리 몸속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지며 혈압도 상승하죠.

이처럼 화를 낸다는 것은 내 안에 불을 질러 나를 태우는 것과도 같은데요, 시도 때도 없이 불타오르는 아이가 이 책 <불꽃 아이>에 등장합니다.



원제는 <The Boy on Fire> (2024년 6월, Flying Eye Books)로 인도에서 태어난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사르탁 신하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교사로 일하며 어린이들을 가까이에서 직접 만났던 경험들을 그의 작품에 담았는데, 이 작품은 특별히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쌓은 이야기래요.



불꽃 아이의 이름은 ‘틸’입니다. 틸에게서는 언제나 불꽃이 일어요. 이 불꽃은 틸이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는 기질을 의미하겠지요. 화가 많은 것일 수도 있고 표현이 강하거나 불같이 몰입해서 화끈하고 저돌적인 성격일 수도 있어요. 감정의 변화가 불꽃처럼 변화무쌍해서 그만큼 예민하고 까다롭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불꽃이 타오르는 틸은 일상생활 속에서 사소한 충돌을 마주합니다. 틸의 손에 닿기만 해도 모두 화르르 타버리고 친구들은 그런 틸을 피합니다. 보통의 친구들과 다른 모습을 가진 틸은 점점 고립됩니다.

남들과 다른 것도, 혼자가 되는 것도 어린 아이인 틸에게는 고통입니다. 쌓여가는 갈등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틸의 불꽃은 점점 더 커졌고 틸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요.


<불꽃 아이> 속 어린 틸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털어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일상에서 쌓인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미안함, 서운함, 불편함, 분노…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틸 안에서 소화되지 않고 누적되어 결국 폭발합니다. 하늘을 향해 마구마구 불을 뿜고 소리칩니다.



감정을 분출하는 틸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였는지, 강렬한 불빛 때문인지 틸을 향해 하늘에서 별 하나가 내려옵니다. 깜깜한 밤 하늘에 환하게 빛나는, 서로 닮은 모습의 별과 틸이 마주합니다. 별이 틸에게 자신처럼 빛난다고 말하는데 그 말에 틸은 이렇게 답해요.


그냥 불타는 거야

틸은 자신이 별처럼 빛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탄다고 해요. 그동안 쌓인 틸의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며 위축된 틸의 마음이 느껴지지요?

다행히도 별은 그런 틸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놀이’를 통해서요. 별과 틸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건강한 방법으로 '빛을 내는 법'을 별과의 놀이를 통해 알게 돼요. 그렇게 주위를 관찰하고 학습해서 자신을 통제하고 안전하게 자신을 나타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틸을 감싸고 있던 문제 상황들이 조금씩 변화합니다.

활활 불타오르기만 하던 틸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틸이 별과의 시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무엇일까요?

틸은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틸이 가진 불꽃은 타인과의 관계나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부정적인 불이 될 수도, 삶에 에너지원이 되는 긍정적인 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조절하기 힘든 감정과 기질에 주의를 기울이고 긍정적인 쪽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 역시 자신의 선택이고 노력이겠지요.


나의 불꽃이, 또 우리 아이의 불꽃이 <불꽃 아이> 속 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삶을 빛나게 해주길 바라며... 이 아름다운 그림책 서평을 마무리 합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위즈덤 하우스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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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잠에게
박새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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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고, 대문호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잠은 세상의 모든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고 했는데 수면 부족, 수면장애, 불면증 등으로 ‘잠의 기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을 찾아 삼만리'를 한답니다.




산들바람이 부는 광활한 목초지에 민들레 홀씨가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습니다. 표지 중앙에는 민들레 홀씨 위에 까만 존재감을 뽑내며 주인공이 누워 있어요. 얼핏 보면 쉼표(,) 처럼 보이는 이 캐릭터는 눈을 살포시 감고 있는데 무척이나 평온해 보입니다.



책을 펼치면 가로로 긴 그림이 막힌 데 없이 넓고 탁 트인 공간을 드러냅니다. 아름다운 그림 위로 제목인 <오늘의 잠에게>라는 글자와 주인공 ‘까만 존재’에만 특별히 투명 잉크가 덧입혀져 돌출되어 반짝 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앞뒤 면지에는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앞면지에는 이 책을 쓰고 그린 박새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이 자리잡고 있고 뒷면지에는 판권 정보가 우주의 성단, 은하의 모습처럼 물결치듯 수록되어 있어요. 가로 세로 반듯한 일렬정렬이 아니라 더 매력적입니다. 💕





이야기는 '잠'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잠자리 '침대’가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속표지 속 침대는 비어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이 침대의 주인이자 화자인 아이가 한 명 등장해요. 침실에 난 창밖으로는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고 있고 아이는 인사해요. "안녕, 잠!"이라고요. 침대에 누워 있지만 아직 잠이 오지 않는지 아이는 잠에게 말을 겁니다.


'잠(너)'은 매일 밤마다 우리를 찾아오고, 어둠이 오는 길을 따라 달리며 깨어있는 모든 것들을 재운다고요. 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물론이고 황새도, 지렁이도, 굴뚝 위에 앉은 고양이도 예외없이 잠든데요.

손에는 반짝이는 지팡이를 쥐고 세상에 모두에게 잠을 선사하는 캐릭터 '잠'을 보면서 윌리엄 조이스의 <가디언즈와 잠의 요정 샌드맨>에 등장하는 '잠의 요정 샌드맨'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꿈모래를 뿌려 악몽으로부터 지구 어린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샌드맨과 반짝이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잠을 선사하는 캐릭터 '잠'.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만큼 캐릭터 설정도 재미있고 그 모습도 무척 사랑스러워요~💕



자신의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던 '잠'은 잠든 고양이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불현듯 놀라고 마는데요! 다른 존재들을 다 재우고 다니지만 정작 자신은 잠들지 못함을 깨닫게 된 것이죠. 어떻게 자는 것인지, 잠들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잠’이 물어보려고 다가가는 순간 상대는 zZZ 잠들고 말아요. 물어보고 싶은데 물을 수 있는 존재가, 가르쳐줄 대상이 없습니다.


이때부터 ‘잠’의 ‘잠에 대한’ 노력, 도전, 집착이 진행됩니다. 두 팔을 몸통에 딱 붙이고 같은 자세로 잠을 청합니다. 잠은 보송보송한 병아리 떼 위에도, 푹신한 산타 수염 위에도, 빵빵한 쓰레기 봉투 위에도, 평평한 게르 위에도 누워봅니다. 바오밥 나무 꼭대기, 열기구 위, 왕의 침대 위나 매운 연기 위도 도전합니다. 자장가를 듣거나 명상을 해보기도, 잠자는 최적의 온도를 찾기 위해 아마존강의 따뜻한 물결 위에도, 시베리아의 찬 바람 위에도 자신을 뉘입니다.



모두가 잠든 밤, 다른 이들의 잠을 책임지는 자신만 잠들지 못해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결국 세상 한 바퀴를 돌고 지친 몸으로 잠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남들은 다 재워도 자신은 재울 수 없었던 ‘잠’은 과연 잠들 수 있었을까요? 이야기의 어떻게 끝날까요??

박새한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잠’을 단순하면서도 귀엽게 형상화 했습니다. 그리고 잠드는 순간, 그 과정을 위트있고 공감되게 담았어요. '기차가 달리는 소리'라는 표현과 그 그림에서 많이 공감했고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아이도 책 다 읽고 나서 다시 넘겨 찾아보게 됩니다. 첫 장면에서 말똥말똥했던 아이의 눈은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겨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그림 찾기'를 해볼 수 있어요. '그믐달'이 마지막 아이의 방 장면에서도 등장합니다. 별이 총총했던 밤하늘이 그믐달이 뜰 시간까지 지났다는 거겠죠. 아이 머리맡에 하얀 덩어리는 흰 고양이 였고 그 고양이도 아이와 함께 '새근새근' 잠듭니다. 액자 속 그림도 달라져 있는데요, 처음 아이 방의 풍경 속 액자에는 민들레 홀씨가 담겼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액자에 꽃 한송이가 펴 있습니다.

멋지게 쓰인 장문의 장도, 화려한 선율이 그려진 악보에도 '쉼표'는 꼭 들어 있지요. 우리 삶에서의 쉼표는 바로 잠일 것입니다. 잠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체력적, 정신적 힘을 얻고 잠이 행복을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박새한 작가님은 책뒤표지에 "안녕, 잠! 고마웠어" 라는 글을 남기셨나봐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살며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중인 박새한 작가의 그림책은 <아빠 풍선>에 이번 <오늘의 잠에게>가 두번째 책입니다. 더 특별한 것은 프랑스와 한국 두 출판사에서 2024년에 동시에 출간됐다고 해요. 참고로 프랑스판 제목은 <Coucou Sommeil>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박새한 작가는 모양자를 이용해 잉크로 선을 그리고 선명하지만 부드럽게 번지는 마커로 색을 올렸습니다. 박새한 작가님만의 동글동글 프레임, 그림 속에서 소소한 이야기와 디테일, 단순함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가로가 긴 판형을 이용해 시원하게 펼쳐지는 멋진 하늘빛과 지평선, 다채로운 풍경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화자인 아이가 '오늘의 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지막 한 마디를 <오늘의 잠에게> 그림책을 통해 꼭 확인해보세요~! 😊




*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가 진행한 그림책서포터즈 뭉끄 3기에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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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
군타 슈닙케 지음, 안나 바이바레 그림, 박여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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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곱게 차려입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이네스’ 인데요, 책제목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를 곧 외칠 예정입니다. 과연 누굴 만나 저 말을 건낼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이 책의 글을 쓴 군타 슈닙케(Gunta Šnipke) 작가와 그림을 그린 안나 바이바레(Anna Vaivare) 작가 모두 라트비아에서 ‘건축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글 작가 군타 슈닙케는 리예파야(Liepaja)를 거점으로 도시 경관 개발에 참여하거나 건축 관련 기사와 평론을 쓰면서 시와 희곡 작업도 하고 그림작가인 안나 바이바레 역시 건축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네요. 두 작가가 모두 ‘건축가’임을 알고 제목을 다시 본다면, '문을 두드리고 집 지으러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유추 가능합니다. 바로~ 건축사 사무실이겠지요?!




이네스가 검은 머리에 까만 뿔테 안경을 쓴 인물과 인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네스는 처음 만난 건축가에게 대뜸 이런 말을 던집니다.


건축가는 일하기 참 쉽겠어요. 그냥 집만 쓱쓱 그리면 되잖아요?

집 짓기를 의뢰하기 위해 건축가를 찾은 예비 건축주 이네스. 건축가에게 이네스는 '갑 오브 더 갑'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위해 일할 건축가에게 대뜸 '일하기 참 쉽겠다'고 말하다니... 이네스는 ‘집 짓는 일, 건축’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잘 모르니까 건축가 앞에서 저렇게 용감하게 이야기하는 거겠지요?

다행히 검은 옷을 입은 건축가는 이런 무례한 건축주를 만나는 것이 처음은 아닌가 봅니다.


이네스는 그러니까 지금 바로 자기 집을 그려달라고 했어요.

이네스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군요.

이네스는 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뿅 하고 나타나는 줄 아나 봐요.


'집을 짓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모르는 것은 집을 처음 지어보는 이네스나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나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집 외관이나 조경, 인테리어 등이 스케치 한 번에 뚝딱 완성될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베테랑 건축가(그림책 속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인 책 속 화자는 건축을 쉽게 보는 이네스의 생각을 바로 잡습니다. 끝없는 질문을 통해서요.


우선 집을 지을 위치(언덕 위,바다)과 주재료(통나무, 흙집, 벽돌)를 묻습니다. 첫 질문부터 이네스는 대답이 막힙니다. 지금부터 생각해 볼 것이라고 답하죠. 하지만 건축가는 이네스 같은 건축주를 많이 만났나 봅니다. 답을 주저하는 이네스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질문들을 이어갑니다.

집에 혼자 살 것인지, 남편과 사는지, 친척이 더 있는지, 일년내내 머무는지, 여름이나 특정 시즌에만 머무는 별장인지, 게스트 룸은 몇 개나 필요한지… 이네스가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질문들이었죠. 그러면서 질문은 더욱 세밀해집니다. 저녁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그 취미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지, 반려동물에 대한 물음도 빠지지 않지요.

건축가의 끝없는 물음에 머뭇거리던 이네스는 약간의 반발심이 인 듯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

집을 짓는 데 정말로 이 모든 걸 알아야 하나요?


이에 당연하다고 맞받아치며 건축가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고 이네스가 상상하던 집은 커지고 커져서 4쪽 펼침화면에 겨우 다 들어갈 정도가 되었어요. 😐



거대한 집 평면도를 마주한 후에야 이네스 스스로가 자신이 집에서 진정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건축가의 물음을 통해 이네스가 현실적인 깨달음을 얻은거죠. 마치 상대가 잘 모르는 것을 자각하도록 하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산파술) 같았다고 할까요.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는 집 짓는 일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하는것 같지만 이네스의 집 짓는 이야기는 단순히 ‘집’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해서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 어떤 사람과 만나서 어떤 결혼생활을 이어갈 것이냐, 더 크게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 갈 것인가로 뻗어갈 수 있습니다.

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뿅 하고 지어지지 않는 것처럼 꿈이나 인생도 단번에 '짠'하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건축가가 쉼없이 던지는 질문의 요지는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이고 ‘본인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 입니다. 건축가가 사람과 사물사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연상하며 집을 짓는 과정은 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찾는 과정과 같아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옮긴이 박여원님도 이 책 마지막 이와 관련된 글을 남겼습니다.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 가는 과정이었을 거예요.


두 건축가가 직접 쓰고 그린 내 집 짓기와 건축에 관한 흥미롭고 유익한 그림책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 알찬 내용이 가득한 독후 활동지도 초판 한정으로 독자들에게 선물 드리니까 놓치지 말고 꼭 누리세요!!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래아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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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책이야! - 2024 개정 초등 1-2 국어 국정교과서 수록 도서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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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이렇게 묻죠.

"왜 꼭 책이어야 해요? 책이랑 동영상이랑 뭐가 달라요? 스토리는 똑같잖아요."

화려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영상매체보다 책이 더 좋은 이유를 뭐라고 설명하시겠어요?


사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책을 보든 영상을 보든 아이는 똑같이 '보는' 행위를 하지만 이후 펼쳐지는 사고의 확장, 상상의 세계는 확연히 차이가 나죠. 단순히 주어진 영상 속에 갇혀버리느냐,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상상해서 나만의 세계를 가지냐의 차이 아닐까요?


이런 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에 대해 이야기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칼데콧 아너상,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뉴욕타임즈 최고의 그림책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레인 스미스 작가의 <그래, 책이야!>입니다.



원제는 <IT’S A BOOK>으로 2010년에 출간됐고, 국내판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그래, 책이야!>라는 제목으로 2011년 번역 출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2010년에는 IT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확산되며 새로운 모바일 미디어들이 각광을 받던 시기였지요. 디지털 언론들이 호황을 맞았었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손에 책보다는 작은 스마트폰들이 쥐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손안에 작은 세상’에 열광하기 시작한 그때, 작가 레인 스미스는 뉴미디어 시대에도 살아남을 '책'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그래, 책이야!> 속에는 단 세 개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날렵하고 예민해보이는 동키와 동글동글 유순해 보이는 몽키, 그리고 감초같이 등장하는 작고 귀여운 마우스. 단순하고 귀여운 이 캐릭터들이 독자들에게 ‘책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죠.


빨간 의자를 마주한 메인 캐릭터 둘이 등장합니다. 우리 아이들처럼 디지털 기계에 더 친숙한 동키와 책을 읽고 있는 몽키입니다. 노트북을 손에 든 동키는 책을 가리키며 독서 중인 몽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책에 관심 있어 보이죠?


몽키는 책에 대해 궁금한 것이 꽤 많습니다. 스크롤은 어떻게 하는지, 블로그를 할 수 있는지, 마우스는 어디 있으며 게임이나 트위터는 할 수 있는지, 메일은 보낼 수 있는지? 음악 재생은되는지 말이죠.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하나 하나 설명하기 답답해진 몽키는 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여줍니다. 그러자 동키는 글자가 왜 이렇게 많으냐며 컴퓨터 문자를 조합해 만든 그림 기호인 이모티콘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버리죠. 이렇게요.



우리말도 줄이고 글자도 이미지화해서 표현하며 드라마도 영화도 유튜브에서 요약 동영상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아서 웃픈 장면이었어요.

동키는 계속해서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렇게 책에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끝없이 질문을 하던 동키는 어느새 책에 빠져듭니다. 두 페이지에 펼쳐진-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 뽑는 부분입니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부터 5시 30분이 지난 시간까지... 장시간 5시간 이상을 책 속에 빠져 ‘몰입’하는 동키의 모습이에요.

비밀번호도, 별명(닉네임)도, 충전도 없이도 긴 시간 몰입할 수 있는 책! 저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책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뉴미디어가 무조건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전통적인 독서가 필요하고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두껍고 견고한 표지를 펼쳐 책 장을 넘기고 조용히 책 속에 빠져들며 몰입하는 독서를 통해 아이는 특별한 기계 없이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세상 말입니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유머러스한 진행, 진지한 주제로 채워진 2011년 책 <그래, 책이야!>. 판권면을 유심히 찾아보니 2024년에 18쇄를 찍었더군요. 출간된지 10여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를, 사람들이 이 책을 찾는 까닭을 여러분도 꼭 찾으셨으면 합니다. 책을 펼쳐서 말이죠~💕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가 진행한 그림책서포터즈 뭉끄3기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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