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어 네 마음
김효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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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그만큼 그 대상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높다는 의미이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자주 관찰했다는 뜻일 겁니다. ‘알고 싶은 마음은 앎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한다는데, 이 그림책 <알고 싶어 네 마음> 속 강아지 ‘초코’가 딱 그렇습니다.




앞표지 속 <알고 싶어 네 마음>이라는 제목은 정형화 되지 않은 마음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활자가 아니라 손글씨로 표현되었습니다. 마음이란 단어를 나타내듯 자음 ‘ㅇ’은 하트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고 표지 우측 하단에 활짝 열린 가방 속에서 연필, 숟가락, 책, 지갑 등이 튀어나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여러 물건 사이를 여기저기 누비는 강아지가 있는데 <알고 싶어 네 마음>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메인 캐릭터 ‘초코’입니다.


노란 앞면지에는 강아지 초코가 남자아이(진우)가 산책 중입니다. 아이는 산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혼잣말을 해요. “내일 말할까? 말하지 말까 말할까? 에잇, 말하지 말자. 그래도... 음...”이라고요. 궁금증에 페이지를 넘기면 왼쪽 귀퉁이에 결연한 표정으로 “그래, 결심했어! 내일은 꼭 학교에서...”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강아지 초코는 그런 아이를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요.


이어 등장하는 속표지 속 제목과 가방. 강아지 초코도 아이도 아닌 가방이 나오는데, 이 가방이 <알고 싶어 네 마음> 속 사건과 갈등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중요한 소품이랍니다.


강아지 초코는 소파에 올라가 창밖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초코가 기다리는 존재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진우랍니다. ‘오늘은 진우와 무엇을 하고 놀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차에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초코는 진우를 향해 신나게 달려가요. 그런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진우가 이상합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해결되지 못한 일에 속을 끓이듯 ‘끙’하는 소리와 함께 소파에 뻗어 버려요. 진우가 이렇게 시무룩한 건 처음이라 강아지 초코는 깜짝 놀라며 진우를 살핍니다. 그리고 자신의 필살기(!)를 펼쳐요.

그림책 세상에서 펼쳐지는 위트 넘치는 설정! 강아지 초코는 진우의 책가방 속으로 들어가 진우가 겪은 일과 진우의 기분을 파악합니다. 명탐정 코난이 작은 단서들로 사건을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처럼 강아지 초코는 가방 속 물건들의 냄새를 통해 진우가 우울해 하는 이유를 추리해 갑니다.




진우의 지갑에서, 좋아하는 그림책(이스터에그랍니다. <미스터 팔롱의 판타스틱 의상실>은 2023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김효정 작가님의 또 다른 그림책)에서, 발표 준비물로 챙겨간 사진에서, 진우의 숟가락과 줄넘기, 필통 속 연필에서 찾은 다채로운 냄새들. 현실 세계에서는 맡을 수 없는 ‘신나신나 냄새, 후들후들 냄새, 두근두근 냄새’로 표현하셨는데, 이런 김효정 작가님의 익살 넘치는 표현은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합니다. 노란 앞뒤 면지 색처럼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초코와 진우의 감정 변화를 위한 다채로운 화면 분할과 구아슈 물감 위로 드러난 연필선은 만화적 설정과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뒷면지까지 놓쳐서는 안될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끝까지 꼼꼼히 읽어주세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사회생활의 시작점이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우리는 평생을 살아갑니다. 초코는 보이지 않는 진우의 우울한 마음을 읽으려 애써요. 진우를 향한 걱정에서 시작된 초코의 여정은 결국 진우가 마음을 표현하고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이끕니다.

저는 이 모습이 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주고받고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 같았어요. 자기 마음을 이해 받은 경험이 많은 아이일수록 아이와 부모의 감정적 연결은 단단하다고 하거든요. 이 결속이 강할수록 아이는 편안한 사람으로 커간다고 하고요. 그래서 우울해 하는 진우를 다그치기보다 진우의 주변을 살피고 기분을 공감해 주고 같은 편이 되어주는 초코의 행동에서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였어요. 정서적 교감의 과정이랄까요. 특히 이 장면 ‘진우가 좋으면 나도 좋다’는 초코의 말은 아이가 웃으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부모의 마음으로 다가왔답니다.



때로는 진우처럼, 때로는 초코처럼 주위의 존재들과 가벼운 마음이든 무거운 마음이든 함께 나누며 지냈으면 좋겠다는 김효정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알고 싶어 네 마음>. 마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유롭게 마음을 꺼내 놓고 소통하는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나눌 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따스한 그림책입니다.♡



*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의 그림책서포터즈 뭉끄 3기에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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