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소년 국민서관 그림동화 242
막스 뒤코스 글.그림, 류재화 옮김 / 국민서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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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뒤코스(Max Ducos).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모험과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모험과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에서는 한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비밀 열쇠와 쪽지를 발견하며 보물찾기 하듯 집 안팎 곳곳을 탐색하고,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에서는 미술관으로 견학 간 엘루아가 명화들 속에서 숨은 천사를, <비밀의 정원에서>는 성의 비밀을 풀고 싶어 하는 플로라와 파올로가 정원에서 단서를 찾아다닙니다. <모래 언덕에서의 특별한 모험>에서는 한 소년과 떠돌이 개의 조우를 통해 놀라운 사건이 펼쳐지고, <한 밤의 왕국>에서는 어린 시절 한번은 꿈꿔봤을 ‘아무도 없는 밤에 학교를 탐험하는’ 말썽쟁이 아쉴이 등장해요. 그뿐인가요. 아예 독자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툭 던져놓고 독자들이 이야기를 직접 만들게 한 <내가 만든 1000가지 이야기>까지... 막스 뒤코스의 작품 속에서는 언제나 추리와 모험, 놀이가 융합되어 환상의 세계가 열립니다.


프랑스 아동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가 2020년 또 다른 모험이야기를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바로 <등대 소년>이죠.




가느다란 밧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사람. 페이지 전체를 차지한 거대한 건물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구도로 이 등대가 얼마나 거대하고 높은지 한 눈에 보여주며, 우리 독자의 시각에서처럼 누군가 바다 아래서 저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게 합니다. 부서지는 파도 사이에 아서왕의 제왕의 검처럼 바위에 비스듬하게 꽂혀 있는 검도 보이는데요, 바다와 검, 등대와 소년... 막스 뒤코스의 놀라운 모험의 세계가 그렇게 펼쳐집니다.



알리제 누나의 방에서 매몰차게 쫓겨나는 주인공 티모테. 우애 좋던 남매 사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누나의 심경변화로 소소한 변화가 생깁니다. 자상하게 놀아주고 돌봐주던 누나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고, 티모테는 그런 누나의 관심을 끌고 싶어 ‘아름다운 모험’이라는 커다란 배를 그립니다. 하지만 누나는 관심을 주지 않고 화가 난 티모테는 벽에 붙인 그 그림을 확 떼어버립니다.

첫 장면에 등장한 티모테의 방을 잘 봐주세요. 전형적인 아이의 방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티모테의 배에 대한 관심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벽에 걸린 액자에도, 베개 커버에도, 탁자 위와 옆에 놓인 책들, 여기 저기 흩어진 장난감과 책상 위에 실루엣으로 남아있는 배모형까지. 티모테의 일상에는 항상 ‘배’가 있어요. 누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배를 그렸지만, 누나의 쌩한 반응은 그동안 얼마나 자주 이런 일이 반복되어 왔는지를 엿볼 수 있어요.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남매간의 소소한 실랑이. 작가 막스 뒤코스는 이런 현실적인 사건 속에 환상의 공간을 슬쩍 집어넣습니다. 그림을 떼어내다 뜯긴 벽지 뒤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죠. 바위를 향한 통로는 티모테와 우리를 이국적이며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데려다줍니다.


 

진한 파란색의 바다와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 구름 낀 하늘 한 조각들은 평면으로 된 그림임에도 입체적으로 보이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끕니다. 섬세하지만 깊이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데요, 작가 막스 뒤코스 작가의 특기라 할 수 있는 구아슈화를 이용해 푸른 바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해 냈어요. 구아슈화는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을 그려 투명한 수채물감과는 다른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기법을 말하는데요, 특유의 산뜻함과 밝음, 붓놀림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라고 해요. 털이 거친 붓으로 그리면 약간만 칠해도 효과적인 임파스토(그림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화법)이 가능해서 강한 질감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진한 파란색의 바다와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 구름 낀 하늘 한 조각들은 평면으로 된 그림임에도 입체적으로 보이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끕니다. 섬세하지만 깊이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데요, 작가 막스 뒤코스 작가의 특기라 할 수 있는 구아슈화를 이용해 푸른 바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해 냈어요. 구아슈화는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을 그려 투명한 수채물감과는 다른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기법을 말하는데요, 특유의 산뜻함과 밝음, 붓놀림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라고 해요. 털이 거친 붓으로 그리면 약간만 칠해도 효과적인 임파스토(그림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화법)이 가능해서 강한 질감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벽지 뒤에 숨어 있던 세계에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거대한 바위 언덕 넘어 에는 등대가 우뚝 솟아있었고요. 언덕과 등대 사이에는 널빤지와 밧줄로 만든 구름다리가 있었습니다. 티모테는 조심조심 구름다리를 건너갑니다. 그리고 등대에서 모르간이라는 또 다른 소년을 만납니다.

수평선 넘어 있는 오를레앙드 섬에서 온 모르간은, 자신이 어떤 일을 겪고, 왜 등대에 머물게 되었는지를 티모테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두 소년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오를레앙섬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며 성장하게 되지요. 과연 모르간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오를레앙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환상의 세계로 발을 들인 티모테는 이 모험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될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직접 이 책의 마지막을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스포 방지 차원에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설명하지 않을게요.)



제가 <등대 소년>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을 꼽자면 어리광쟁이 막내 티모테의 변화입니다. 모르간과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티모테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이런 자유를 느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중략)

나는 이런 야망을 품어 본 적이 없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뭐든 할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티모테의 말 중에서


누나와 투닥거리고 나서 풀죽은 티모테는 일반적인 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가 나는 대로 그림을 찢어버리다 벽지까지 찢어버린 보통의 아이죠. 이 책을 읽는 꼬마 독자들처럼요. 하지만 평범한 티모테는 큰 뜻을 품은 모르간이 특별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조금씩 변합니다. 주인공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설정은 막스 뒤코스의 이전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어요. 아마도 작가는 조금은 부족한 우리들이 서로를 도우며 성장하고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싶은 것 같아요.



괴물같은 도데카푸스, 일각돌고래, 오를레앙드 섬. 글밥도 많고 입에 붙지 않는 단어들이 등장해서 어린 친구들이 읽기엔 살짝 버거울 수도 있지만, 모험을 꿈꾸는 친구들이라면, 바다의 드넓음과 성장의 기쁨을 누리고픈 이들이라면 아마 이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거예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계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특별한 이야기. 우정과 도움, 자신과 대한 자신감과 형제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볼 수 있는 <등대 소년>.

코로나19로 또 다시 집콕 해야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어른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해드립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국민서관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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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유의 숲 -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상 수상작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1
까미유 주르디 지음,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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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보았던 대부분의 TV 애니메이션이나 명작동화, 옛이야기들까지...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났습니다. 주인공들의 여정은 늘 쉽지 않았어요.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과 유혹을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난과 역경을 넘어선 주인공은 결국에는 성장합니다. 고통을 이겨내고 경험이 쌓이며 한층 성숙해지는 것이지요.


오늘의 책 <베르메유의 숲>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도 다른 주인공들 마찬가지로 현실에 불만을 느끼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데요, 핑크빛 면지를 넘기면 그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모험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핑크빛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베르메유의 숲>, 지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표지 색이 참 예쁘죠? 파스텔 톤 수채화로 채색된 분홍, 파랑, 노랑. 이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파는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이 떠올랐습니다. 한 입 베어물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달콤함만 남기고 사라지는 솜사탕. 그 솜사탕 색과 닮아 있는 <베르메유의 숲>. 이 책에는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이라 부제도 붙어 있답니다.


이 책을 서점에서 보신 분이라면 처음에 두툼한 두께 때문에 놀라셨을 텐데요, 155쪽에 달하는 <베르메유의 숲>은 그래픽노블 작품입니다. 시각적인 표현을 뜻하는 ‘그래픽’과 기승전결 서사를 뜻하는 ‘노블’의 합성어로 만화책의 한 형태라 보시면 되는데요,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되는 것이 그래픽노블의 특징이라고 해요. (*나무위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만화책이지만 살짝 두껍고 소설처럼 뚜렷한 서사와 주제 의식도 지닌, 그래서 어른 아이 모두 함께 보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에요.



앞표지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베르메유의 숲>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앞표지 노란머리 친구가 당찬 주인공 ‘조’이고요, 무지개빛 장화를 신은 다리 여섯 개의 강아지 '퐁퐁', 츤데레 매력을 가진 여우 ‘모리스’랍니다. 뒤표지에서는 여러 조연들도 만날 수 있답니다.

이야기는 한적한 숲, ‘조’를 찾는 아빠의 부름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캠핑을 온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신데렐라처럼 새언니들과 새엄마를 얻게 된 조는 새로운 가족과 함께 하는 이 가족여행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조는 배낭을 메고 홀로 숲 속으로 떠납니다.


그 숲에서 우연히 꼬마요정을 만나 신비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회중시계를 가진 조끼 입은 토끼를 보고 호기심에 토끼굴 속으로 내려간 것처럼, 조 역시 요정들과 함께 터널을 통과해 숲 속 신비로운 세상 속으로 발을 들이게 됩니다.


환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숲 속 세계는 처음에는 즐겁고 신기했어요.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숲 속 세상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문제들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숲 속에는 자유롭게 들판을 달리는 알록달록 조랑말 ‘베르메유’를 가두어 자신의 생일 파티를 빛내려는 독재자 고양이 ‘마투 황제’가 있고, 그에게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잡혀갑니다. 잡혀간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여우 모리스와 숲속 친구들. 그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마투 황제의 손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요? 갇혔 있던 베르메유들은 어떻게 될까요? 주인공 소녀 조는 모험의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될까요?


조각조각 나눠진 프레임 안에 가득한 그림들과 이야기들. 작가 까미유 주르디는 다채로운 시점과 화려한 색채로 단조로움을 깨며 독자들의 눈길을 끝까지 사로잡습니다.

특히나 이 책 표지를 보면 "2020 볼로냐 라가치상"이라는 스티커가 보이실거예요. 라가치상 코믹부문 수상작이구요, 프랑스 5대 국제문화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도 아동문학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재미와 감동, 문학성과 예술성 모두 잡은 작품이라는거죠!



제목에도 쓰인 다채로운 색상의 조랑말 '베르메유'. 처음 책을 접하기 전에는 혹시 프랑스에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 주변의 숲에서 따온건가?' 궁금했었는데, 책 마지막에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었어요.


메르베유.

경이롭고 경탄할 만하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 ‘메르베유’.

앨리스가 토끼굴을 통해 빠진 환상의 나라,

신비의 나라 원더랜드를

프랑스에서는 ‘메르베유의 나라’라고 표현한답니다.

<베르메유의 숲> 옮긴이의 작은말 중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뜻하는 프랑스어 <Les aventures d’Alice au pays des merveilles>에서 영감을 받아 언어유희로 탄생한듯한 베르메유. 그래서인지 이 작품 곳곳에 고전에 대한 오마쥬와 체취 같은게 느껴집니다.


마투 황제의 모습에서는 <피터팬>에 나왔던 덜 성숙한 어른인 ‘후크 선장’이 엿보이고, '망각의 평원'에 머물러 있는 길 잃은 아이들의 모습에선 네버랜드에 머물던 집없는 소년들이 떠오르죠. 모험의 마지막 관문인 '할망구들의 막집'은 엣이야기 속 영웅들이 사건 해결의 관문 격인 마녀들(!)의 모습도 스칩니다.



가두면 빛을 잃고, 강요 받는 것을 질색하는 영롱한 베르메유.

고단한 삶에 쫓겨 억지로 무언갈 하고 있는 내 자신도 점점 빛을 잃는 것은 아닌지,

마음 속 상상의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삶을 사는 건 아닌지...

마치 모험을 망각한 우리의 삶은,

잡혀서 억지로 해야만 하는 베르메유의

어색한 공연을 보는 것 같습니다.


<베르메유의 숲> 옮긴이의 작은 말 중에서


혹시 여러분도 '갇혀서 빛을 잃은 베르메유' 같지 않으신가요?

단조로운 삶에 갇혀 잊어버린 나의 꿈, 잃어버린 나의 색...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을 다시 되찾고 싶으시다면, 이 핑크빛 책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베르메유들이 뛰노는 그 곳, <베르베유의 숲>에서 그 시절의 아련함과 즐거움을 다시 누리게 되실거예요.

*본 서평글은 꽃님이네책장과 바둑이하우스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멋진 그래픽노블 작품을 발빠르게 출간해주신 바둑이하우스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과

서평 이벤트를 진행해주신 꽃님이네책장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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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없는 외출
휘리 지음 / 오후의소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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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없는 그림책, 사일런트 북입니다. 오롯이 그림으로만 이끌어가는 이야기, 그 울림이 궁금하시다면 얼른 펼쳐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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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열매 날개달린 그림책방 39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이카와 겐지 그림, 박종진 옮김 / 여유당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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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골고루 사랑받는 대상에게 우리는 자연스레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국민MC, 국민가수, 국민배우, 국민여동생, 국민첫사랑 등등….

오늘 만나 볼 <은행나무 열매>를 쓴 미야자와 겐지도 일본에서 ‘국민작가’라 불립니다. 국내에서는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은하철도의 밤>과 <비에도 지지 않고>가 알려져 있죠. 특히 전후 시기 피폐했던 일본인들의 마음을 다독였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는 우리나라에서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그러하듯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일본 전역에 시비가 세워질 만큼 사랑받고 있다고 해요.



<비에도 지지 않고>는 우리나라에도 두 권의 그림책으로 출간될 만큼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멍청이’라고 불리고 싶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내 것을, 나만의 것을 챙기는 사람보다는 남을 위해 나누고 희생하고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자신의 삶의 철학을 담아냈어요.



여유당 출판사에서 [미야자와 겐지 컬렉션1] <비에도 지지 않고>에 이어 [미야자와 겐지 컬렉션2] <은행나무 열매>를 2020년 이 가을에 선보였는데요, 미야자와 겐지 작가의 ‘희생과 나눔, 함께’라는 그의 철학은 그의 짧은 동화 작품인 <은행나무 열매>에서도 엿볼 수 있어요.



노란 은행열매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데요, 검고 굵은 선으로 표현된 은행나무 가지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꼬마열매들이 보이시죠? 이 책은 은행나무가 엄마로, 은행열매들은 그 아이들로 의인화 되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귀여운 그림 때문에 ‘가볍고 아기자기한 이야기 이겠구나.’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계절의 변화를 보며 미야자와 겐지 작가는 인생, 통과의례, 이별과 성장을 이 이야기에 녹여냈거든요.



열매가 가득달린 은행나무 가지가 그려진 면지를 넘기면, 동트기 직전의 새벽을 묘사한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별이 가득한 하늘, 사락사락 소리 내며 내리는 서리, 빛이 아직 비치기 직전의 새벽이라 그림은 검은색 바탕에 하얀 선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하늘도, 별도, 들판도, 은행나무도 글을 소리내어 읽다보면 어느새 색이 입혀집니다. 연한 도라지 꽃잎같은 색상으로 물드는 새벽하늘로 말이죠.



엄마 은행나무는 올 한해 천명의 은행열매 아이들을 키워냈고 그 아이들이 오늘, 북풍에 몸을 싣고 각자의 길을 떠나는 납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슬픈 마음을 아이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저 부채모양의 황금 머리카락을 모조리 떨굴 뿐... 아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덤덤히 뒤에서 응원하고 격려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먼 길을 여행하며 속앓이를 할 아이를 위해 박하물을 준비하고, 추위를 피하기 위한 외투와 구두, 빵도 챙겨줘요. 해가 떠올라 아이들이 떠날 시간이 되자, 죽은 듯 가만히 서 있는 엄마 은행나무. 담담히 이별을 받아드립니다.



반면에 엄마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가게 될 은행나무 열매들은 모험을 앞두고 분주합니다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고, 외투를 잃어버려 당황한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누구 하나 뒤쳐지거나 버려지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더 빨리, 더 멀리 떠나가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짐을 빼먹고 동동거리는 아이가 있으면 자기 것을 함께 하자고 도닥입니다. 너를 위해 내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아이들. 서로의 것을 바꿀 줄도 알고, 부족하면 함께 나눌 줄도 아는...작가가 바라는 '함께 하는 세상'을 열매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냈습니다.

좁은 교실 안에서도 아이들끼리 경쟁하고, 등수가 매겨지고, 친구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해야 내가 더 돋보일 수 있는다는 것을 아는 '나 먼저, 나부터'를 외치는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너와 함께', '우리 같이'를 보여주는 열매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은행나무 엄마는 그렇게 천명의 열매 아이들과 이별을 했고, 아이들은 북풍에 몸을 맡겨 여행을 떠나갑니다. 은행나무는 빈 가지만이 남아 있지요. 하지만 이야기의 마무리가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습니다. 은행나무 엄마의 삶도,새로운 곳에 터를 잡을 열매 아이들의 삶도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고, 그들의 인생은 다음해, 그 다음해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날테니까요.



국민작가의 글에 그림을 그린다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미야자와 겐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 오이카와 겐지가 멋지게 그려냈습니다.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아기자기하게 은행나무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냈는데요, 검정과 노랑, 회색빛을 기조로 은행나무 엄마, 새출발을 준비하는 열매 아이들, 그리고 북풍까지 위트있게 표현해 냈어요.


순수함을 지닌 '어린왕자'같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여유당 출판사의 [미야자와 겐지 컬렉션]을 통해 소개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들은 철학적이고 어렵다는 평이 많은데, 다행히 이 그림책 마지막 장에는 박종진 번역가의 작품 해설도 친절하게 실려 있어요. 그러니 부담갖지 마시고, 올 가을은 <은행나무 열매>를 찬찬히 음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꼭 소리 내서 읽으시구요. 그래야 미야자와 겐지의 감성이 더 짙게 베어나오거든요~♡

이상, 이 가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은행나무 열매> 서평글이었습니다.

* 본 서평글은 여유당 출판사에서 진생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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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뱉은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경자 지음 / 고래뱃속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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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후 ‘그 말을 하지 말걸 그랬어...’라며 후회하는 경험이 누구나 한 두 번씩 있을 거예요. 순식간에,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 입 밖으로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말’은 종종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만나게 될 그림책에서도 모든 사건의 시작은 누군가로부터 뱉어진 '이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얀 바탕의 표지에는 콩테로 그려진 검은 선으로 누군가의 입이 클로즈업 되어 있고, 입에서부터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덧쓰여진 것처럼 거칠고 진한 글자로 제목이 남겨져 있어요. <누군가 뱉은>.

아이와 한참을 이 표지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얀 종이에 그려진 까만색 선과 그림, 제목만으로 아이는 ‘누군가 뱉은’의 내용을 절반 이상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제목 안에 콕 찍어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뱉은 것이 ‘무엇’ 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내더라구요. 글과 그림이 주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겠지요?



앞면지를 펼치면 우리가 예상했던 그것이 뱉어집니다. 잔뜩 화가 난 한 남자가 뱉은 “꺼져!”라는 말. 그 말은 까만 덩어리로 상대방에게 뱉어졌고 ‘검댕이들’은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변 여기저기를 기웃거립니다.

만화처럼 분할 화면으로 비춰지는 검댕이들의 활약상... 세상에 내놓인 검댕이들은 그것을 뱉은 최초의 사람들처럼 거리낌이 없습니다. 검댕이들을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이들의 감정과 마음은 개의치 않아요. 쉽게 뱉어진 검댕이들에게는 자신들의 행동은 인간들과 하는 심심풀이 놀이인 듯 합니다.



면지에서 내뱉어진 초짜 검댕이 ‘꺼져’는 이런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럽습니다. 선배 검댕이들의 조언도 받아들이기 힘들죠. 검댕이 ‘꺼져’는 거친 검댕이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검댕이 ‘꺼져’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꼭~!! 직접 그림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ㅎㅎㅎ(뒷이야기는 스포스포~)


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날카롭게 뱉어진 말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날카로운 송곳처럼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경자 작가님 역시 첫 그림책 <누군가 뱉은>을 통해 ‘말의 힘’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에게 ‘예쁜 말을 써야해’라는 백 마디 말보다는 이 책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말 한마디가 어떻게 사람을 아프게 하고, 말 한마디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여러분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실테니까요. ^^


*본 서평글은 고래뱃속 출판사과 제이 그림책 포럼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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