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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뱉은 ㅣ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경자 지음 / 고래뱃속 / 2020년 9월
평점 :
일상생활 속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후 ‘그 말을 하지 말걸 그랬어...’라며 후회하는 경험이 누구나 한 두 번씩 있을 거예요. 순식간에,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 입 밖으로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말’은 종종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만나게 될 그림책에서도 모든 사건의 시작은 누군가로부터 뱉어진 '이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얀 바탕의 표지에는 콩테로 그려진 검은 선으로 누군가의 입이 클로즈업 되어 있고, 입에서부터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덧쓰여진 것처럼 거칠고 진한 글자로 제목이 남겨져 있어요. <누군가 뱉은>.

아이와 한참을 이 표지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얀 종이에 그려진 까만색 선과 그림, 제목만으로 아이는 ‘누군가 뱉은’의 내용을 절반 이상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제목 안에 콕 찍어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뱉은 것이 ‘무엇’ 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내더라구요. 글과 그림이 주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겠지요?

앞면지를 펼치면 우리가 예상했던 그것이 뱉어집니다. 잔뜩 화가 난 한 남자가 뱉은 “꺼져!”라는 말. 그 말은 까만 덩어리로 상대방에게 뱉어졌고 ‘검댕이들’은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변 여기저기를 기웃거립니다.
만화처럼 분할 화면으로 비춰지는 검댕이들의 활약상... 세상에 내놓인 검댕이들은 그것을 뱉은 최초의 사람들처럼 거리낌이 없습니다. 검댕이들을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이들의 감정과 마음은 개의치 않아요. 쉽게 뱉어진 검댕이들에게는 자신들의 행동은 인간들과 하는 심심풀이 놀이인 듯 합니다.

면지에서 내뱉어진 초짜 검댕이 ‘꺼져’는 이런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럽습니다. 선배 검댕이들의 조언도 받아들이기 힘들죠. 검댕이 ‘꺼져’는 거친 검댕이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검댕이 ‘꺼져’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꼭~!! 직접 그림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ㅎㅎㅎ(뒷이야기는 스포스포~)

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날카롭게 뱉어진 말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날카로운 송곳처럼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경자 작가님 역시 첫 그림책 <누군가 뱉은>을 통해 ‘말의 힘’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에게 ‘예쁜 말을 써야해’라는 백 마디 말보다는 이 책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말 한마디가 어떻게 사람을 아프게 하고, 말 한마디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여러분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실테니까요. ^^
*본 서평글은 고래뱃속 출판사과 제이 그림책 포럼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