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브루너 일러스트레이터 2
브루스 잉먼 외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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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고르던 어른들이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며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죠.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쉽고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그림책의 세계. 그래서 최근 그림책을 공부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작가 연구모임이나 강의를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한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작품 더 깊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저도 몇 년 째 이어가고 있는 그림책모임에서 작가 연구를 매달 이어왔는데, 이번에 이 책을 만나고 ‘왜 이 작가를 빼놓고 있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섯 살 아래 막냇동생이 아기였을 때도 이 캐릭터가 그려진 그림책이 저희 집에 있었고, 세월이 훌쩍 지나 제 아이가 아기였을 때도 이 그림책을 읽어줬거든요.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사이즈, 길지 않은 문장과 단순한 캐릭터, 선명한 색감! 전 세계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그림책 중 한 권이고, 반 백년 넘게 사랑 받아온 캐릭터를 탄생 시킨 작가인데 말입니다.



바로, 딕 브루너!!!

이름을 듣고 사진을 봐도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러면 이 작가가 탄생시킨 캐릭터를 한번 만나보시죠. 그럼 단번에 ‘아하!’ 하실거예요.



네, 바로 ‘미피’입니다.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미피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각종 문구류에서부터 도시락, 그릇, 조명, 침구류, 물티슈, 아이들의 기저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 속에 녹아 있어요. 누구나 알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미피지만, 미피가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지,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쳤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북극곰에서 출간된 이 책 <딕 브루너>는 'The Illustrators' 시리즈 중 두 번째 책 입니다. 지난해 영국의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를 시작으로 <딕 브루너>가 시리즈의 두 번째라고 하는데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퀜틴 블레이크 경이 이 시리즈의 자문은 맡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20년 가까이 어린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브루스 잉먼(Bruce Ingman)과 미피를 비롯한 다양한 아동 도서 편집자로 활동해 온 라모나 레이힐(Ramona Reihill)이 공동 집필했습니다.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딕 브루너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전기이자 그의 작품들에 대한 탐구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딕 브루너의 어린시절, 가족사, 성장과정, 일러스트레이터로 행보 등이 다양한 사진, 작품들과 함께 실려 있어요. 딕 브루너의 ‘미피’ 외에도 그가 완성한 초기 출판 작업물들, 포스터 디자인 등이 담겨 있는데, 양장본으로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일러스트만 116컷이 담겨 있어서 편안하고 부담 없이 책을 볼 수 있어요.

영미권 작가들이 익숙한 탓에 미피를 탄생시킨 딕 브루너도 그렇겠지 넘겨짚고 있었는데요, 딕 브루너는 1927년 네덜란드 중부 위트레흐트에서 태어났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나 피트 몬드리안과 함께 네덜란드 최고의 예술가로 꼽히며, 네덜란드 작가 중 안네 프랭크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라고 해요. 2017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32권의 미피 그림책은 5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어 8,5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니, 이제 네덜란드 하면 ‘풍차나 튤립’보다 ‘딕 브루너와 미피’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 같아요.

1955년에 탄생한 미피는 딕 브루너가 아들과 떠난 첫 가족 여행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딕 브루너가 네덜란드 출판사 집안의 장자였다는 것, 아내와의 인연과 현대 미술과의 조우 등 딕 브루너나 미피에 관심 있었던 독자라면 읽고 즐길만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담겨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영향을 받은 작품]이란 챕터였는데, 등장하는 이름마다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앙리 마티스와 페르낭 레제, 바르트 반 데르 레크, 몬드리안, 헤리트 리트벨트, 빌럼 산드베르흐 등등... 언급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현대 예술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었어요. 이들에게서 현대적 영감을 받은 딕 브루너가 선택한 서체, 그어낸 선, 단순화한 도형과 색상을 담아낸 <미피>시리즈는 단순히 아이들 눈에 맞춘 그림이 아니라 현대 예술의 집합체였던 것이죠.




그렇게 탄생한 ‘미피’. 본래 네덜란드 이름은 ‘네인티어’, 작은 토끼의 줄임말이랍니다. 초기 드로잉이 지금의 미피와 다르다는 것과 첫 그림책 판형도 지금의 판형과 다르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웠구요, 그가 어떤 기법으로 미피를 탄생시켰는지도 사진으로 상세히 나와 있어서, 그림책 연구 하시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미니멀리즘 일러스트레이션의 궁극점을 보여준 북유럽 감성의 미피. 1955년 6월 21일에 탄생한, 반 백살이 훌쩍 넘은 미피지만 이 작은 토끼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지며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딕 브루너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죠.

‘미피’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 <딕 브루너>를 꼭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책 읽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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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와 주먹밥 미래그림책 160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황진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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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 주다보면, 아이와 부모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림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일단 웃기고 재미있는 책을 찾고, 부모님들은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책들을 선호하니까요.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책을 잘 골라야 그림책을 보는 아이도 읽어주는 부모도 모두 만족하며 함께 책을 읽어나갈 수 있어요.

저희집에서 그렇게 엄마와 아이에게 모두 사랑받았던 그림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고녀석 맛있겠다>였어요. 한창 공룡에 빠졌던 아이의 관심사와도 맞아 떨어졌고, 교훈과 감동이 담긴 스토리에 엄마인 저도 푹 빠져들었죠. 육식공룡 아빠와 초식공룡 아기의 달콤살벌 동거이야기를 그린 <고 녀석 맛있겠다>는 국내에 번역된 그 시리즈만 15권이나 되고, 그림책 작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시리즈 스토리를 기반으로 <고녀석 맛나겠다>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만들어졌어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일본 그림책 작가 미야니시 타츠야(宮西達也).

그가 새로운 그림책 <군고구마와 주먹밥>으로 아이와 부모- 두 독자층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들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미야니시 타츠야의 이전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굵은 외곽선이 사라져서 였는데요, 캐릭터를 감싼 검고 굵은 테두리선만 사라졌을 뿐 <군고구마와 주먹밥>에는 미야니시 타츠야의 선명한 색감,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그대로 입니다.

표지를 장식한 늑대와 돼지도 어디서 한번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드실거예요. 그의 이전 작품인 <신기한 우산가게>. <신기한 씨앗 가게> 등에서 만났던 돼지와 늑대 캐릭터들 인데요,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듯 친근합니다.



군고구마를 가진 늑대, 주먹밥을 들고 서 있는 돼지. 손에 쥐고 들고 있는 군고구마와 주먹밥이 각각' 늑대의 것', '돼지의 것'이라는 것이라 나타내는 앞표지를 넘기면 핑크빛 면지가 펼쳐지고, 속표지에는 앞표지와는 다르게 울고 있는 돼지가 있습니다. 텅빈 손을 바라보며 눈물만 떨구고 있어요.

돼지는 왜 울고 있었던 걸까요?

돼지가 울게 된 이유를 생쥐 듣게 되고, 그 이야기는 토끼, 원숭이, 너구리, 그리고 하마에게까지 전달됩니다. 마치 버라이어티 쇼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전달 게임’처럼 처음 돼지가 말한 사건의 전말은 마지막 하마가 전해 들을 때 크게 변화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바꾸다'가 왜 '변신'이라는 단어로 흘러가게 됐을까 궁금했는데, 인터넷으로 원서를 찾아보니 일본어 変える(かえる)라는 단어의 뜻에는 ‘바꾸다’도 있지만, ‘변하다, 변화시키다.’라는 뜻도 있더군요. 동음이의어로 인해 이야기는 기상천외하게 변해가는데요,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기신 황진희 번역가님이 이야기를 부드럽게 잘 풀어내신 것 같아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술술~ 잘 읽힙니다.



<군고구마와 주먹밥>을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보았어요.


"이야기는 왜 변하게 되었을까?"


성격 급한 엄마가 이런 저런 교훈들을 요악해서 밥 떠먹여주듯 냉큼 전달하고 싶었지만, 조금 여유를 갖고 아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다려 주었어요. 그랬더니 아이는 놀랄만큼 다양한 답을 찾아내더라구요.


"친구가 우니까 놀라서 이야기를 잘 전하지 못했을 수 있어.

빨리 급하게 말하다보면 이야기가 잘 안나와.

막 뛰어가서 숨이 가쁘면 이야기가 잘 할 수 없고

친구 이야기를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 하다 들으면 잘못 들을 수 있어.

그리고 나랑 친한 친구 이야기는 내가 막 편을 들게 되면서

말이 더 붙을 때도 있어."


글보다는 그림 속 동물들의 행동과 모습을 통해 엄마보다 더 많은 것을 찾아내는 아이를 통해 '그림책의 놀라움'을 또 한번 경험을 했어요.

어린시절부터 많은 속담과 격언을 통해 우리는 말의 중요성을 배우고 익히지만, 한번 입 밖을 나온 말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떠오르는대로 그냥 불쑥 뱉어버리면, 그 말은 소리도 없이 천리를 가버리고 말아요. 의도하지 않았다해도 그 말이 와전되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군고구마와 주먹밥>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와 웃음도 주지만, 말과 전달의 중요성까지 쉽게 짚어주는 의미있는 그림책이랍니다.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잡은!!! <군고구마와 주먹밥>. 믿고 보는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작품이니, 아이도 부모님도 모두 만족하며 읽게 될거예요.



* 본 서평글은제이그림책포럼 카페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래아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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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장례식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치축 지음 / 고래뱃속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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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冠 갓 관, 婚 혼인할 혼, 喪 죽을 상, 祭 제사 제’- 이 한자들을 보면 바로 알아채실 텐데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겪는 일들입니다. 성인이 되어 남자는 상투를 올리고 갓을 쓰고, 여자는 비녀를 꽂는 성인의 의식부터 결혼할 때 하는 의식, 사람이 죽었을 때 치르는 의식과 조상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말합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관혼상제’를 중시해 왔는데, 이 의식들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예’를 갖추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마주하고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죽음을 마주하고,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 치르는 의식 중 하나인 ‘장례식’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바로 치축 작가의 <동물들의 장례식>입니다.



표지의 푸른색들이 강렬하게 다가오죠?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파란 시간대에(*안 에르보 작가의 <파란시간을 아세요?>) 늑대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하울링(howling)을 합니다. 울부짓고 휘몰아치는... 하울링. 저는 이 표지를 처음 접했을 때, 김소월 시인의 <초혼>이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초혼'의 사전적 의미가 ‘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이지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부름의 의식이며,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라고 하는데요,



이 표지 속 늑대는 마치 김소월의 시 속의 주인공처럼 설움에 겹도록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늑대의 울음은 멀리 멀리 퍼져나갑니다. 영정사진의 검은띠를 두른것처럼 앞표지에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선으로 테두리가 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 속 반짝임을 따라 속표지를 넘기면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응급실로 급하게 발길을 재촉하는 여성과 그 손을 맞잡은 아이. 기다란 복도와 초록 가운을 입은 사람들. 수술실이 언뜻 보이고 수술실 문 앞을 누군가는 지키고 있습니다. 절망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사람,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 계속 기도만 하게 되는 순간. 병원과 수술실 앞... 어떤 상황인지 대번에 알아차리실 거예요




다음 장 그림은 더욱 여실하게 그 상황이 더 자세히 드러납니다. 지는 해와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달려가는 구급차. 네, 맞아요.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작가의 말대로 죽음의 순간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매일 24시간이 ‘무한 리필’ 된다고 착각하는 우리들에게 죽음은 늘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고,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단어입니다. 특히 무방비로 찾아온 ‘죽음’이라며 그 충격과 공포는 더 커지죠.

그래서 사람들은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을 통해 죽음의 슬픔과 충격,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다독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우리가 미물이라 여기는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사회성이 높고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고 있다는 돌고래들과 영리하다고 알려진 까마귀, 무리지어 사는 늑대, 육지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큰 코끼리, 인간과 DNA가 98%일치한다는 고릴라까지... 여러 동물들이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을 작가는 정성스레 그려냈습니다.


그들만의 애도방식을 보여주며 작가는 말합니다. 그들의 장례의식과 우리의 장례의식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요. 그 방식만 조금 다를 뿐, 동물들의 장례식은 모두 죽은 이를 기억하고 마음에 담기 위해 행하는 것이고, 그 ‘죽음’이 영원한 이별, 삭제, 소멸이 아니라 ‘순환’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이 작품에 매달렸다는 작가의 말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읽었는데요, 2012년 경에 한 신문에 실린 동물들의 장례식 기사를 보고 이 그림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해요. 슬픔을 나누고 명복을 빌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를 동물들의 장례식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는 치축 작가. 예상하지 못한, 감당할 수 없는 이별을 마주한 분들께 이 그림책 <동물들의 장례식>이 죽음을 마주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봅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 그림책 포럼 카페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고래뱃속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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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
카렌 바베 지음, 홍한별 옮김 / 단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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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자신만의 컬러 레시피를 찾을 수 있다’는 책 선전 문구 때문이었다.

'나만의 컬러 레시피?! 나만의 컬러?

어? 내가 무슨 색을 좋아했었지?'

옷장을 열어 걸려있던 옷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단조로운 무채색 옷들이다. 결혼 전에는 그래도 알록달록 눈에 튀고 화사한 색의 옷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가성비를 쫓아 무난한 색, 덜 튀는 무채색으로 내 삶을 채운 지 10년이 넘었다. 그랬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 잊어버렸다. 나만의 색을 잃어버렸다. 무색무취?! 좋아하는 색도 없이 색 취향마저 사라져버린...



그래서 처음부터 이 책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표지부터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찬 <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 부제에 <색 감각을 위한 자수 프로젝트>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나같이 자수에 ‘자’자도 모르는 사람도 색 감각을 높이기 위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실용서이다.



작가 카렌 바베는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자수가로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에서는 디자인 학교에서 섬유디자인을, 영국에서는 자수를 공부했는데 현재는 시카고에서 자수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사람들이 색을 선택하고 배열하는데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게 되었고,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색을 선택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색감각을 높이기 위한 카렌 바베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깃들어 있는 책인 셈이다.


작가 카렌 바베는 사람들이 색을 이해하고, 자신의 취향을 알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위한 아름다운 팔레트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1부 색을 이해하기, 2부 색을 느끼기, 3부 자수 프로젝트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카렌 바베가 제시한 ‘나만의 컬러 팔레트’ 만들기였다. 잘 어울리는 색들을 배열한 컬러 가이드인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미리 색을 정해두면, 시각적인 효과도 높이고 느낌이나 의미를 강조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의 상세한 설명에 따라 출판사에서 보내준 ‘나만의 컬러 카드’를 채워보았다. 책에서, 또 내 주변에서 다채로운 색을 찾을 수 있었는데, 색을 발견해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색을 포착하는 것은 반복되는 나의 일상을 좀 더 섬세하고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2021년 새해 첫 주지만, <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 덕분에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프레드릭’처럼 추억과 색깔을 모으며 바쁘게 보냈다. 그리고 조금씩 색감각에 자신감이 붙어간다.

무색무취에서 벗어나 ‘색 감각’을 높이고 싶다면, ‘나만의 컬러 레시피’를 갖고 싶다면, 카렌 바베의 특별한 색채 수업을 이 책<카렌 바베의 컬러 레시피>를 통해 접해보시기 바란다.



* 본 서평글은 '도서출판 단추'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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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처음이라 - 2021 읽어주기 좋은 책
마르타 알테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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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알테스’하면 <안돼>라는 그림책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강아지는 자신이 가족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는 다르게 그림으로 묘사되는 행위들은 독자들에게 웃음과 경악을 동시에 안겨주죠.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_) 강아지가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소동과 가족들이 ‘안돼’를 외치는 모습이 대비되면서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며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담아냈습니다.



반려견을 키워보신 분들은 <안돼>의 면지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개에 관련된 모든 동작이 표현되어 있는 앞뒤 면지를 보면 작가의 관찰력과 표현력에 한 번, 작가의 개에 대한 사랑에 두 번 놀라게 된다면서 말이죠.

이렇게 개를 사랑하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마르타 알테스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개 플록을 그림책에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어요. 스페인 집에 있는 플록과 꼭 닮은, 커다란 털북숭이가 주인공인 <이 동네는 처음이라>.


표지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크고 거대한 이 흰 개가 바로 주인공이예요. 높은 건물들이 서있는 도시의 횡단보도,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에 걸음을 멈춘 하얀 개가 보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낯선 하얀 개가 신기한지 슬쩍 눈을 돌리고 있지만, 누구 하나 관심 갖고 말을 걸거나 손 내밀진 않아요. (뒤표지까지 펼쳐보면 조금 다르지만요.) 그래도 <안돼>에 나오는 강아지처럼 이 하얀 개도 긍정적인 개일 것 같지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이야기는 뒤돌아보며 어깨너머 어딘가로 시선이 가 있는 하얀 개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딘가에서 떠나온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이 개는 높은 건물이 우뚝 서있는 새로운 동네를 마주하게 됩니다. 대도시처럼 보이죠?



오랜 여행을 마치고, 꽤 큰 동네에 도착한 하얀 개. 제가 처음 서울로 올라갔을 때 느꼈던 별세상을 지금 그림책 속 하얀 개가 느끼는 것 같아요. 조금은 흥분한 상태인 것 같죠? 빨간 2층 버스가 다니는 이 도시는 아마도 영국인 것 같습니다. 이 도시는 모두가 바쁘고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집 없는 하얀 개는 혼자 흥분된 상태로 새로운 도시 곳곳을 둘러봅니다. 그는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도착한 동네를 둘러볼 때 우리가 그러하듯, 하얀 개는 주변을 묻고, 동네 곳곳을 살펴봅니다. 이 장면에서 '마르타 알테스식' 유머를 찾을 수 있어요. 하얀 개의 이야기와 그림속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든요.


멋진 광경, 아름다운 소리, 색다른 냄새... 하지만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덩치 큰 하얀 이방인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들 나름 바쁘거든요. 하얀 개를 마주하고 이야기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요. 하얀 개도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가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합니다. 바쁘고 활기찬 도시에 그를 위한 공간은 없어 보이죠. 활기찬 도시는 새롭지만 한편으론 외롭습니다.


언어의 장벽, 외모의 다름, 문화적 차이... 이 모든 것이 하얀 개와 이 도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커다란 하얀 개가 길을 잃은 한 소녀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죠.



하얀 개가 행한 작은 행동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요? 낯선 동네가 우리 동네로 바뀌는 그 과정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 책 <이 동네는 처음이라>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마르타 알테스가 느꼈던 대도시에서의 삶이 이 하얀 개에 투영되어 있는 듯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그림책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영국으로 건너간 그녀. 현재는 런던에 살면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영국에 처음 건너와 타국에서 느꼈을 감정들이 <이 동네는 처음이라>에 등장한 하얀 개에게서 보입니다.


개의 눈으로 본 복잡한 도시, 이사를 하고, 새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집을 찾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낯섬, 외로움.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겠지요. 그녀가 느꼈을 감정, 전해 받은 친절을 마르타 알테스는 <이 동네는 처음이라> 속에 따뜻한 그림으로 담아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처음은 누구나 다 어렵잖아요. 그 처음을 먼저 경험한 당신이 먼저 손 내밀어 주세요. 당신의 따뜻한 친절과 말 한마디가 이 동네가 낯선 누군가에게는 큰 힘과 도움이 될테니까요.

작은 친절과 관심이 따뜻한 세상을 만든다는 < 이 동네는 처음이라>. 붉은 필터를 씌워 놓은것 같은 도시가 그려진 면지는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요? ‘친절과 관심’으로 가득 차 따뜻해진 '우리 동네'라는 선물이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따뜻한 그림책 <이 동네는 처음이라> 였습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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