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와 주먹밥 미래그림책 160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황진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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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 주다보면, 아이와 부모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림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일단 웃기고 재미있는 책을 찾고, 부모님들은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책들을 선호하니까요.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책을 잘 골라야 그림책을 보는 아이도 읽어주는 부모도 모두 만족하며 함께 책을 읽어나갈 수 있어요.

저희집에서 그렇게 엄마와 아이에게 모두 사랑받았던 그림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고녀석 맛있겠다>였어요. 한창 공룡에 빠졌던 아이의 관심사와도 맞아 떨어졌고, 교훈과 감동이 담긴 스토리에 엄마인 저도 푹 빠져들었죠. 육식공룡 아빠와 초식공룡 아기의 달콤살벌 동거이야기를 그린 <고 녀석 맛있겠다>는 국내에 번역된 그 시리즈만 15권이나 되고, 그림책 작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시리즈 스토리를 기반으로 <고녀석 맛나겠다>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만들어졌어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일본 그림책 작가 미야니시 타츠야(宮西達也).

그가 새로운 그림책 <군고구마와 주먹밥>으로 아이와 부모- 두 독자층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들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미야니시 타츠야의 이전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굵은 외곽선이 사라져서 였는데요, 캐릭터를 감싼 검고 굵은 테두리선만 사라졌을 뿐 <군고구마와 주먹밥>에는 미야니시 타츠야의 선명한 색감,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그대로 입니다.

표지를 장식한 늑대와 돼지도 어디서 한번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드실거예요. 그의 이전 작품인 <신기한 우산가게>. <신기한 씨앗 가게> 등에서 만났던 돼지와 늑대 캐릭터들 인데요,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듯 친근합니다.



군고구마를 가진 늑대, 주먹밥을 들고 서 있는 돼지. 손에 쥐고 들고 있는 군고구마와 주먹밥이 각각' 늑대의 것', '돼지의 것'이라는 것이라 나타내는 앞표지를 넘기면 핑크빛 면지가 펼쳐지고, 속표지에는 앞표지와는 다르게 울고 있는 돼지가 있습니다. 텅빈 손을 바라보며 눈물만 떨구고 있어요.

돼지는 왜 울고 있었던 걸까요?

돼지가 울게 된 이유를 생쥐 듣게 되고, 그 이야기는 토끼, 원숭이, 너구리, 그리고 하마에게까지 전달됩니다. 마치 버라이어티 쇼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전달 게임’처럼 처음 돼지가 말한 사건의 전말은 마지막 하마가 전해 들을 때 크게 변화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바꾸다'가 왜 '변신'이라는 단어로 흘러가게 됐을까 궁금했는데, 인터넷으로 원서를 찾아보니 일본어 変える(かえる)라는 단어의 뜻에는 ‘바꾸다’도 있지만, ‘변하다, 변화시키다.’라는 뜻도 있더군요. 동음이의어로 인해 이야기는 기상천외하게 변해가는데요,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기신 황진희 번역가님이 이야기를 부드럽게 잘 풀어내신 것 같아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술술~ 잘 읽힙니다.



<군고구마와 주먹밥>을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보았어요.


"이야기는 왜 변하게 되었을까?"


성격 급한 엄마가 이런 저런 교훈들을 요악해서 밥 떠먹여주듯 냉큼 전달하고 싶었지만, 조금 여유를 갖고 아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다려 주었어요. 그랬더니 아이는 놀랄만큼 다양한 답을 찾아내더라구요.


"친구가 우니까 놀라서 이야기를 잘 전하지 못했을 수 있어.

빨리 급하게 말하다보면 이야기가 잘 안나와.

막 뛰어가서 숨이 가쁘면 이야기가 잘 할 수 없고

친구 이야기를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 하다 들으면 잘못 들을 수 있어.

그리고 나랑 친한 친구 이야기는 내가 막 편을 들게 되면서

말이 더 붙을 때도 있어."


글보다는 그림 속 동물들의 행동과 모습을 통해 엄마보다 더 많은 것을 찾아내는 아이를 통해 '그림책의 놀라움'을 또 한번 경험을 했어요.

어린시절부터 많은 속담과 격언을 통해 우리는 말의 중요성을 배우고 익히지만, 한번 입 밖을 나온 말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떠오르는대로 그냥 불쑥 뱉어버리면, 그 말은 소리도 없이 천리를 가버리고 말아요. 의도하지 않았다해도 그 말이 와전되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군고구마와 주먹밥>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와 웃음도 주지만, 말과 전달의 중요성까지 쉽게 짚어주는 의미있는 그림책이랍니다.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잡은!!! <군고구마와 주먹밥>. 믿고 보는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작품이니, 아이도 부모님도 모두 만족하며 읽게 될거예요.



* 본 서평글은제이그림책포럼 카페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래아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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