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무지개! 작지만 소중한 1
테리사 트린더 지음, 그랜트 스나이더 그림, 조은수 옮김 / 두마리토끼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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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메르스나 사스처럼 ‘잠깐 조심하면 넘어가겠지’ 했던 이 전염병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으로 선포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거리두기’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고,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열을 체크하며 여전히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사라지고 비대면 화상 회의, 온라인 수업이 우리들에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변화된 사회, 바뀐 우리들의 모습…. 이 모든 것이 한 권의 그림책에 담겼습니다. <내일은 무지개!> 속에요.



책을 감싸고 있는 노란 띠지에는 '팬데믹 그림책'이라는 소개와 함께, '뉴욕에 사는 작가가 겪은 일을 그림책으로 만들어 내다'라는 설명이 있는데, <내일은 무지개!>의 글작가 테리사 트린더는 이 책을 쓴 계기를 책 속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레인보우 커넥션(Rainbow Connection)이라는 프로젝트 들어보신적 있나요? 코로나19가 초토화시킨 이탈리아 전역에서 "Tutto andra bene"라는 메시지가 적힌 무지개가 있는 배너나 그림을 게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이 잘 될 거야”로 번역되는 이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 캐나다, 영국을 통해 무지개가 있는 창문으로 퍼져나갔대요. 실내 공간에만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린 무지개! 잠시 산책이 허용된 시간에 이웃집 창문 속 무지개를 보며, 지금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함께이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린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가 작가 테리사 트린더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 그림책 <내일은 무지개!>에는 무지개가 가득합니다. 앞표지 그림뿐만 아니라 책등 위 아래에도 무지객 자리잡고 있고, 제목도 < !>7가지 무지개색이 채워져 있어요. 제목에 느낌표(!)가 들어 있어서 작가가 의도한 바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원제목은 <There is the rainbow>입니다. 번역 출간한 '두마리토끼책' 출판사에서 한글로 번역을 하며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느낌표를 추가했을 거라 추측되네요.



두 아이가 색분필(혹은 크레파스?!)을 손에 들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속표지에 그려지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책장을 넘기면 이런 문장이 나와요.


아이들이 그린 무지개에 시작과 끝이 있듯, 이야기속에 언급되는 것들에도 한 쪽과 다른 쪽이 있음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네모난 화면 저쪽, 창문 넘어, 길 건너편, 마을 너머, 강 건너편, 가파른 산 너머, 슬픔 너머, 사나운 폭풍우가 지나고 난 후... 마치 코로나19 역시 시작이 있고 그 건너편인 코로나 종식을 향해 사람들은 고군분투하고 있고, 지금 우리는 '그 사이에 무언가'를 하며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이죠.

홀로 방에서 노트북을 펼친 아이의 시선은 같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반 친구들에게 머물러 있고, 창문을 무지개로 꾸미고 있는 한 아이의 시선 너머에는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위해 식료품을 전하는 이웃, 마스크를 쓰고 산책하며 거리를 두는 사람들의 모습, 대면하기 보다는 편지나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모습은 코로나19를 견뎌내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행운의 상징인 '무지개'가 코로나19시대에 위로와 상생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거예요. 비 온 뒤 하늘에 반짝 나타나는 무지개는 매일 볼 수 없는 것이지만, 내 이웃의 창문에서 무지개를 발견하면서 작은 희망을 얻게 됩니다. 각기 다른 식깔이 빛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각자의 집에서 고립된 우리는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고, 무지개가 끝나는 지점에서 황금 항아리를 찾을 수 있듯 코로나 19가 종식되는 그 날에 다시 희망과 회복을 얻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먹구름 속에서 아이들이 그려 낸 작은 희망을 담은 <내일은 무지개!>. 가장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두마리토끼책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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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랄라 치과 보림 창작 그림책
윤담요 지음 / 보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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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겁이 많은 저는 어렸을 때 무서운게 참 많았습니다. 먼저 컴컴한 밤이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 두 눈으로 정확하게 대상을 인지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두려웠어요. 그래서 그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존재들이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이야기나 영화로 접한 귀신과 유령, 피를 빨아먹는 드라큘라나 흡혈박쥐가 언제든 어둠 속에서 나를 위협할 것 같았고, 다리가 8개인 거대한 거미도 거미줄로 저를 돌돌 감싼 다음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놀이동산에 있는 ‘귀신의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공포의 대상들’이 그림책 한 권에 모두 모였는데, 그들이 모인 장소가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두려움에 떨게하는 곳입니다. 얼굴 위로 내리꽂는 눈부신 불빛, 기괴한 기계소리, 소독약 냄새가 배어있는 ‘치과’요!!!!

공포유발 캐릭터들이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치과'에 모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보림 출판사에서 나온 윤담요 작가의 그림책 <드라랄라 치과> 속에서 말이죠.



대학에서 회화와 금속 조형 디자인을 전공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온 윤담요 작가님. 작가님 이름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과연 본명일까?’ 였는데요, 작가남 인스타(@smalldrawing_y)를 찾아보니 이름에 얽힌 사연이 있더군요. 작가님이 사는 동네에서는 이웃들 사이에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는데, ‘담요’라는 별명이 이제는 제 2의 고향 같은 이름이 되어버렸대요. 이 책을 마무리 하며 본명과 필명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작가님의 성과 별명을 합쳐 필명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닼

담요라는 이름처럼 따뜻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필명에 담겨 있다는데, 저는 작가님의 첫 그림책인 <드라랄라 치과>에서 그 따스함이 느껴졌어요.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실제로 윤담요 작가님은 아이와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황당한 이야기 만들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아이가 유독 좋아하던 드라큘라 치과 의사 이야기를 자신의 첫 그림책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엄마와 아이가 꼬리물기 이야기 덕분에 탄생한 드라랄라 치과 이야기, 드라큘라 치과 의사 선생님- 궁금하시죠??



병원을 나타내는 기호인 초록색 십자가에서 그 색상을 따온듯 초록색으로 쓰여진 제목 <드라랄라 치과>. 하지만 공포영화 타이틀처럼 글자는 흘러내립니다. 그 아래에는 뾰족한 송곳니를 들어 낸 드라큘라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노란 조명을 받고 표지 전면을 가득채운 드라큘라는 일반 드라큘라 백작과는 달리 의료인 가운을 입고 있어요. 한쪽 주머니에는 의료용 덴탈미러(구강거울), 반대쪽 주머니에는 거미가 들어 있고 펼쳐진 검은 망토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대신 ‘칫솔’과 ‘치약’을 들이밀고 있어요. 앞표지의 공포분위기는 뒷표지에서 슬쩍 풀립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접수하며 가장 먼저 작성하는 ‘문진표’가 먼저 눈에 띄어요.



문진표와 함께 책 표지 속 드라큘라의 직업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어서오세요. 드라랄라 치과입니다.”라는 뼈다귀 속 문구에 거미와 간호사 모자를 쓴 올빼미, 박쥐, 마늘도 등장해요. 뾰족한 이를 가진 드라큘라 치과 의사 선생님과 독특한 의료진들...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치과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앞뒤 면지는 정말 꼼꼼하고 세심히 살펴보셔야 할 거예요. ‘그림 이야기들’이 촘촘히 숨겨져 있거든요. 밤과 낮의 변화된 동네 모습과 드라랄라 치과의 다른 점을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들도 발견할 수 있어요. ‘숨은 그림 찾기’와 ‘다른 그림 찾기’ 놀이가 모두 가능한 앞, 뒤면지를 저희 아이도 계속 앞뒤면을 번갈아 비교해보며 ‘찾았다!’를 외쳤답니다.



면지를 넘기면 속표지 전에 이야기의 배경이 소개가 됩니다. 달도 슬쩍 눈을 감은 밤12시. 딸깍 불이 켜지면 치과로 변하는, 밤에만 문을 여는 ‘드라랄라 치과’예요. 이 페이지에는 사건의 배경과 함께 등장 인물들이 스포(!)되는데요, 드라랄라 치과 입간판 뒤로 길게 늘어선 줄 보이시죠? 오늘 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입니다. 어떤 환자들이 이 특별한 치과를 찾았을까요? 검은 형태로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판권면과 함께 속표지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치과에 가면 볼 수 있는 ‘치과의사 면허장’과 이 병원을 들렀을 법한 유명 연예인(바다 코끼리) 사인이 벽에 걸려 있어요. 자기애 가득한 드라랄라 의사선생님은 자신의 졸업사진도 걸어두었고, 병원 이름이 본인 이름 ‘드라랄라’를 붙였다는 것도 알 수 있어요. 환자들이 앉을 수 있는 치아 모양의 빈백소파가 놓여 있고, 데스크에는 마늘 간호사가 접수를 받고 있답니다. 환자마다 아픈 곳도, 사연도 다 제각각이죠.



첫 번째 환자는 드라큘라 할머니입니다. 토마토골에 사는 드라큘라 왕할머니이신데 틀니가 말썽이라 새로운 틀니를 하러 오셨대요.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틀니들이 제시되는데 각각의 그림들을 보면 킥킥 웃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어요. 저는 드라큘라 할머니의 치료에 응원하러 온 토마토들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페이지를 자세히 살피면 윤담요 작가님이 숨겨놓은 웃음코드를 발견할 수 있어요. 찾아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드라랄라 치과>.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지만 스포는 다른 독자분들의 즐거움을 빼앗는게 될 것 같아서, 이어지는 다른 환자들의 사연은 꼭 그림책으로 확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각각의 등장 인물들이 치료하는 과정도 유쾌하고, 서브 캐릭터들의 케미도 좋아요. 작가님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녹아있어서, <월리를 찾아라>처럼 구석 구석 요소요소를 샅샅이 훑게 된답니다.



무서웠던 치과가 재미난 치과로, 어둠 속 존재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드라랄라 치과>! 다가오는 5월 5일 '어린이 날' 선물을 고민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그림책 선물은 어떠세요?? 선물을 전하는 어른도, 그림책을 선물 받아 든 아이도 모두 만족할만 한 <드라랄라 치과>를 추천합니다!! 치아도 치료받고 마음도 치료 받는 <드라랄라 치과> 이야기를 읽다보면 독자들의 마음도 힐링되는 재밌고 흥미로운 그림책이이니까요. ^_^

*본 서평글은 보림수피아23기로 선정되어, 보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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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시인의 하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4
장혜진 지음 / 북극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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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요계의 핫이슈는 ‘브레이브 걸즈’의 ‘역주행’이었어요. 2017년 발표된 ‘롤린’이란 노래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기까지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많은 인터뷰에서 해체 직전까지 가있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오랜 무명기간 동안 몇몇 멤버들은 탈퇴를 했고, 생활고와 미래를 생각해야 했던 남은 멤버들은 자격증을 따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수로서의 꿈을 접고 현실과 타협하기 직전이었던 것이죠.

‘예술 하면 밥이 나와 술이 나와!’ 과거 어른들이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겠다는 자식을 향해 흔히들 내뱉던 말이었죠. 이름을 널리 알리면 좋겠지만 성공하는 이는 극히 소수이고, 나머지는 배를 곪아야 하는 예술가의 길. 사실 예술가나 철학가들만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는 건 아닙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들고서는 ‘꿈을 실현시킬 과에 소신지원을 하느냐, 졸업 후를 생각해서 안정적인 과에 지원하느냐’에서부터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느냐, 안 잘리고 돈 많이 버는 그런 직업을 선택하느냐’ 등... 나이 먹을수록, 세상과 마주할수록 현실과 이상, 돈과 꿈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는 우리를 만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 <꼬마 시인의 하루>도 꿈과 현실 사이의 그 간극을 위트 있게 담아 낸 그림책이에요.



2019년 와우북페스티벌과 네이버 그라폴리오가 주최하는 <제5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인 장혜진 작가의 <어느 무명 시인의 하루>. 하지만 이 책이 2021년 북극곰 출판사에서 '꿈나무 그림책' 시리즈로 출간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북극곰 출판사 이루리 편집장님의 제안으로 주인공을 바꾸게 되었는데요, 제목부터 '무명 시인'에서 '꼬마 시인'으로 바뀌었고 전체적인 색상도 시크한 무명시인을 나타내던 흑백 대신 꼬마 시인을 나타내는 노랑이 추가되었습니다. 설정이 바뀌면서 그림을 처음부터 새롭게 그려야 했다는데, 그 기간만 1년 반이 걸렸다고 하네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검은새 이미지. 그날 이후 검은 새가 장혜진 작가님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해요. ‘검은 새가 애기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 그런 질문을 품은 채 계속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고민하다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 그림책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 표지에도 검은 새가 등장합니다. 마치 우주를 유영하듯 검은 새는 날개를 펼쳐 날고 있고 꼬마 시인은 커다란 검은 새를 타고 있어요. 편안한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어요. 날개에는 종이를 끼고 있는데, 꼬마 시인은 잠든 걸까요? 아니면 꿈을 꾸는 걸까요??

시작부터 강렬한 대사가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꽂히는 것 마냥 눈에 꽂힙니다.

“숙제는 다 하고 가는 거야? 예습 복습은? 방 청소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죠. 하지만 꼬마 시인은 조용히집 밖으로 나가네요. 책상 위에는 <가지 않은 길>이라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집만 남겨둔 채요.


우리의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죠. 여러 갈래 길 앞에서 늘 고민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한 후에도 가지도 않은 길에 미련이 남아 ‘그때 그 길을 선택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후회하기도 합니다. 장혜진 작가님이 생각한 '가지 않은 길'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의 예술가의 길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의 길이었을까요??!!




꼬마 시인은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읽고 뭔가가 느껴졌던 것인지, 산책하며 만난 주위의 여러 대상인 작은 꽃 한송이, 길을 걷는 어미 오리와 아기 오리들, 둥지에서 지저귀는 새 가족들을 보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되뇌이며 혼자 사색합니다. 그리고 절벽 위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시인답게 ‘시’를 쓰려 합니다. 하지만, 꼬마시인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마는데요, 꼬마시인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갔을까요? 아니면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을까요??


꼬마시인의 고민의 흔적을 따라 우리도 우리 인생을 돌아보고 질문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굉장히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책이 어렵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곳곳에 뼈 때리는 현실적인 멘트들과 상황들 때문에 '피식-' 웃음이 터지게 되죠. 철학적이면서도 극사실주의를 담고 있는 책이랄까요??

그리고 <꼬마 시인의 하루>에 쓰인 기법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표지를 장식한 커다란 검은 새도 그렇고, 배경으로 그려진 풀밭이나 나무등이 매끈한 그림이 아니라 거칠면서 질감이 느껴지고, 형태 주위로 비규칙적으로 튀어나간 선들이 보입니다. 장혜진 작가님이 북극곰출판사 인스타 라이브 방송에서 직접 작업 방식을 설명해주셨는데, '프로타주(frottage)기법'을 이용해 연필로 배경작업을 하셨다고 해요.


초등학교 때 한 번씩 해봤던 '동전 무늬 베끼기' 기억나시죠? 저도 동전 위에 종이를 올려두고 연필로 문질러 동전 무늬가 그대로 드러나면 그걸 오려서 친구들과 놀곤 했는데, 그 방식을 전문용어로 '프로타주 기법'이라 칭하답니다. 장혜진 작가님은 이 책 <꼬마 시인의 하루>에서 작품 배경에 이 기법을 활용해요.

저는 '우연히 나타나는 예기치 않는 않은 효과'를 노리는 프로타주 기법과 예술가의 삶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연을 느끼고 사회 현상을 경험하지만, 시인은 거기서 시의 영감을 얻어 시를 창작해내고 철학자는 끝없는 사고와 함께 존재론적인 질문을 풀어냅니다. 예술가들도 음악으로, 미술로, 영화나 춤으로 그것들을 나타내죠. 연필로 문질러 아래에 있는 물체의 무늬가 드러나듯, 예술가들의 끝없는 고민과 노력으로 우리 삶과 결이 닮은 예술작품들이 탄생하는것은 아닌가라고요. 그래서 저는 <꼬마 시인의 하루>가 프로타주 기법을 통해 주제를 잘 드러낸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혜진 작가님의 첫 그림책인 <꼬마 시인의 하루>.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 ‘진지한데 쉽고 웃기고 찡한 그림책’이란 문구가 있었는데, 이보다 더 이 그림책을 잘 설명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주인공의 진지한 성찰과 독백과는 대비를 이루는 현실 세계 이야기에서는 웃게 되고,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결말에 찡해집니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예술가로 살아남는 법도 책 속에 슬쩍 제시됩니다. 바로 ‘오늘도 행하는 것! 오늘도 반복하는 것!’. 오늘도 시를 한편 쓰고 잠드는 꼬마 시인처럼, 내일의 꿈을 향해 오늘은 노력해야한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나날들이 쌓이면 꼬마 시인처럼, 브레이브 걸스처럼, 또 불멸의 예술가들처럼 꿈을 이루는 날이 올테니까요.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책 읽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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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널 자라게 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71
박은영 지음 / 시공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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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색으로 채우실 건가요??

러블리한 핑크💗? 강렬한 빨강❤? 풋풋한 초록💚이나 신비로운 느낌의 보라💜를 선택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어떤 사랑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선택할 색이 바뀔 수도 있을 거예요.

캐나다 심리학자 존 앨런 리(John Alan Lee)는 그의 저서 <Colors of Love : An Exploration of the Ways of Loving>(1973)에서 그리스어로 사랑을 의미하는 6가지 단어를 이용해 사랑의 유형을 나누었고, 각 유형별로 사랑의 색을 지정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대 그리스어인 '스토르게이(Storgay)'에서 비롯된 스토르게(Sorge)인데요, 우정을 토대로 한 이 사랑은 부모의 자식사랑, 형제애와 같은 가족적인 사랑을 의미하며 ‘노란색’💛으로 나타냅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노란색’이 부모님들의 자식사랑을 표현한다니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죠?

존 앨런 리의 ‘사랑의 색채’ 이론 속 ‘노랑‘의 의미와 잘 맞아 떨어지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표지부터 노란색을 가득 담고 있는 박은영 작가의 <사랑은 널 자라게 해>인데요. 전작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어> 이후 그림책으로는 무려 12년 만에 출간된 반가운 신작입니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화자는 이제 막 존재감을 드러낸 파란 새싹입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작은 새싹에게 노란 해가 다가와 “안녕”이란 인사를 건넵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구처럼 해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비로소 새싹은 ‘그림자’가 생겨요. 저에게는 그 그림자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로 읽혔어요.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 새싹과 해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갑니다. 작은 새싹이 ‘자라서’ 위로 뻗어가듯 새싹과 해가 함께 하는 공간도 위를 향해 나아가요. 처음에는 키 큰 나무, 그 다음에는 키 작은 나무 사이, 가파른 계단을 지나 높은 지붕 위까지 올라갑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일 때도, 위험한 곳을 지날 때도 둘은 늘 함께였어요, ‘우리’라는 지칭어로 언제나 붙어 있을 것 같았던 새싹과 해였지만, 그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들에게 닥친 시련은 무엇일까요? 새싹은 그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뒷이야기는 꼭 그림책에서 확인해보세요~^^)



박은영 작가님은 <사랑은 널 자라게 해>를 통해 무한한 사랑으로 자식들을 품어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그림책에 담아내고자 했대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이 작품을 시작했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중에 어머님마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부모님을 떠올리며 작가님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자연스레 그림책 속에 녹아들었다고 해요. (자전거 타는 장면)

감사할 줄을 모르고 당연하게 여겼던 부모님의 큰 사랑은 세월이 흘러 우리가 부모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음을 알게 되죠. 아마도 이 책 속 파란 새싹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장면은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존재의 투영일겁니다. 파랑과 노랑이 섞여 초록이 되듯 내 안에 부모님의 사랑과 추억이 아로새겨져 지금의 내가 된 것이지요.



꽤 묵직한 주제에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진행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앞표지에는 작지만 다채로운 포즈로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고, 뒤표지에도 건물에 반쯤 가려진 뒤태를 보여주고 있어요. 바로 ‘검은 고양이들’인데요, 책장을 넘기다보면 페이지 곳곳에 고양이들이 숨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숨어 있는 고양이 찾기나 숨은 고양이의 감정읽기, 스토리 만들어보기 등의 놀이를 진행해보는 것도 아이와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님이 후속작으로 빨간고양이 이야기를 작업 중에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책 속에도 빨간 고양이가 딱 한번 등장합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지 여러분들도 그림책 속에서 '빨간 고양이 찾기' 도전해 보세요. 글 이야기만 따라가다 놓쳤던 그림 속 소소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사랑은 널 자라게 해> 속에 등장하는 '새싹과 해'는 읽는이에 따라 다양한 관계나 모습으로 해석되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림책 속에 따뜻함을 담아내는 전령사가 되고 싶다는 박은영 작가님의 바람처럼, 이 책은 오래오래 읽히며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책이 될 것 같아요. 봄 햇살을 가득 담은 듯한 <사랑은 널 자라게 해>. 나를 자라게 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고 그것들에 감사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본 서평글은 시공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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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여우 - 숫자로 만든 스릴러 그림책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6
케이트 리드 지음, 이루리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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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thriller)’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은 영화관이죠. 액션스릴러, 범죄 스릴러, 호러 스릴러 영화 등등.... 여름철 극장가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자주 보게 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스릴러의 정확한 뜻을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분은 얼마 없을 것 같아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관객이나 독자에게 공포감이나 흥취를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만든 연극․영화나 소설 따위’로 풀이하고 있고, 영어사전에는 thriller가 스릴러물, 범죄·스파이 활동 등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책·연극·영화라고 나와 있습니다.

긴장감을 일으키게 하는 이야기에 빠져들며 사건을 추리하여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과정에 초점을 둔 스릴러. 뭔가 ‘19금’ 같은 관람제한 표시가 붙을 법한 스릴러라는 장르가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그림책에 등장했어요. ‘숫자로 만든 스릴러 그림책’이란 부제가 붙은 <한 마리 여우>라는 책입니다.



표지가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오죠. 청록색 바탕에 선명한 주황빛의 한 마리 여우가 앞표지를 채우고 있어요. 고개를 치켜들고 고고하게 자신의 옆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우는 눈동자만은 표지를 보는있는 독자를 향하고 있어요. 마치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봐,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을 걸!’이라고 이야기 하듯, 여유롭고 자신감에 찬 표정이에요.

뒷표지에는 여우의 꼬리가 보이고, "한 마리 배고픈 여우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먹이를 찾습니다. 세 마리 통통한 암탉들이 위험합니다!" 라며 이 책 내용에 대한 단서를 던져두었네요. ‘특별한 숫자 그림책을 보는 내내 독자들이 꼼짝달싹 못 할’ 것이라는 문구도 보입니다.



앞표지를 넘기면 색색깔로 찍힌 여우 발자국 사이로 느긋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미소를 띤 여우 한 한 마리가 보이고, 그 여우를 따라 앞면지를 넘기면 속표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되죠.

온라인 서점 분류에 보면, 주제별 책읽기에서 ‘수학 동화’로 나뉘어졌는데, 다른 유아 수학 그림책이 그러하듯 각 페이지에 제시된 숫자와 이야기, 일러스트는 정확히 매칭됩니다. 숫자 1과 한 마리의 여우, 2와 두 개의 눈, 3과 세 마리 암탉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 책은 ‘스릴러’라고 명시했듯 암탉을 노리는 배고픈 여우와 암탉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달빛이 비치는 농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사건! 그들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은 어떤 식으로 해소될까요? 배고픈 여우는 과연 암탉들을 잡아먹었을까요?


그림책을 보는 내내 숫자를 세며 이야기에 빠져들고, 다음 상황이 궁금해지는 스릴러의 정석을 보여주는 그림책 <한 마리 여우>는 북극곰 출판사에서 2021년 1월에 출간된 무지개그림책 66번째 책이고, 이 그림책을 탄생시킨 작가 케이트 리드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해요.

케이트 리드는 영국 잉글랜드 동부에 있는 노퍽 (Norfolk)에 거주하며 아동책 작가로 일러스트레이터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림책계의 거장 에릭 칼 느낌의 콜라주 기법부터, 프린팅과 다양한 드로잉과 컬러링 기법을 사용해 다채로운 질감으로 캐릭터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케이트 리드는 첫 번째 그림책인 <한 마리 여우>로 에즈라 잭 키츠 신인 작가상, 수학과학 연구소 선정 올해의 수학책, 페어런트 초이스 황금상, 시빌즈 픽션 그림책상, 캐피톨 초이스 주목할 만한 그림책 상 등을 수상했어요.

이미지 출처: 의 홈페이지((이밎이https://www.kateread.co.uk/에 자신은 항상 종이를 이용해 노는 것을 좋아했고 이제 그림책을 설명하기 위한 질감을 만들기 위해 그림 자르기, 염색, 인쇄, 그리고 그림 그리기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림책에 대한 사랑도 각별한 그녀는 자신이 “세계 최고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림책 작가로서의 자부심도 표현하고 있어요.


그림책에 대한 사랑도 각별한 그녀는 자신이 “세계 최고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다"며 그림책 작가로서의 자부심도 표현하고 있어요.




1에서 10까지 세는 것이 이렇게 스릴 넘치는 것이었다니!!! 잡아 먹으려는 여우와 잡아 먹히는 암탉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마지막까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한 마리 여우>. 숫자 세기를 시작한 어린 아이도, 곁에서 함께 그림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숫자 그림책이랍니다. 추천 꾹~


*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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