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널 자라게 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71
박은영 지음 / 시공주니어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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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색으로 채우실 건가요??

러블리한 핑크💗? 강렬한 빨강❤? 풋풋한 초록💚이나 신비로운 느낌의 보라💜를 선택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어떤 사랑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선택할 색이 바뀔 수도 있을 거예요.

캐나다 심리학자 존 앨런 리(John Alan Lee)는 그의 저서 <Colors of Love : An Exploration of the Ways of Loving>(1973)에서 그리스어로 사랑을 의미하는 6가지 단어를 이용해 사랑의 유형을 나누었고, 각 유형별로 사랑의 색을 지정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대 그리스어인 '스토르게이(Storgay)'에서 비롯된 스토르게(Sorge)인데요, 우정을 토대로 한 이 사랑은 부모의 자식사랑, 형제애와 같은 가족적인 사랑을 의미하며 ‘노란색’💛으로 나타냅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노란색’이 부모님들의 자식사랑을 표현한다니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죠?

존 앨런 리의 ‘사랑의 색채’ 이론 속 ‘노랑‘의 의미와 잘 맞아 떨어지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표지부터 노란색을 가득 담고 있는 박은영 작가의 <사랑은 널 자라게 해>인데요. 전작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어> 이후 그림책으로는 무려 12년 만에 출간된 반가운 신작입니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화자는 이제 막 존재감을 드러낸 파란 새싹입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작은 새싹에게 노란 해가 다가와 “안녕”이란 인사를 건넵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구처럼 해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비로소 새싹은 ‘그림자’가 생겨요. 저에게는 그 그림자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로 읽혔어요.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 새싹과 해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갑니다. 작은 새싹이 ‘자라서’ 위로 뻗어가듯 새싹과 해가 함께 하는 공간도 위를 향해 나아가요. 처음에는 키 큰 나무, 그 다음에는 키 작은 나무 사이, 가파른 계단을 지나 높은 지붕 위까지 올라갑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일 때도, 위험한 곳을 지날 때도 둘은 늘 함께였어요, ‘우리’라는 지칭어로 언제나 붙어 있을 것 같았던 새싹과 해였지만, 그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들에게 닥친 시련은 무엇일까요? 새싹은 그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뒷이야기는 꼭 그림책에서 확인해보세요~^^)



박은영 작가님은 <사랑은 널 자라게 해>를 통해 무한한 사랑으로 자식들을 품어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그림책에 담아내고자 했대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이 작품을 시작했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중에 어머님마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부모님을 떠올리며 작가님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자연스레 그림책 속에 녹아들었다고 해요. (자전거 타는 장면)

감사할 줄을 모르고 당연하게 여겼던 부모님의 큰 사랑은 세월이 흘러 우리가 부모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음을 알게 되죠. 아마도 이 책 속 파란 새싹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장면은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존재의 투영일겁니다. 파랑과 노랑이 섞여 초록이 되듯 내 안에 부모님의 사랑과 추억이 아로새겨져 지금의 내가 된 것이지요.



꽤 묵직한 주제에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진행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앞표지에는 작지만 다채로운 포즈로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고, 뒤표지에도 건물에 반쯤 가려진 뒤태를 보여주고 있어요. 바로 ‘검은 고양이들’인데요, 책장을 넘기다보면 페이지 곳곳에 고양이들이 숨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숨어 있는 고양이 찾기나 숨은 고양이의 감정읽기, 스토리 만들어보기 등의 놀이를 진행해보는 것도 아이와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님이 후속작으로 빨간고양이 이야기를 작업 중에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책 속에도 빨간 고양이가 딱 한번 등장합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지 여러분들도 그림책 속에서 '빨간 고양이 찾기' 도전해 보세요. 글 이야기만 따라가다 놓쳤던 그림 속 소소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사랑은 널 자라게 해> 속에 등장하는 '새싹과 해'는 읽는이에 따라 다양한 관계나 모습으로 해석되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림책 속에 따뜻함을 담아내는 전령사가 되고 싶다는 박은영 작가님의 바람처럼, 이 책은 오래오래 읽히며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책이 될 것 같아요. 봄 햇살을 가득 담은 듯한 <사랑은 널 자라게 해>. 나를 자라게 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고 그것들에 감사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본 서평글은 시공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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