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랄라 치과 보림 창작 그림책
윤담요 지음 / 보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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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겁이 많은 저는 어렸을 때 무서운게 참 많았습니다. 먼저 컴컴한 밤이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 두 눈으로 정확하게 대상을 인지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두려웠어요. 그래서 그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존재들이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이야기나 영화로 접한 귀신과 유령, 피를 빨아먹는 드라큘라나 흡혈박쥐가 언제든 어둠 속에서 나를 위협할 것 같았고, 다리가 8개인 거대한 거미도 거미줄로 저를 돌돌 감싼 다음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놀이동산에 있는 ‘귀신의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공포의 대상들’이 그림책 한 권에 모두 모였는데, 그들이 모인 장소가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두려움에 떨게하는 곳입니다. 얼굴 위로 내리꽂는 눈부신 불빛, 기괴한 기계소리, 소독약 냄새가 배어있는 ‘치과’요!!!!

공포유발 캐릭터들이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치과'에 모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보림 출판사에서 나온 윤담요 작가의 그림책 <드라랄라 치과> 속에서 말이죠.



대학에서 회화와 금속 조형 디자인을 전공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온 윤담요 작가님. 작가님 이름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과연 본명일까?’ 였는데요, 작가남 인스타(@smalldrawing_y)를 찾아보니 이름에 얽힌 사연이 있더군요. 작가님이 사는 동네에서는 이웃들 사이에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는데, ‘담요’라는 별명이 이제는 제 2의 고향 같은 이름이 되어버렸대요. 이 책을 마무리 하며 본명과 필명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작가님의 성과 별명을 합쳐 필명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닼

담요라는 이름처럼 따뜻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필명에 담겨 있다는데, 저는 작가님의 첫 그림책인 <드라랄라 치과>에서 그 따스함이 느껴졌어요.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실제로 윤담요 작가님은 아이와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황당한 이야기 만들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아이가 유독 좋아하던 드라큘라 치과 의사 이야기를 자신의 첫 그림책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엄마와 아이가 꼬리물기 이야기 덕분에 탄생한 드라랄라 치과 이야기, 드라큘라 치과 의사 선생님- 궁금하시죠??



병원을 나타내는 기호인 초록색 십자가에서 그 색상을 따온듯 초록색으로 쓰여진 제목 <드라랄라 치과>. 하지만 공포영화 타이틀처럼 글자는 흘러내립니다. 그 아래에는 뾰족한 송곳니를 들어 낸 드라큘라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노란 조명을 받고 표지 전면을 가득채운 드라큘라는 일반 드라큘라 백작과는 달리 의료인 가운을 입고 있어요. 한쪽 주머니에는 의료용 덴탈미러(구강거울), 반대쪽 주머니에는 거미가 들어 있고 펼쳐진 검은 망토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대신 ‘칫솔’과 ‘치약’을 들이밀고 있어요. 앞표지의 공포분위기는 뒷표지에서 슬쩍 풀립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접수하며 가장 먼저 작성하는 ‘문진표’가 먼저 눈에 띄어요.



문진표와 함께 책 표지 속 드라큘라의 직업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어서오세요. 드라랄라 치과입니다.”라는 뼈다귀 속 문구에 거미와 간호사 모자를 쓴 올빼미, 박쥐, 마늘도 등장해요. 뾰족한 이를 가진 드라큘라 치과 의사 선생님과 독특한 의료진들...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치과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앞뒤 면지는 정말 꼼꼼하고 세심히 살펴보셔야 할 거예요. ‘그림 이야기들’이 촘촘히 숨겨져 있거든요. 밤과 낮의 변화된 동네 모습과 드라랄라 치과의 다른 점을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들도 발견할 수 있어요. ‘숨은 그림 찾기’와 ‘다른 그림 찾기’ 놀이가 모두 가능한 앞, 뒤면지를 저희 아이도 계속 앞뒤면을 번갈아 비교해보며 ‘찾았다!’를 외쳤답니다.



면지를 넘기면 속표지 전에 이야기의 배경이 소개가 됩니다. 달도 슬쩍 눈을 감은 밤12시. 딸깍 불이 켜지면 치과로 변하는, 밤에만 문을 여는 ‘드라랄라 치과’예요. 이 페이지에는 사건의 배경과 함께 등장 인물들이 스포(!)되는데요, 드라랄라 치과 입간판 뒤로 길게 늘어선 줄 보이시죠? 오늘 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입니다. 어떤 환자들이 이 특별한 치과를 찾았을까요? 검은 형태로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판권면과 함께 속표지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치과에 가면 볼 수 있는 ‘치과의사 면허장’과 이 병원을 들렀을 법한 유명 연예인(바다 코끼리) 사인이 벽에 걸려 있어요. 자기애 가득한 드라랄라 의사선생님은 자신의 졸업사진도 걸어두었고, 병원 이름이 본인 이름 ‘드라랄라’를 붙였다는 것도 알 수 있어요. 환자들이 앉을 수 있는 치아 모양의 빈백소파가 놓여 있고, 데스크에는 마늘 간호사가 접수를 받고 있답니다. 환자마다 아픈 곳도, 사연도 다 제각각이죠.



첫 번째 환자는 드라큘라 할머니입니다. 토마토골에 사는 드라큘라 왕할머니이신데 틀니가 말썽이라 새로운 틀니를 하러 오셨대요.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틀니들이 제시되는데 각각의 그림들을 보면 킥킥 웃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어요. 저는 드라큘라 할머니의 치료에 응원하러 온 토마토들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페이지를 자세히 살피면 윤담요 작가님이 숨겨놓은 웃음코드를 발견할 수 있어요. 찾아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드라랄라 치과>.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지만 스포는 다른 독자분들의 즐거움을 빼앗는게 될 것 같아서, 이어지는 다른 환자들의 사연은 꼭 그림책으로 확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각각의 등장 인물들이 치료하는 과정도 유쾌하고, 서브 캐릭터들의 케미도 좋아요. 작가님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녹아있어서, <월리를 찾아라>처럼 구석 구석 요소요소를 샅샅이 훑게 된답니다.



무서웠던 치과가 재미난 치과로, 어둠 속 존재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드라랄라 치과>! 다가오는 5월 5일 '어린이 날' 선물을 고민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그림책 선물은 어떠세요?? 선물을 전하는 어른도, 그림책을 선물 받아 든 아이도 모두 만족할만 한 <드라랄라 치과>를 추천합니다!! 치아도 치료받고 마음도 치료 받는 <드라랄라 치과> 이야기를 읽다보면 독자들의 마음도 힐링되는 재밌고 흥미로운 그림책이이니까요. ^_^

*본 서평글은 보림수피아23기로 선정되어, 보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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