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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 Ciel 4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임주연씨의 팬이다. 그 분의 작품군을 살펴보면 데뷔작인 [어느 비리공무원의 고백](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에서 특유의 그림체와 일상화된 개그성을 확립했고, [악마의 신부]에서 여장을, [소녀교육헌장]에서 근친삘나는 아수라장 연애물(솔직히 아버지가 대통령이라거나 사촌이 인민 8군 소속이라거나 하는 건 아무짝에도 관계 없었다...)을, 그리고 마침내 [씨엘]에서는 대놓고 백합물을 시작하고 있다. 마녀들은 스스로 필드를 형성할 수는 있지만 해제할 수는 없고, 마력이 다해 죽지 않으려면 패밀리어-영혼을 함께하는 친구가 현세에 발을 딛고 친우를 불러내야만 한다는 이 설정은 아무리 순수한 눈으로 보아줄래도 ‘절대 평범한 친구로 안 보이는;’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임주연 씨, (제도권 안에서) 하고싶은 건 다 해보고 있군요....”
...매우 바람직합니다.(의미불명)
전작 [소녀교육헌장]은 이야기의 전개가 상당히 산만했다. 맹한 대통령 따님께서 예쁘고 잘나고 재수없는 부잣집 모녀 친척에게 학대당하는 신데렐라물, 거기다 북쪽에서 온 사촌과 사랑에 빠지는 로미오 머스트 다이 계열, 거기다가 계모를 처치하고 왕자를 손에 넣는 백설공주라는 동화 비틀어보기에 이어 초능력 결투까지 벌이는 등 하고싶은 이야기는 다 때려넣어서 막판에는 대체 뭐가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막판에 나는 ‘우주인은 어제쯤 나올라나’하고 있었다. 결국 비슷한 게 나오더구만...
하지만 믿음은 배신당하지 않았다. 그 산만함은 자신의 갈 길을 찾기 위한 발전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씨엘]은 3권 현재, ‘자신의 꿈을 갖지 못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주제를 마법이라는 통일된 구조 하에서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더해진 임주연 씨 특유의 ‘현실에 바로 이어진’ 개그! 기다림을 보답받는 기쁨은 크다. 이런 즐거움을 맛보게 해 준 임주연씨에게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