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석정현 지음 / 길찾기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초고가 제품을 큰맘먹고 질렀는데, 지른 보람이 있다. 길지 않은 단편, 게다가 만화라는 - 대량의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후기와 해설에서 이야기된 대부분의 설정들이 그림 요소요소에서 드러나보인다.(비교: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그림보다 글이 더 많다--;;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정도는 애교다.)
특히 책 뒤에 부록으로 붙어있던 ‘원작’은 상당한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점이 도리어 조금 거스러미처럼 걸리는 느낌이었는데, 진지한 근미래 SF인 본작에 유머러스한 면이 강했던 원작의 부분부분들을 재활용하는 바람에 조금씩 이미지가 섞여 버렸달까. 아쉬운 일이다. 반면 이 본편을 원작과 비슷한 무언극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결국 최소한 본편에 있어서는 개그가 별 도움이 안 되었다는 - 내지는 제대로 혼합되지 못했다는 느낌이지만, 그 중에서도 아무 멋져버린 시각이 있었다. 우주복을 입은 사이보그들이 생체병기를 들고 전자두뇌 속을 헤엄치며 오크들과 싸우는 장면일지라도(...본편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 군대가 한국군, 혹은 한국군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은 조직이라는 것, 그리고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현대 한국인(특히 병역필 남성)과 매우 강력한 사회적 동질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드러내보이는 기상천외한 수단이 있었던 것이다.
언놈이 원산폭격하고 있으면 그건 한국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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