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마일 Moonlight Mile 1 - 땅의 끝
오타사키 야스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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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나고 인류는 우주 개발에 주력했다-고 말하면, 인류는 미국인밖에 없다. 2차대전 끝나고 이승만이가 우주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거 했다는 얘기는 못들어봤고, 심지어는 프랑스도 영국도 우주에 대해서는 망원경 정도밖에 신경쓰지 못했다. 오로지 위대한 아메리카와 그루지아의 인간백정 스딸린이 상대방의 머리 위에 미사일을 날리겠다는 일념 하에 독일의 과학자들을 납치하고 금강산댐 수준의 대국민 공갈을 펼쳐 돈을 끌어모았다. 이것이 우주 개발의 서곡이다. 그들은 로켓을 쏘고, 위성을 띄우고, 달에 발자국을 찍었다.
그리고 냉전이 끝난 뒤 잊혀졌다.
[문라이트 마일]은 그것이 잊혀지지 않은 세계를 그리고 있다. 높은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우주로 가는 문을 연 뒤에 우주와 달로 떠나는 것은 귀족도 정치가도 부자도 아닌 노동자, 블루칼라였다. 그들이야말로 저 불모의 행성에 삽을 꽂고 집을, 건물을,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전쟁을 위한 군사기술의 혜택으로 우주에 나섰고 데브리(우주 쓰레기)가 스테이션을 때릴 때마다 구멍이 뚫려 죽네사네 하지만 인류 최초의 우주 노동자들은 기운차게 달의 대지에 삽날을 꽂는다.
그리고 달의 그림자 너머에서, 남들보다 먼저 우주의 패권을 쥐기 위한 군사기술이 음습하게 숨을 내쉰다.
어떤 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평화와 번영과 진보를 위해 우주로 날아오른다. 어떤 이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파괴와 지배와 패권을 위해 우주에 잠겨든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 평화는 군사기술의 혜택을 입고 성장하며, 군사기술은 평화의 가면을 쓰고 살을 찌운다. 테러 혐의가 있는 유색인종이기에 로켓을 만들 수 없다면 권력으로 약자를 협박해서 로켓의 부품을 사 모은다. 그리하여 우주는 평화의 이름을 얹은 병기에 의해 문이 열린다.
그러나 평화의 이름이건 병기의 일부이건, 인간은 우주에 있다.
그들은 우주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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