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천녀 27 - 완결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떤 면에서는 장르를 종잡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일본의 전통설화인 ‘카구야히메 설화’를 기반으로 하여 예비 장기를 보관하기 위한 복제인간의 제조에 대한 논란, 거기에 동성애를 뛰어넘은 인간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우주적인 대재난을 뒤섞은 이 작품은 시미즈 레이코 작품군의 큰 특징인 강렬한 감정의 묘사에 있어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인간이 아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끼는 인간의 감정’과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중시한다. 아니, 중시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 시미즈 레이코는 그 감정을 관능적이다 못해 퇴폐적으로까지 그려낸다. 얼마 전 완결된 [월광천녀]는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그러한 퇴폐적이기까지 한 감정의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 갈망이라는 이름의 집착, 희망이라는 이름의 집착... 다른 작가들이라면 얼마든지 아름답게 그려냈을 감정들은 [월광천녀]에서는 너무나 강렬하여 도리어 추한, ‘집착’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추하고 더럽고 비열함을 스스로조차 알고 있을지라도 매달릴 수밖에 없는 집착, 그것을 이토록 진하게 그려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는 흔하지 않다. 그 사실만으로도 시미즈 레이코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음은, 충분히 하나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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