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카이조 26 - 완결
쿄지 쿠메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사실 카이조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26권이나 연재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정도다. 아예 배경을 그리지 않는 간단한 그림체, 전혀 발전없는 평면적인 캐릭터(우미는 폭주했으므로 논외), 심심하면 남발되는 캐릭터 전신상, 무엇보다 각 화마다 똑같은 원패턴. 카이조나 부장이 전신상으로 등장해 문제를 제기한다 -> 우미가 딴지를 건다 -> 그 딴지를 무시하고 갖가지 예시를 끌어낸다 -> 치탄이 바보짓을 해 그 문제를 직접 표현해보인다. 후반 들어 가장 모범생 내지는 정상이었던 우미가 폭주해서 ‘피와 폭력을 사랑하는 게 옥의 티♡’ 인 미소녀 캐릭터로 돌변, 자기가 딴지걸고 자기가 자폭하는 행태도 내보이기는 하지만 기본 골조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26권이나 인기리에(?) 연재되었으면 갑작스럽고 억지스러운 종결로 수많은(?) 팬들의 공분을 일으킨 [제멋대로 카이조]는, 저 기본 골조 안에서 극잔적일 정도로 이야기를 폭주시킨다는 점으로 강력한 흡입력을 얻는다. 문제제기 뒤 그 문제의 예시들을 늘어놓는 목록들을 살펴보면 작가가 다년간의 내공을 쌓은 오타쿠거나, 아니면 편집부가 거의 발버둥치다시피해서 자료를 끌어모았거나 둘 중 하나가 틀림없다고 한다. 두 번째 생각이 옳다면 때려치자고 나온 편집부도 이해가 간다... 단순히 만화나 영화, 게임, 드라마 같은 한 분야에만 집중된 게 아니라 시사상식과 국제정세에까지 드넓게 펼쳐진 목록은 ‘현대문화진단’이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아까움이 없다. 그리고 치탄 또는 우미가 저지르는 자폭 역시 ‘이제 이것들이 폭발할 차례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웃음조차 안 나올 정도로 어이없는, 그야말로 ‘뻔히 알면서도 두들겨맞을 수밖에 없는’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완전히 정형화된 골조 안에서 그 제약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개성과 상상력, 이것이 극단 너머까지 폭주하는 만화 [제멋대로 카이조]. 그것이 바로 카이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종결은 심하게 급작스럽다. 역시 편집부와 대판 싸운 작가가 “쿠라에(먹어라)!”를 외쳤다는 루마가 진실로 들리는 건 나 뿐일까. 더 이상 카이조를 볼 수 없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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