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걸 마호로 8 - 완결
디타마 보우, 나카야마 번즈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에반게리온]의 열기가 조금 남아있던 어느날, 바로 그 [에반게리온]을 창조한 ‘제대로 맛이 간’ 가이낙스가 [마호로매틱]이라는 엄한 애니의 제작을 예고했다. 에바의 분위기가 넘치는 폭발! 기계병기! 사이보그! 불바다를 누비는 그림자!
그리고 마침내 [마호로매틱]이 방영되었을 때, 수많은 죄없는 군상들이 기절했다.
“야한 것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를 몇 번이나 쏘아붙이며 도깨비집 수준으로 오염된 집을 깔끔청결하게 해치워 버리고 전세계에서 음식재료를 직송해 초일류 음식점 수준의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는-그러나 맹해서 서비스신을 마구 난무하는 16세 메이드라니! 게다가 학생을 덮칠 생각밖에 없는 에로여교사와 취향별로 모아져 있는 동급생들의 에로러브한 일상! 에바를 기대했던 수천만(?) 팬들은 되게 오프닝히트를 얻어맞고 널부러졌고, ‘상태가 더 심해진’ 2기 [마호로매틱-더욱 아름다운 것]에 의해 스탠드 자세에서 얼굴에 집중포화를 먹었다. 게다가 그 분위기에 대충 익숙해질 즈음 확 뒤집어버린 마무리 엔딩에서 정말 기절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비록 [에반게리온]만큼의 반향은 불러일으키지 못했어도 개인적으로는 아주 잘 만든 애니라고 느꼈었다. 그리고 그 코믹스 버전인 [사이버걸 마호로]가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나는 하늘을 우러러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바닥은... 지옥이야...”
한. 술. 더. 뜬. 다.
‘선행매체 우위의 법칙’, 즉 멀티미디어로 전개된 같은 작품의 경우, 그 실질적인 원작 관계에 상관없이 먼저 본 작품의 이미지가 남아, 가장 먼저 본 작품이 ‘원작’이며 ‘가장 잘 만든 작품’이 된다는 법칙에 따른 것인지, 코믹스는 조금 ‘흐트러진’ 느낌이 강하다. 러브코미디로서는 제법 괜찮은 편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액션이 망가져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사실 액션씬은 절대 그리기 쉬운 것이 아니다. 다년간의 수행과 타고난 감성이 없이 그린 그림은 동세부터 인체비례까지 어딘가 어긋나 있기 마련인데, [사이버걸 마호로]에서는 아주 직격으로 적중해버렸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액션이 아닌 러브코미디 부분에서도 속도감도 역동감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법 볼만하다는 느낌도 부정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의 그늘만 걷어버릴 수 있다면, 제법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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