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전사 아쿠메츠 13
타바타 요시아키 지음, 요고 유키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 사회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 경제난, 부패, 빈부격차, 썩어빠진 정치, 뭔가 잘못되어 있고, 그것 때문에 내가 고통받는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거지? 누가 잘못한거지? '범죄자도 피해자도 없는 범죄' 이기에 처벌할 수도 없지만, 그러나 나는 고통받고 있는데?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거지? 이런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는 것이 [가면전사 아쿠메츠]이다.
악을 멸한다는 의미의 '아쿠메츠'라는 이름을 지닌 괴인들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무슨 일이든 행해서, 이런 문제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찾아낸다. 그리고 죽인다! 네놈들의 잘못으로 사람이 죽었으니, 네놈도 죽어야 하잖아! 몇 명이건 죽인다. 그런 식으로는 끝이 없다고 변명한다면, 그래도 죽인다. 바퀴벌레처럼 기어나오면 기어나오는대로 죽인다. 끝이 없으면 끝이 없는대로 죽인다!
...정말 이래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일본은 이런 사회고발이 안 먹히기로 유명한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과격한 학생운동(세상 어느 나라에 비행기 납치하고 폭탄 테러하는 학생운동이 있냐...)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뭔 짓을 해도 윗놈들은 안 바뀐다는 체념 비슷한 기운이 퍼져서 그렇다는데, 그러다보니 위와 아래가 일치단결하여(?) 이런 사회고발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우리나라도 그런 기미가 보여서 조금 걱정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가면전사 아쿠메츠]를 보다보면 만화라는 매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느낄 수 있다. 이 만화를 정신없이 읽어버린 내가 그 증거다. 우리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사회고발물을 이렇게 열심히 보게 되다니! 만화 속의 사람들이 그렇듯 만화 밖의 독자들 역시 '조금의 사리사욕도 없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자만을 찾아내 벌하는 아쿠메츠에게 열광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만화의 힘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쿠메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기다리는 대중, 그리고 나의 모습은 가장 도덕적이고 가장 강력한 영웅-독재자의 재래를 기다리는 것 아닌가하는 섬찟함이 남는다. 현실적으로 저런 마블 코믹스급(어떤 의미로는 더 강력하다) 슈퍼히로가 아니고서는 손대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대의 정치판이고, 카이사르까지는 아니라도 술라 정도가 확 뒤집어주면 기꺼이 환호해드리기야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런 과격한 만화로나 울분을 달래야 한다니 이 어찌 비참하지 아니한 일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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