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킨 시저스 4
이와나가 료타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긴 전쟁이 끝난 폐허. 거만한 귀족과 굶주리는 민중. 그리고 '정부도 무엇인가 하고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어릿광대 부대, 육군정보부 3과 [펌프킨 시저스]. 전쟁으로 인한 재해를 퇴치하겠다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상부로부터 무시당하고 동료들로부터 비웃음사고 자신들이 구해내야 할 대상인 민중들로부터는 불신을 사는 그들이지만, 육정 3과의 대원들은 그래도 우직하게 자기 할 일에 매달리는 바보들 뿐이다.
능력 있음이 틀림없는데도 이런 데서 머물고 있는 과장, 여자에게 목숨 건 영창에서 온 탈옥마, 적국의 음악을 알고 싶어서 정보부에 지원한 여자(그런 여자를 받아준 정보부도 참 징하다...), 그리고 거대한 권총 한 자루로 전차와 싸워온 남자 등 하나같이 바보들인 그들. 그러나 머리 좋은 작자들이 무기를 밀매하고 마약을 팔고 폭동을 일으킬 때 이 바보들은 손수 감자를 깎아 수프를 끓여 배급하고 자기 코트를 잘라 만든 장갑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이건 뺏긴 것에 가깝지만). "저 수많은 난민들 중에서 너희가 구해낸 게 몇이나 될 것 같냐?"는 비웃음에 주먹을 날리며, "그럼 그 구해낸 한 사람에게 '너는 구했지만 쓸모가 없다'고 말하라는 걸까. 그런 짓은 절대로 못 해..." 라고 중얼거리는 그들의 바보스러운 모습은 진정으로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끄는 대마왕급 바보 알리스 L. 멜빈. 귀족 아가씨이면서도 이런 '유치하고 의미없는' 임무에서 보람을 느끼며, "놈들은 돈으로, 권력으로, 폭력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두꺼운 호박 껍질처럼... 날이 필요했다. 호박 껍질까지 단번에 꿰뚫을 수 있는 [펌프킨 시저스]가-!" 라는 이유로 부대 명칭을 지은 열혈파. 그리고 "언젠가 잃어버릴 것이기에 가치가 없다면 당신의 생명도 가치없는 것이겠죠." 라고 말하는 해탈한 정신구조의 귀족 아가씨. 더군다나 OL!(어이)
거기에 더해 페이지가 넘치도록 우겨넣어진 액션 역시 만점이다. 거대한 권총 한 자루를 들고 전차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 영거리 사격을 때려넣는 '완전히 맛 간' 하사의 전투와 강인한 방탄방화복을 입고 거대한 화염방사기를 휘두르는 908도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진짜는 3권에서 양날검 메네를 휘두르는 알리스다. '휘두르지 않아도' 적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휘두르는', 베고 가르는 L, 알리스 레이 멜빈. 크고 무거운 무기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서 푹 빠져 버렸다. 휘둘러 찍고! 되올려 베고! 차올려 찢어라! 아자!
...근데 정작 주인공인 란델 올란드 하사에 대해서는 딱 세 줄 썼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