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안식처 Eternal Sabbath 8 - 완결
소료 후유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몰라야 한다.

바로 얼마 전에 읽은 [호문쿨루스]도 그렇고, 멀리는 [퇴마록]의 승희부터 마니악하게는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의 벤자민(이미 이 이름으로 고정. 3권 참조)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사람은 속마음을 뻔히 알고 있더라도 돌리고 감추고 숨겨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예의, 예절, 상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만화의 주인공인 실로와 이삭은 타인의 마음을 읽고 한발 더 나아가 조작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신인류다. 꼭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졌기에 신인류가 아니라, 기존의 인류와는 완전히 다른 정신세계를 가졌기에 신인류인 것이다.

한편, 그런 그들이 매혹되는 사람은 자신이 접근할 수 없는 - 생각을 읽을 수도 기억을 조작할 수도 없는 사람이다. 이 사실은 서로 모르는 것이야말로 교류의 전제 조건이라는 아이러니를 잘 드러내고 있다. 역시 "부부 간에는 서로 감추는 게 있는 편이 사이를 좋게 하는 법"인 걸까? 예를 들자면 사람 목줄기를 물어뜯어 죽일 수 있는 이빨을 가졌다는 것 같은 것 말야. 타인에게 무한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반대쪽 극단의 신인류, 사토라레들과 좋은 비교가 되는 친구들이다.

그 외에 그림이 예쁘기는 하지만 생동감이 부족한 것도 약간 문제다. 요즘 내 눈이 높아진건가 왜이리 다들 그림체가 눈에 안 차는지… 뒤로 갈수록 작가가 방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말 자체는 작가의 목표대로 낸 것 같지만 그 과정이 개구리 뜀뛰듯 뛰어다니는 게, 이거야말로 스토리 전개의 실력 부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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