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살기 - 반지성 독트린
한네스 슈타인 지음, 김태희 옮김 / 황소자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비공식적인 진리에는 추가 코멘트가 따라붙는다. "이게 정말 효과만점이다." 이는 윗대가리들이 아무 생각 없음을 비판하는 블랙 유머이지만, 그 반대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현대 사회와 같이 빠른 의사결정과 행동이 필요한 시대에는 깊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달라들어 되는대로라도 해치워야 할 필요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을 악화시키더라도 상관없다. 악화는 곧 변화이고, 변화는 곧 기회이니까.
그러나 심사숙고와 사색의 신비함을 강조받아온 우리들은 이런 사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 부분을 위해, 괜찮은 선택이 이 책 아닐까 한다. 생각을 하면 출세의 기회가 줄어든다(오, 첫 머리의 진리가 여기도 나왔군). 생각은 사람을 고독하게 만든다. 사유는 생을 지루하게 만든다. 쓸데없는 생각이 왜 나쁜지, 왜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즐거운지를 이렇게 '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 책은 바보의 삶이 즐겁다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물론 바보의 삶이 즐겁다는 것도 진리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전달하기를 원하는 것은 '참된 지성'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하나도 모르면서 지나치게 똑똑하신 이른바 사상가 분들은 바보라고 할 지 몰라도 그 매너리즘에 빠진 '지성인'들을 비웃을 수 있는 진정한 지성, 그것을 찾기 위해 도리어 어떤 교양서적보다도 깊고 넓게 지성의 흔적들을 파헤치는 그 모습은, 폐허 속에 감추어진 보석을 찾기 위해 붓질을 하는 고고학자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
사람들이 모두 생각 없이 살았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1초에 수천 명을 죽일 수 있는 무기도, 1초에 20종류의 생물을 멸종시키는 산업도, 1초에 지구를 끝장낼 수 있는 지식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행복하게 하고 신비를 신비롭게 여기는 '참된 지성'만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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