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파편 4
타카하시 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타카하시 신이다! [좋은 사람]으로 첫타에 KO당하고 [최종병기 그녀]로 굳히기당한 뒤 [안녕 파파]와 [좋아하게 될 사람]으로 확인사살당한 몸이니 저항 불가능. 일단 사고 나서 생각하자(암울).
죽어라고 눈 내리는 분화구 속의 마을을 배경으로 신비한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판타지 액션물이다. 신입사원 석세스 스토리(…뭐?)였던 [좋은 사람]이나 SF액션(러브스토리? 그게 뭡니까?) [최종병기 그녀]에서는 눈치채지 못했었지만 이 사람의 그림체로 판타지 액션을 그리자 예상한 대로(?) 상당히 (그림체만) 미야자키스러운 작품이 되어 버렸다. 마치 수채화같은(애니라면 모를까 만화에 이런 묘사를 쓰게 될 줄이야…) 마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주인공, 억척스러운 할머니, 상당히 동화적인 상황설정을 해 놓고는 그 동화적인 캐릭터들에게 [최종병기 그녀] 급의 아동학대를 가하고(이게 어디가 왕족이냐) 총질을 하고 탱크로 밀어버리며, 그러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절제되어 사실성있는 리얼한 현실 묘사(판타지라며?)를 도입하는 등 귀여운 그림체와 상황전개의 이질감이 상당히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이러한 이질감 자체가 매력이 될 수도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타카하시 신이 그려내 온 달리는 주인공(진짜 달리기 좋아하는 인간 같으니… 그동안 주인공은 무조건 육상부였다)과 맹하면서도 착하고 굳센 파트너의 이야기는 과연 [너의 파편]에서도 이어져 갈 것인가? 현재까지는 패턴이 뒤집어져서, 웃지 못하는 여자아이와 언제나 웃는 남자아이라는 설정은 누구 말마따나 똑부러지는 치세와 얼빵한 슈의 모험기가 되어간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태어났다는 것. 파편이라는 단어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태어난 자 - '히토가타'인 두 사람이 잃어버리고 태어난 파편을 의미하는 것일까. 작품의 제목이 [나의 파편]이나 [우리의 파편]이 아닌 [너의 파편]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흡입력 부족이 치명적이다. [좋은 사람]도 [최종병기 그녀]도 초반에는 흡입력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었으니만큼 [안녕 파파]와 [좋아하게 될 사람]을 포함해 모든 작품을 끌어모으고 있는 심각한 빠돌이인 본인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지만, 1권을 사서 읽고난 뒤 2권을 읽을 마음이 안 생긴다는 것은 기존의 팬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신규 팬층을 구성하기에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막나가 버리면 절대 타카하시 신이 아니라는 게 또 문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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