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119 구조대 완전판 1
소다 마사히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소다 마사히토의 만화들은 한 마디로 '열혈'로 요약된다. 몸 전체에 흐르는 땀방울,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아무리 들이켜도 부족한 호흡을 특유의 거친 펜선으로 그려내는데, 그 난폭한(진담) 그림체는 예쁘지는 않지만 감동적이리만큼 남자의 피를 끓게 하는 박력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이 아저씨의 기본 사상이 박력을 더한다. "세상에는 멋있는 것과 멋없는 것, 두 가지밖에 없다. 그리고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멋있는 것이라면 단연 무언가와 싸워나가는 것이다." 라는 것이 소다 마사히토의 지론인 모양이다. 그동안 스포츠 만화를 통해 '싸우는 인간'을 그려온 소다 마사히토가 새로운 주제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출동 119 구조대]이다. "이 만화는 소방관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의 '싸워나가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라고 만화가 본인이 (당당하게도) 말했다.

작가의 변을 읽기 전, 이 만화를 처음 잡았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이거였다. '이 자식, 언젠가는 죽을 거다.'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정말 죽고싶어 날뛰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화재를 이기고 싶어서 지원하고, 맘에 안 드는 동기를 이기고 싶어서 공부하고, 맘에 안 드는 특구(특별구조대)를 이기고 싶어서 훈련했다. 이기고 싶다는 마음에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명령을 어긴 채 날뛰었다. 소방관으로서는 말도 안되는 모습이지만, 무언가와 싸워나가는 인간의 이야기라면 설득력이 있다. 멍청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만. 그러나 선배들의 일하는 모습과 자신이 구해낸 사람들의 눈물을 바라보며 단순한 직업이었던 소방관은 그의 마음 속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엇인가가 되어가기 시작한다. 스페셜리스트란 이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싸우는 남자들의 이야기였던 작품은, 그저 슈퍼맨이 되고 싶었고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던데다 천재이기까지 했던 다이고가 꿈 속의 영웅을 뛰어넘어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구해내고 진짜 소방관이 된 어느 시점부터,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진지한 소방관의 기록이 되기 시작한다. "아는 사람은 제일 마지막이다!" 라고 간신히 내뱉으며 분을 이기지 못해 부들부들 떨면서도 모르는 사람들부터 들쳐업고 나가는 그 모습은 진정 아름다웠다. 다이고의 과격하고 위험한 천재성이 견실한 모범생의 도움을 받아 화려하게 만개할 때ㅡ 비록 모든 사람이 괴로워지는 재해 현장에서만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재능을 없애기 위해 재능을 사용하지만 그 천재성이 발휘되는 모습은 믿음직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이다. 비록 저지르는 놈들은 이번에야말로 죽겠다 각오하고 있다고 해도.

정말 불쌍한 건 오챠이 선생님이다. 연하에 믿음안가지 멍청하지 장래성없지 걱정끼치지 5박자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놈한테 반해 버렸으니… 그런 놈한테까지 채여버린 쥰은 더하고. 아, 그리고 특구 면접에서 하필이면 다이고 뒤에 들어간 아마에게 묵념. 분명히 수재 이상은 가는 놈인데, 천재랑 같은 시대에 떨어진 게 불운이랄까 행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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