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니사이드 시드니

서니사이드 시드니
류수연.김홍기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6월

대학때 친한 친구가 시드니로 어학 연수를 갔었다. 1년만에 살이 6kg이나 쪄서 돌아왔다. 거기 사람들은 정말 단 후식을 정말 많이 먹는데 같이 먹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그 살을 빼는라 고생을 하면서도 친구는 또 시드니에 가고 싶어했다.  심지어 시드니가 고향도 아니면서 오랫동안 향수병을 앓았다. 시드니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꼭 시드니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결국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문득문득 시드니의 찬란한 햇살이 그리워진다고 했다. 과연 시드니의 어떤 면이 내 친구를 미치게 한걸까?

이 책의 저자는 자원봉사로 갔다왔던 시드니가 좋아서 사귀던 남자를 두고 다시 시드니로 향한다. 그리고 이 책의 또다른 저자인 남자는 도저히 두번의 이별은 참을 수 없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고 호주로 떠난다. 그리고 지금은 부부가 되었다. 시드니구석구석의 매력을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시드니의 매력을 알리고자 부부가 이 책을 쓰게 되었단다.

시드니에서는 1년 365일 각종 축제가 열리고 공원에서는 무료로 음악 공연이 펼쳐지며 구석구석 자리한 재즈 및 라이브 공연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스타급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단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는  저렴한 공연장과 훌륭한 바들이 즐비하단다. 패키지로 관광을 가면 오페라 하우스만 보고 지나가는 그 거리에 이렇게 즐길거리가 많단다. 
동성애자의 천국답게 그에 관련된 서점도 있고, 우리나라랑 비슷한 형식의 수제로 만든 사탕을 파는 가게도 있고,  로모 전문 숍,  한번 들어가면 빈손으로 못 나올 것  같은 중고 숍등 가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이 소개되어 있다. 내가 특히 가고 싶었던 곳은 시드니에서 유일하게 허가를 받고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Harry’s cafe de wheels 였다. 시드니를 찾은 유명인들마저도 꼭 찾는다는 핫도그 가게. 얼마나 맛있으면 KFC 창시자까지 찾아가서 먹었을까?
여행에서 맛집이 제일 중요한 내가 꼭 찾아가야 할 집이 아닌가 싶다.


다녀간 유명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재미있는 재미있는 호주식 영어를 잠깐 소개해주는 부분이다.
호주사람들은 이름뒤에 z, zza를 붙여 David는 Daz나 Dazza로 부르고 단어뒤에 y 나 ie를 붙여 줄이는 경우가 많단다. Television을 Telly로 vegetable를 veggie로 말한단다. 정말 귀엽다. 요런 표현들을 배워서 현지인들에게 써 먹으면 그들이 참 친근하게 대해 줄 것 같다. 

우리 신랑이 먼저 이 책을 읽다가 던져 버린다. 이 책을 보니 더 가고 싶고 당장 떠나지 못하는 처지가 더 싫어진단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이 너무 부러워 배가 아프단다.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 신랑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렇게 좋은 곳을 부부가 둘이 여행하고 또 책까지내고...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심하게 났다. 하지만 언젠가 시드니에 가게 된다면 이 부부에게 감사하면서 이 책을 여행가방에 챙겨 넣을 것 같다. 

청춘극한기

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작가는 청춘이란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간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만큼 청춘이란 단어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특별함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
몇 살 부터 몇 살 까지가 청춘이다라고 정해진 건 없지만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청춘의 시기가 다 있었을 것이고 그 청춘을 아름답게 혹은 치열하게 보냈을 것이다.  혹은 보내고 있을 수도있고 보내게 될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옥택선은 연봉 300만원(절대 3000만원의 오타가 아니다.)의 시나리오 작가다. 거의 백수다. 자신의 처지때문에 사랑을 요리조리 피해왔고 조심한 덕분에 참으로 안전한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소개팅 제의에 운명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같은건 전혀 없이 그냥 생활의 변화를 위해 대청소 한다는 기분으로 소개팅에 나간다. 거기서 만난 국립면역연구소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남수필을 만난다. 미키마우스 얘기만 실컷하다 돌아간 남수필이 사랑에 들뜬 사람처럼 옥택선을 찾아와 밤새 얘기만 하다가 돌아간다. 그리고 남수필이 악성바이러스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남수필과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옥택선은 우주복같은 옷을 입은 공무원들에게 끌려가게된다. 응급차에서 죽기전 남수필로부터 온 문자를 보고 옥택선은 탈출을 감행한다. 

소설에 나오는 악성 바이러스의 증상은 사랑에 빠졌을 때와 똑같다.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해서 가슴이 뛰는 건지 바이러스에 걸려서 가슴이 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착각하게된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걸려 있는 동안 아주 행복하다. 옥택선은 평소에 사회에 불만이 많았고 불행하다고 느껴왔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에 걸리고 나서는 행복했다. 병이 나으면 자신은 불행하고 행복하면 죽게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평생에 한번 기껏 용기내어 고백한 것이 바이러스에 걸려서 거기에 따라오는 증상때문이라면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행복한 자신을 보면서 나도 이제 변했구나 싶었는데 그것이 죽을병이라면 얼마나 비참할 것인가. 옥택선은 이렇게 아이러니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생활공상과학 소설이라고 소개했단다.  작가의 기발함과 유쾌함을 잘 표현한 말인것 같다. 그 기발함과 유쾌함은 소설에도 잘 나타나있다. 바이러스를 소재로 해서 청춘의 아픔과 혼란을 이야기 한 것은 기발하고,  소설 구석구석에  심어놓은 빵 터지는 유머는 유쾌하다. 극적이기도 하다가  황당하기도 하다가 심각하기도 하다가 웃기기도 하다. 우리의 청춘처럼 종잡을 수가 없는 소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유머를 잘 외우고 있다가 써먹으면 나도 재미있는 사람이란 말을 들을 수 있을것 같다. 

김태훈의 랜덤 워크

김태훈의 랜덤 워크 - 영화와 음악으로 쓴 이 남자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김태훈씨가 책이 나왔다며 부끄럽다고 하시니까 배철수씨가 부끄러우면 책을 내지 말아야지 왜 내냐고 하시더군요. 김태훈씨가 겸손의 말을 그렇게 받으시면 어쩌냐고 사실 조금 자랑스럽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책이 랜덤 워크입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규정지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책 제목을 랜덤 워크라고 지었답니다.  대표적인 그의 직업은 팝칼럼니스트이지만 방송에서도 자주 보이시고 연애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칼럼과 책도 쓰고  있는 거 보면 랜덤 워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김태훈은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를 보면서 자신과 닮은 모습에 깜짝놀라고 고단한 한주가 끝나면 달콤한 휴식처인 만화방에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와 츠토무 타카하시의 <지뢰진>을 읽고, TV로 <짱구는 못말려>를 보면서 피곤을 푸는 귀여운 면이 있다.
헬스클럽에서 만들어진 묵직한 이두박근 보다 <파이트 클럽>에서의 브래드 피트가 지녔던 깡마른 몸에 섬세하게 세겨진 음영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의 흰색 난닝구의 말론 블란도, <크로우2>의 이기 팝의 록커로서 살아온 30년 삶을 보여주는 상처투성이의 몸이 생생한 날것의 냄새를 풍기는 수컷의 섹시함이라며 극찬을 함과 동시에 자신의 몸은 이제 명랑만화의 주인공을 닮았다는 얘기에는 웃음이 터졌다. 
영화 <M>을고보 잊고 있었던 과거의 순수와 아련함을 느끼고,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를 보면서 친구를 잃고 돼지가 되어버린 포르코의 애수어린 눈빛를 보고 울어버렸다는 대목에서는 방송에 나와서 재미있는 얘기만 하는 달변가 김태훈이란 사람이 참 감성적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화 <친구>에서 <Bad Case of Loving You>에 맞춰 달리던 주인공과, <트레인스포팅>의 <Lust  for Life>와 함께 달리던 이완 맥그리거를 보면서 청춘은 언제나 달린다며 자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달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단다. 사실 나도 달려 본게 언제 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의 청춘도 지나갔나보다.
<스피드 레이서>,<로버트 태권 브이>를 보면서 더이상 흥분되지 않고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를 들으며 촌스럽다고 느끼고, 기억력이 점점 감퇴되어간다는 고민에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호기심을 잃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던간에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는다는 선배의 말에 늙어감을 한탄한다. 아! 하면서 정말 공감한 부분이다. 예전과 달리 책을 끝까지 읽기 힘들고 드라마도 몰입해서 오래 보지 못하고 어떤 자극에도 심드렁했던것이 나이들어감과 동시에 호기심을 잃어서 이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보고싶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듣고 싶은 음악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책에 팝칼럼니스트면서 영화 마니아 답게 상황에 적절한 영화와 음악을 무수히 풀어냈다. 그리고 달변가 답게 무거운 주제도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해놓았다. 
어릴때 공부보다 영화, 음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지금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일 잘하고 있는걸 보면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길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드라마 거짓말을 본 이후로 노희경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녀의 드라마 라면 거의 안본것이 없을 정도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봤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때 정말 반가웠다.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책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눈물 흘릴 각오도 미리 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마치 아기 돌보듯 하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꾸리며 새로 짓고 있는 집에서 노년을 행복하게 살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 의료사고로 자신의 병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젊은 원장 밑에서 월급 의사를 하고 있는 무뚝뚝한 아버지, 좋은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지만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딸, 의대를 가기 위해 삼수를 하고 이번에 합격을 기다리고 있는 아들.

이 가족에게 엄마의 존재는 늘 희생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다. 가족들은 엄마가 늘 그자리에 있기 때문에 소중함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 이타적인 엄마로 인해 이기적인 사람이 된것이다. 그런 엄마가 아프다. 그리고 오래 살지 못하게 된다. 그때 가족들은 그동안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지 못한것이, 집안일 한번 거들어 주지 못한것이,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한것이 한이 된다.그래서 더더욱 엄마를 보낼 수가 없다. 엄마는 자신이 죽는 것 보다 평생 시집살이 시키고 늙어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지만 자신이 없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시어머니가, 그런 시어머니 때문에 고생할 가족들이 더 걱정이다. 

이런 사람이다. 엄마란 사람은.  
사랑을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족들이 화내도 바보 같이 웃는 사람,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다.

드라마 보면서도 엄청 울었는데 책 읽으면서도 또 울었다.
엄마라는 단어만 봐도 눈물이 주르륵.
지금은 회복 되었지만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정말 암담한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던터라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그때 생각이 나서 더더욱 많이 울었던것 같다. 

이제는 잘 해 드려야지. 효도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잊어버린다.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자꾸 다짐해 본다.

이 책은 저자 인세 전액을 기부한단다. 역시 노희경 작가다.  작가가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의 드라마도 따뜻한 것이리라...   
지난 15일 오랜만에 그녀의 단막극 빨강 사탕을 볼수 있어서 행복했다. 

LIFE

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ㅣ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영화 <카모메 식당>, 드라마 <심야식당>의 음식감독 이이지마 나미의 홈메이드 푸드 레시피이고 일본 아마존 쿠깅. 레시피 부분 베스트셀러 1위 거기에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까지 수록하고 있다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저자는 참 포근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 인상처럼 이 책에 나오는 음식도 화려하나 거창한 음식들이 아니었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나, 유부초밥, 카레, 오므라이스, 햄버그 스테이크, 샌드위치, 주먹밥 같은 우리가 흔히 먹고 있고 요리하기가 비교적 쉬운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간단하면서도 자세한 레시피가 따라 하기 쉬울것 같았다. 보통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 하다보면 '무엇무엇을 조금 볶다가  무엇무엇을 넣으시오.' 이런 문장이 나오면 조금이 얼마만큼의 시간을 말하는 것인지 애매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레시피에는 정확하게 얼마의 시간을 요리하라고 되어있었다.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조리과정의 사진을 비교적 자세하게 올려서 나같은  초보자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문학 평론가 이토이 시게사토가 쓴 첫머리에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그대로 따라 만들어보세요. 마법을 부린 것도 아닌데, 주방에서 행복의 시간이 피어 오를 것입니다.' 라는 말이 있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말이 실감이 났다. 그냥 그대로 따라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낼수 있을것 같았다. 

내가 특히 만들어 보고 싶은 음식은 일본 드라마 맨하탄 러브스토리에 자주 나왔던 나폴리탄 스파게티, 요즘처럼 소풍가기 좋은 계절에 도시락으로 딱인 유부초밥, 후식으로 좋은 푸딩, 간단하지만 근사한 저녁을 만들어 줄것 같은 오므라이스, 술 안주로도 좋은 모듬 튀김,  혼자있을때 간단하게 후딱 해먹기 좋을것 같은 오야코동이었다. (사진 순서대로)

이 책에는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란 시로 유명한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너무도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 첫머리를 쓴 이토이 시게사토, 비타민F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시게마츠 기요시의 음식에 관련된 신작 에세이가 수록되어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는 살짝 섬뜩하기도 하다. 

맛있는 음식 레시피에 유명작가들의 에세이까지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꽂아 두지 않고 부엌에 두고 자주 펼쳐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