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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 신화 7
김영주 저자, 허현경 그림, 김길수 감수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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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입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우스가 부하들과 함께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 그리고 이타카에 돌아와 페넬로페 그리고 그의 아들을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세이렌 이야기나, 외눈박이 폴리페모스를 속여 탈출한 이야기 등이 바로 여기에서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가 모험일지그러니까 일종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있다는 것입니다. 원전의 이야기를 충분히 따라가면서도 오디세우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귀환 모험담은 아이들이 충분히 집중하게 할 만합니다.


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를 통해 만나게 되는 오디세우스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영웅의 이미지, ‘영웅의 모험에 대한 이미지를 깨부숩니다. 허점이 많고, 실수 투성이의 영웅과 그의 부하들의 모습 때문입니다. 특히 트로이 전쟁 이 후의 이야기로 전쟁 영웅의 면모보다는 그의 귀환 여정을 담고 있는데, 대체 이 멤버들 허점 많은 영웅과 더 문제적인 부하들 이 과연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미 다른 책이나 이야기들을 통해 오디세우스가 무사히(?) 이타카로 돌아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겠지만 말입니다. 폴리페모스를 속이기 위해 양의 배에 매달리는 꾀른 낸 것과 같은 일화는 오디세우스의 지혜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약한 점도 많고 실수들도 많습니다. 가령, 위험한 바람이 담긴 자루를 굳이 열어보아 이타카를 지척에 두고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된다. 신의 사랑을 받지만 또한 신들의 노여움을 사기도 하는 오디세우스. 그러나 이렇게 약한 영웅과 그의 부하들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만난 영웅은 절대 의기양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 또한 진짜 영웅다움이 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수 많은 버전으로 등장하고, 이번에는 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라는 멋진 형식으로도 우리 앞에 도착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전은 당연히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집니다. 성인인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무리 한글 번역이 좋더라도 어떤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고, 때때로 흐름을 놓칩니다. 지명이나 등장 인물(괴물 포함^^)의 이름들 또한 읽기를 방해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어려움들을 여러 가지 자료로 보완합니다. 또 읽기 쉬운 일기 형식을 통해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눈으로 읽어도 좋지만, 자녀나 학생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읽기에 도움을 주는 자료들이 많은데, 이 구성이 정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도가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지척의 이타카를 이렇게 힘들게 갔어야 했는지지도만 옆에 두고도 함께 이야기 해 볼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장면들은 만화로 제시되어 있는데 그 덕에 마치 대사를 읽듯이 재미있게 읽게 됩니다. 인물 카드가 있어 이야기를 기억하기에도 좋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기에도 좋습니다.


직접 보면 알겠지만, 저는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삽화나 만화, 그 밖에 자료도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큽니다. 아직 시리즈(재미만만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다른 책들을 다 읽어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책 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는 추천할만 하며, 다른 책들 역시 기대가 됩니다. 오래 가는 멋진 시리즈가 나온 것은 아닐까,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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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정유리 지음, 김규택 그림 / 책속물고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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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 느려 선생님께 지적을 받기도 하고,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 이유노는 타임피아에 다녀와 빠른 학생이 된다. 그로 인해 지각도 하지 않고 음식도 빨리 먹지만 학교 생활에서 도리어 실수와 사고를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일들을 계기로 유노는 빨라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느리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춰 무엇이든 빨리 할 수 있는 아이조차 느리면 안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느리면 안되는 것일까. 빠른 것은 대체 무엇이고, 무엇을 할 때에 얼마나 빨라야 하는 건데?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막연하게 빠른 것이 느린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타임피아의 메시지가 딱 그렇다.

타임피아에서는 느림보는 싫어요” “빨리 말하고 빨리 움직여와 같은 메시지를 취지로 훈련이 진행된다. “무조건 빨리하는 건 언제나 행복해. 나는 더 이상 꼴찌가 아니라네.” 가만 보면 어이가 없지만 학교에서, 사회에서, 또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메시지인 것 같다. 근거도 없지만 이 메시지에 길들여져 느린 아이는 견디기 힘들고, 느린 내 모습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책에서는 지나치게 빨리 행동하는 바람에 사고가 벌어지고 유노의 무조건 빨리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무엇이든 빨리 해 여자 친구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도리어 실수 연발이다. 엄마는 밥의 맛도 음미하지 않고 빠르게 먹어치우는 아들이 걱정스럽다. 그리고 김치는 느리게 익어 가며 더 좋은 맛을 내지 않는가. 함께 살다 보면 분명 서로 속도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나 아이, 또 다른 이에게 주입되는 목소리가 무조건 빨리는 아니였으면 좋겠다.

이야기에는 느리고 빠른 것과 관련된 사건도, 비교물도 많다. 이야기는 김치로 시작하여 김치로 끝나며, 세상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 그린란드 상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더군다나 타임피아는 누구나 한번 쯤은 다녀오고 싶은 혹은 누군가를 보내고 싶었던 바로 그곳 아닌가.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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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개정판
야마자키 후미오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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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아직 읽고 있는 중이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비참함에 대한 것.

몸이 아프고, 병에 걸리고, 죽는다는 것이 비참한 것이 아니다.

이 일들을 다루는 어떤 방식들이 비참할 수 있다.

 

저자인 의사는 특히 '돌본다', '살린다 = 어떤 식이든 1초라도 더 생명을 연장한다'는

병원의 당위 속에서 '이 사람이 지금 얼마나 비참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가'하는 것은

무시된다는 것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체가 완전히 타인의 기계적 대처 속에서 함부로 다루어지고

그가 일구어 왔던 삶들은 무시된다.

저자는 자신이 의사임에도 병원에서 맞는 죽음이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고 또 전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티-병원은 아니다.

 

병원 시스템 속에서 아무래도 환자는 자기 몸에 대한 주도권을 상당 부분

의사에게 넘겨주게 된다.

저자는 행간 속에서 그 때 이루어지늨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환자가 자신이 처하게 될 처방, 그 후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것 등이 얼마나 중한지를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은연중에 내 삶에 대해 타인이 책임져 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춰지는 것 같아

씁쓸했다.

또, '건강한 삶', '즐거운 삶'에 대한 예찬이 넘쳐나는 가운데

흔히 말하는 불행 속에서, 고통과 절망, 죽음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고귀함을 찾으려는 시도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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