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거두는 시간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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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너를 기억에서 건질때마다

강렬한 빛이 스며들어 투명하게 휘발되곤 한다

 

이혼 후 대필작가로 살고 있는 윤지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대성공을 했지만 외가가족에게 철처하게 외면당한 이모로부터 자서전 작업을 의뢰받는다. 이모 오선임의 결혼생활은 평탄치 않다. 곧 결혼을 하게 되는 아들의 외면, 이미 가족이 형태는 틀어졌는데도 이혼해주지 않으면서 평생 자신을 이용하는 남편, 그리고 삼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의 그림자로 살아가고 있는 연인. 그녀는 사소한 응급실행에서 같이 살고 있는 연인이 수술동의서에 서명할수 없는, 법적으로 그 어떤보호도 받지 못하는 위치임을 인지하고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서전을 내기로 한다.

 

 

자서전 작업을 시작할 무렵, 윤지는 유품정리사라는 남자 민혁에게서 오래전에 죽은 강수진을 기억하느냐는 전화는 받는다. 죽은 그녀가 윤지에게 남긴 것이 있고 이제는 그것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윤지는 민혁을 만난다. 이모 오선임의 자서전 작업과 윤지의 과거 친구의 죽음, 두가지 이야기는 그녀들의 오랜 과거 기억들의 그물들을 미세하게 흔들어댄다. 그렇게 그녀의 기억들이 하나 둘 거두어 가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들으며 또한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한다. 어쩌면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그러나 내가 망각한 기억의 정답이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오답일수 있음을, 내가 묻어버린 기억 속에서 갇혀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들의 삼십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다시금 기억을 주어 올리는 그런 소설이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렇듯 자신의 오답의 기억을 주어올릴수 있는건 어찌보면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퀴어 소설이나 동성애에 대한 소재를 다룬 소설들이 눈에 많이 띄고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 또한 많다고는 해도 자신들의 성적 취향에 대해 타인들보다는 오히려 가족들의 이해를 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그들의 이야기도 언급된다. 개인적인 성적 취향을 굳이 이해 받아야 하는 건가? 이해를 해야 하는건가 라는 의문도 든다. 모두 사랑의 형태이며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라고 할수 없는 만큼 적어도 이성애자가 아니면 정상이 아니라는 시선은 접어도 되지 않을까?

 

 

가끔 오래전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기억하는 나와 그들이 기억하는 나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질때가 있다. 그 시절의 나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가 아닐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친구들도 생각이 나고 그 시절의 내가 생각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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