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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1989~1990년에 발표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모아 출간 된 책이다. 최근 작가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의 단편들인데 이번에 실린 6편의 단편은 조금은 서늘한 느낌이 나는 단편들로 모은 듯 하다.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좀 약하지만 현실과 상상의 세계 어디쯤 기로에 선 어떤 세상과 마주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최근 작품들의 특성이 이미 그때부터 시작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TV피플> <비행기-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나> <우리시대의 포크루어_고도자본주의의 전사> <가노 크레타> <좀비> <잠> 총 6편이 실려있다.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단편들이라 그 중 몇편을 고른다는 것이 의미는 없다. 조금 난해했던 < TV 피플>, 그리고 <우리시대의 포크로어> <잠> 은 너무 좋았고 <좀비>는 작가의 단편에서 이런 류의 글을 읽어본적이 있었나 하고 되짚어 보는데 아직은 없다. 이런 글도 썼었구나 했다
작가 자신이 <TV피플>과 <잠>은 단 한편의 베스트 단편선을 기획한다면 반드시 수록할 작품이라고 했다는데 그만큼 강렬한 무언가가 있다. 손에 잡힐 듯이 잡히지 않을 듯이 그런, 그런데도 그 뭔가가 참 강한 그런 느낌의 단편이다. 이런 느낌이 좋아 다시 찾게 되나보다
주인이 있는 집에 들어와 제 집처럼 활동하는 TV피플, 17일동안 잠을 한숨도 못자는 여자, 여자를 잡아 먹기위해 사귀는 남자, 시를 읽듯이 혼잣말을 하는데 정작 본인은 모르는 남자, 물소리를 듣는 여자 등 주인공 또는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비틀어진 모습들이다. 그들이 모습에서 나의 외로움과 뒤틀어진 욕망을 본다
그의 소설들은 줄거리로 이야기를 풀려고 하면 이상해진다. 일반적인 다른 소설처럼 줄거리를 쓴다면 이게 먼말인가 싶어지니 말이다. 읽고 있을 순간의 느낌,그 느낌을 믿어본다. 이 책을 읽고 그의 다른 작품이 읽고 싶어져서 검색에 들어간다. 도서관에서 <렉싱턴의 유령> 책도 대출해왔다
사람 마음은 깊은 우물 같은 것 아닐까 싶어. 바닥에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때로 거기서 떠오르는 것의 생김새를 보고 상상하는 수밖에 (P.66/ 비행기)
“나는 옛날부터 스스로를 따분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왔어” 그는 말했다. “아주 어릴적부터 발 뻗고 즐기지를 못하는 아이였지. 언제나 틀 같은 것이 내 주위에 보여서, 거기서 빠져나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살았어. 눈앞에 늘 가이드라인이 보여. 친절한 고속도로 비슷한거지.어디어디 방면은 오른쪽 차선을 타라, 더 가면 커브가 있다, 추월금지, 라든가. 그 지시를 따르면 틀림없이 잘 돼, 어렸을 때는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런데 다 보이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곧 알게 됐지.” (P.88~89/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