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최재봉 지음 / 비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인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에서 우편배달부 마리오는 대시인 네루다에게 이렇게 말한다. 순박한 시골 청년 마리오의 이말은 곧 바야르와 바르트 같은 고급 문학이론가들의 주장을 자신만의 소박한 언어로 바꾸어 표현 한 것이 아니겠는가.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물론 작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전권이 있는 것은 아니며 독서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아닌 독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마리오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p.85)

 

 

그런 의미에서 서문과 후기, 해설 같은 잉여 텍스트들은 독자의 책 읽기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인 동시에 본문 독서를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훼방꾼이기도 하다. 이렇게 천사와 악마의 두얼굴을 지닌 요소들 가운데 유난히 한국적이라 할만한 것이 시집과 소설책 뒤에 붙는 해설이 아닐까 싶다 (p.98)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문학담당 기자로 활동하던 시기 한겨레 신문 칼럼에 최재봉의 탐문에 쓰던 글들과 <사라진 원고> 라는 한꼭지를 추가해서 펴낸 책이다. 문학 담당 기자 답다고 해야 하나, 그의 문장을 버릴것이 없다. 오랜 기간을 공들여 차곡차곡 펴낸 글들이 다부지고 마음 가득 뭔가가 꽉 차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책 한권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양서를 읽고 내 머릿속이 채워지는 드라마틱 함이 발현되지는 않겠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더, 아주 세밀하게라도 조금 더 변해가는 중임을 믿고 오늘도 읽는다. 내일도 읽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자료(도서)들에 휘청거리기도 했으나 그건 기분 좋은 휘청거림, 이 책에 소개되는 책들을 뒤에 목록에 모아두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도서가 나오는 곳마다 포스티잇을 붙여 책이 아니라 포스트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권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이 또 그렇게 쌓였다. 책이 책을 낳는다는 말을 실감한 그런 독서, 그렇다 내 텅장을 위험하게 하는 책이다

 

 

책을 좋아해서 읽고는 있지만 독자의 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세계를 살짝 엿본 느낌도 든 것이 금단의 구역에 빼꼼히 고개를 들이민 기분이랄까. 책의 제목속에, 출판 과정속에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해야 할까, 흥미로운 요소들도 있어 평론이라고 해서 어렵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읽는 사람으로서 공감 할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며 읽기도, 이미 읽은 책의 다른 의견, 아직 읽지 않은 미지의 책들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남을 것이니까.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