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즈루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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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 


케이의 남편은 12년전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원래 그런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사라졌다. 유일하게 그가 남긴 흔적이라면 일기장에 남긴 ‘마나즈루’ 이 네 글자 뿐이다. 케이는 15살이 되는 딸 모모와 엄마 이렇게 3대가 같이 한집에 살고 있다. 남편이 남긴 흔적 마니즈루라는 단어. 이 단어에 이끌려 케이는 바닷가 마을  마나즈루를 오가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케이의 뒤에 따라오는 자가 있다. 케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접촉을 시도하기도 한다. 마나즈루에 오가는 횟수가 늘어나 따라오는 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따라오는 자의 형상은 점점 선명해진다. 무엇인가 알고 있는 듯한 이 유령여자는 무엇을 전하고픈 걸까. 왜 계속 따라다니는 걸까.


이야기는 안개 속을 거닐 듯, 앞이 보일 듯 말 듯, 손에 잡힐 듯 말 듯, 꿈속을 헤메이는 듯이 그렇게 케이의 의식을 따라간다. 현실과 과거와 케이의 상상을 경계없이 넘나들 듯 흘러가지만 그저 흐름대로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차라리 죽었다면, 시체라도 찾았다면, 차라리 케이가 싫어 떠난 거라면, 차라리 덜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왜 떠났는지, 죽었는지, 어디선가 살아있는지 그 어떤 것도 알수 없는 채로 어제까지 평범한 일상속에 살던 이가 없어진다는 것은 남겨진 이에게는 형벌과도 같을 것 같다. 그럼에도 소설은 그런 감정의 기복이나 상황을 극적인 흐름으로 서사를 만들지 않고 케이의 의식대로, 혹은 케이의 일기장처럼 서서히 잔잔히 흘러 가는 데 책 자체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이 분위기가 싫지 않다. 


마나즈루에서 케이가 마주한 것은 과거 자신이 상처와 마주하지 않고 묻어버린 기억들, 케이의 내면을 건드리면서  따라다니는 자인 유령은 어쩌면 케이 자신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케이.환상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심연속으로 꽁꽁 숨어버린 자신과 마주하며 상처에서 도망가지 않고 이제야 마주하는 케이 자신의 환상 말이다.


극적인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사건들은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설이다. 몽환적인 특유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글들이라 호불호는 있을 듯하다.  유령여자의 형상이 점점 선명해질수록,어느순간 유령여자와 케이가 하나가 되어가는 시간의 흐름. 그것은 곧 케이가 자신과 마주하며 상처를 보듬어 가는 과정이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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