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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정원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7월
평점 :
비뫼시보안부 제 7국에서 발행한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이른바 ‘똬리나무’라고 붙여진 괴이하고도 괴이한 식물이 발견된 곳은 지하철 공사현장이었다. 북쪽 외곽 로벨토가에서 굴착 도중 오래된 동굴과 그 안을 가득 메운 똬리나무들이 발견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50년전, 기적이 사라진 해로부터 1092년 뒤 4월 7일이었다.(p.13)
지금이 언제인지, 기적이 사라진 해는 언제인지 알수 없어 어느 시대라는 기준을 세울수 없으니 소설이 어떻고 다큐가 어떻고 역사왜곡이 어떻고 라는 잣대를 들이댈 선입견 없이 읽을수 있는 이 소설은 가상의 비뫼시라는 도시의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똬리나무’ 의 발견과 지하도시 아래 나무가 있다는 소문, 비밀, 소문을 빙자한 음모와 정치, 삶과 죽음,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살짝 당황스러웠다.지금까지 읽은 소설중 이런 형식의 소설을 읽어본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새로운 형식이었지만 그 낮설음도 잠시 작가가 그려놓은 세상속으로 그저 맥없이 빠져들고 만다. 주인공인 식물학자 얀코의 메모로 이야기는 진행이 되는데 이 메모에 순서는 없다, 시간의 흐름이 중요치 않은 메모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차이는 있지만 한 메모당 보통 6-7 행 정도로 되어 있고 메모를 작성했을 그 당시 얀코의 기록이다.하나의 기록을 필사하기에도 좋을 양이라 문장들에 마음에 꽂히는 순간에는 자연스레 펜을 들게 되는 점도 있다.
빈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얀코, 식량 폭동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원으로 보내지고 전염병과 굶주림으로 혹독한 어린시절을 보내다 귀족을 위한 하인양성학교에 보내지게 된다. 다른 아이들보다 영리했던 얀코는 담배위원회의 감찰관 직위를 세습하는 닷제의 하녀로 선택된다. 닷제는 자신의 부의 축적을 위해 못하는 일이 없는 남자다. 세금 징수인중에서도 약명 높은 닷제는 그 돈의 관리를 위해 회계사 과정을 교육 시키고, 얀코는 닷제의 아들 비나드의 대역으로 쓰기위해 학교를 보내고 예절을 가르친다. 그렇게 닷제와 비나드.그리고 고아원에서 얀코의 곁을 지키던 참토, 그들의 운명과도 같은 악연은 시작된다.
예스 24 크레마 클럽에서 오리지널로 연재되고 있어서 눈여겨 보던 책이었다. 드라마도 다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몰아보기는 하는 나는 이 책 또한 연재가 다 끝나면 한꺼번에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리 먼저 만나보게 됐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크다. 정치 음모와 무정부 주의자들의 폭동, 돈에 대한 탐욕, 아버지의 삶을 따르고 싶지 않은 비나드는 자신의 방식으로 사회에 항거를 하고, 고아원에서부터 얀코의 친구로 무정부 주의 단체에서 활동하는 참토, 그들의 화살이 닷제와 비나드에게 향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출판사의 서평단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