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마취 상태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9
이디스 워튼 지음, 손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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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반마취 상태]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여성들의 산고를 줄여주기 위해 마취제를 사용하던 의학적 방법을 지칭한다고 한다. 며느리인 리타의 산고를 줄여주기 위해 폴린이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제목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시간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결과로 사람들의 불안과 의심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시기를 지나며 그 어느때보다도 경제적으로 성장과 풍요로움을 지나는 미국의 사회속에서 사람들이 겪었을 혼란과 공허가 넘쳤을 시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폴린은 상류층의 여인이다. 한번의 결혼의 실패. 그리고 역시 상류층의 남자와 재혼해 둘 사이의 딸 노나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짐이 있다. 폴린은 사회적인 명사로 여러 단체들의 행사에 초빙되어 강연을 하고 사회 유명인사들을 초대해 만찬을 베풀고 사회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이다. 남편 멘퍼드는 능력있는 변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가정적인 남편, 장성한 아들과 딸,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여성 폴린은 남부러울 것 없는, 모든 것을 가진 여성이다.


 

폴린이 만들어놓은 환상적인 세계에는 초단위 시간표가 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일정을 소화하는 폴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딜수 없어 한다. 거의 강박에 가깝다. 폴린스러운 집, 폴린 스러운 가구 배치, 폴린스러운 만찬 연회장,모든 것이 폴린의 세계에서 산다. 그런 폴린의 세계에 묘한 균일이 인다. 그러나 그것의 정체를 알수 없어 그녀는 불안하다.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며느리 리타와 그런 아내를 감당할수 없어 지쳐가는 남자 짐, 아내의 꽉 짜여진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남자 맨퍼드, 폴린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비꼬듯이 바라보는 딸 노나. 폴린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가족들은 숨이 막혀 하면서 각기 다른 꿈을 꾼다. 밖에서 볼때는 환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지만 그안에 일어나는 표한 균열을 알아채는건 딸 노나다. 자신의 몸에 총알을 스쳐가게 하는 위험한 행동까지 해가며 노나가 막아내고자 했던 진실 앞에 쓴웃음이 난다. 어쩌면 그들은 모두 반마취 상태다.


 

이 책은 이디스 워튼의 후반기에 쓰여진 작품으로 다른 작품 대비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국내 초역작이다. 소소한 일상을 풀어놓은 것처럼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구석 구석 상류층을 풍자하는 글들은 상당히 날카롭다. 그녀의 작품으로 [이선프롬][여름]을 읽었다. 그 책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만 이선프롬의 살을 에는 건조함과 여름의 마른 건조함은 비슷하게 다가 왔다. 해외소설을 읽다보면 각 작가들의 작품에 나오는 남성상이 다른데 그것또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는 듯하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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