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들어. 이 친구야. 네가 할수 있는건 없어. 이 나라는 달라지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여길 떠날수도 없지.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다를바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일본놈이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 일뿐이야. (p.209)

 

1권을 읽고 난후 뒷부분이 궁금해 애가 타면서도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간절함에 설레던 시간. 그렇게 2권을 만난다.일제 강점기 일본에 정착한 1세대의 자손들이 자라서 성인이 된 이후부터 1989년도까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2.1권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파친코일까 하는 의문이 남았는데 2권에서 그 의문은 자연스레 풀린다. 적어도 나라가 해방이 되고 나면 왕래가 자유로울 줄 알았던 기대감과는 달리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여러가지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 조선인도 아닌 일본인도 아닌 경계의 선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진행형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현대의 이야기에 가까워질수록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후에도 지속되는 그들의 차별과 혐오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세대들에게 굴욕적일 만큼, 죽음을 생각할 만큼의 좌절을 남긴다. 일제 감정기 시대에 일본에 건너온 부모들은 그 수치를 당연스레 받아들였을지 몰라도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에게까지 거주지에 제한을 두고 교육과 직업에 대한 차별을 두고 아무리 능력이 많아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그런 사회적인 장치를 만들어둔 그들은 조직적으로 혐오를 조장한다. 그 속에서 그들의 선택지를 달리하는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손자 솔로몬 그들의 행보가 참 씁쓸하다.

 

선자는 노아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고 고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물을 마시듯 들이 마시던 수치를 참아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어야 했을까 (p.265)

 

와세다 대학을 다니면서 시대가 변하면 조금이라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를 꿈꾸던 노아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고한수 임을 알게 되고 야쿠자의 돈으로 공부하는 자신에게 치욕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그는 철저하게 가족과, 그의 과거와의 모든 고리를 끊고 조선인임을 속이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택하는 노아

 

자신이 조선인이고 일본인들의 차별에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 안고 살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삶을 위해 조선인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택할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찾아 사는 모자수. 자신의 세대에서는 꿈꿀수 없는 미래를 아들인 솔로몬에게는 주고자 열심히 살았으나 시대가 지나도 변하는 않는 사회가 솔로몬을 밀어내는 걸 가슴 아프게 지켜보게 되는 모자수.

 

부족함 없이 자랐다. 넘치는 사랑과 부를 가지고 태어난 솔로몬은 국제학교를 다니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금융계에서는 인재가 되어 일본으로 돌아온 솔로몬에게 일본에서 할 일은 없다. 교묘하게 이용하고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자신을 몰아내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능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할수 있는게 없음을 깨닫는 솔로몬.

 

그 누구의 선택에도 마음이 참 아프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재일조선인 들의 선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랜 세월 모국인 북한과 남한에서도 이들의 삶을 방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르는것과 아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다 라는 말이 여러번 나온다. 이삭과 고한수. 노아와 모자수.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끈의 줄기와는 다르게 이 소설을 이어가는 여성들의 삶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남편의 죽음으로 가장이 되어 모질게 살아온 양진과 선자, 일본도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차별받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던 유미. 사랑하는 이를 따라 일본에 왔지만 외국인의 차별에 맞서 살아갈 수 없이 솔로몬과 이별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피비. 그들의 삶을 통해서도 여성들의 삶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시 일본과 한국의 미묘한 신경전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세계인들이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고 하는데 많이 읽히기를 바래본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