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 서포터즈의 마지막 도서인 마리즈 콩데 작가의 세구. 흙의 장벽은 두권으로 1편이 400, 2편이 483 페이지에 달한다 (옮긴이의 말 제외)에세 시리즈를 접하면서 가장 큰 장점이면서 또한 가장 우려했던 점은 처음 만나는 작가 들이었다는 점인데  전혀 모르는 새로운 작가의 세계를 노크한다는 점, 그 설레임과 만약에 내 취향이 아니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서포터즈가 이 책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2권이라는 부담을 덜고 페이지를 시작해도 좋을 이번 책은 서포터즈 기간 동안 읽은 책중 단연코 제일이었으며, 올해 읽은 책 중(느린 독서로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열 손가락 안에 쏘옥 들어왔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전혀 다른 세상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이 느낌이 좋다. 문제는 읽고 난 뒤다. 거대한 역사극 서사극과 같은 이 책의 리뷰를 어찌 간단하게 작성 할 수가 있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정이 남다른 작가의 삶도 소설 같다. 은행가인 아버지와 최초의 흑인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노예제도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유복한 집에서 자라 16세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중에 타인에게 비쳐지는 자신, 즉 흑인이라는 자의식을 심어주는 사건들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그녀의 노력과 간절함이 글로 쓰여지기 시작한다.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그녀가 가난한 미혼모가 되고 이후 결혼 후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를 오가는 그녀의 험난한 삶이 그녀의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고 볼수 있는데, 어떻게든 작가의 글 속에는 작가의 삶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 듯 하다.


세구. 흙의 장벽은 18세기 후반의 세구 왕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휘몰아치는 역사속에 놓인 트라오레 가문의 이야기다.세구 왕국의 귀족 가문중에 하나로 가문의 수장인 두지카, 그의 아들 티에코로,시가, 나바,말로발리의 이야기. 농업사회이고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는 곳, 주변 국가들을 침략하는 것이 나라의 힘을 키우고 부를 누리게 하는 진리라 여기며 여러 신을 모시며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던 세구를 둘러싸고 있는 어마어마한 흙의 장벽. 그 장벽 밖의 세상에서 밀려들어오는 수많은 변화를 겪어내는 다양한 모습이 네 아들을 통해 비춰진다. 


어느 한순간 자신의 눈에 비친 노인의 모습을 보고 깨우침으로 스스로 이슬람교로 개종을 하는 큰아들 티에코로,귀족의 아들들이 함께 나선 사냥길에 노예 사냥꾼에게 잡혀 노예로 팔려가 타지에서 불쌍한 죽음을 맞게 되는 나바, 타에코로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정실 부인인 니아에게서 태어난 티에코로에게 가려 자신의 삶을 살아내지 못하던 시가,첩의 아들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증오로 고향을 떠나 용병으로 살아가다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타지에서 죽게 되는 말로발리.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이어지는 수 많은 인연들, 그들의 삶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광활한 아프리카 만큼이나 역동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이 소설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흑인 부족사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밀려드는 외부 세력들에 무참히 짓밟히는 과정,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갖춘 이곳을 노리는 식민지 개척자들, 노예무역으로 인한 횡포와 노예제도를 영국에서 없애고 난 후에도 여전히 암암리에 벌어지던 노예무역이 사그라들 무렵 팜유 무역으로 여전히 몸살을 앓게 되는 아프리카, 주술과 여러 부족신들을 모시는 그들에게 닥친 유일신을 믿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를 가장한 영토분쟁 들에 휘말리게 되는 네 아들들이 살아서, 혹은 죽어서, 혹은 한 세대를 지난 아들이 다시 돌아온 세구에서 세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들. 지극히도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아프리카에서 여성들이 살아내는 모습,그 부족의 관습, 가족제도. 결혼 풍습 등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의 넓고 깊음이 느껴지는 좋았던 책이다 


때론 거미줄처럼 얽힌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낮선 이름들에  머릿속이 뒤엉키기도 했다가 때론 분노했다가 때론 아프리카의 광활한 땅에 서있는 느낌으로 읽어낸 책.그녀의 다른 책 <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운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