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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언어 학습의 경험은 학습자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 누군가가 자신처럼 하면 영어를 잘할수 있다고 하거나 자신처럼 하면 다언어자가 될수 있다고 설파한다면,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와 내가 서 있는 자리를 한번쯤은 비교해보는 게 좋다. 그 사람은 어떤 언어를 하든,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 사람인가? 아니, 적어도 차별 받지 않는 사람인가? (......) 단순히 선진국 백인 비 장애인 남성이 가장 언어를 배우기 쉽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와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차이를 인식해야 상대의 조언과 경험이 나에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가늠해 볼수 있다는 뜻이다 (p.149)
하니포터 2기의 마지막 책인 [언어가 삶이 될 때]. 작가 이력이 참 특이했다. 응용언어학이라는 것도 생소했고 어릴적 베트남 여인과 결혼한 아버지로 인해 가정에서부터 두 개의 언어를 사용했고 미국으로 유학을 하고 학술 영작문,문법,세계의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일본으로 와서 일본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일본에 와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 언어로 시작해서 언어로 삶이 끝날 것만 같은 이력이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고 그 언어속에 문화가 녹아져 그 나라 사람들만의 정서를 담아낸다.모국어, 제 2외국어, 제 3외국어.. 한국, 미국, 일본 3개의 외국어를 하는 작가가 새로운 외국어를 시작하며 느꼈던 힘듦과 정체성의 혼란과 그 안에서의 차별과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을 겪어내며 나를 찾아가는 시간들에 대해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낸다. 어쩌면 따분할 수 있을 내용들이 언어를 가르치는 이의 시선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작가와 나의 거리를 좁혀주는 장치가 된다. 어쩌면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버린 언어에 대한 울렁증이 있는 많은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그런 부분이 많다.
길을 걷다가 외국인을 만나면 혹시나 나에게 말을 걸까봐 딴 곳을 쳐다보는 나. 정작 그 사람은 나에게 물어볼 생각도 없는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도망부터 가는 나는 영어 울렁증이 있다. 제대로 공부해 본적도 없는 듯 하다. 가끔 어설프지만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을 볼때마다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어떤 상황에 처했든, 자신의 의지였든, 생활에 등떠밀려든 살던 나라가 아닌 외국에 와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배워가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이렇게 언어를 공부하면 된다라거나 이렇게 하면 안된다 라거나 방법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은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나의 행동이 서서히 녹아들어 하나의 ‘나’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헤맬수도 있었던 시간들을 지나면서 들었던 생각들, 낯선 세계에서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이 될수 있는 시간들을 겪어냈던 날들, 그리고 현재를 통과하는 시간들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출판사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