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 이라고 불렀대. (p.209)
두 아이가 죽은 살인현장의 현장검증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범인은 태권도장의 권사범.죽은 두 아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알비노. 백색증을 앓고 있는 12살의 세민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평소 제일 심하게 괴롭히던 애들. 그애들이 이번에 죽었다.세민은 말한다. 자기는 권사범님이 왜 그랬는지 안다고.혜정은 무섭다. 평소 권사범을 잘 따르던 아들과 권사범이 연결되어 있을까봐. 세민의 한마디가 그녀와 세민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까 봐.
엄마도 알지?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거기가 지옥이란 거, (중략)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곳은,그 지옥마저 부러워서 침을 삼키며 바라봐야 하는 곳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p.64)
10살에 자신의 마음이 지옥같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 남은 삶에 대해 고민하는 12살이 된 세민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알비노. 일명 ‘백색증’이다. 전학오자 마자 동물원의 동물이 된 것처럼 아이들은 대하기 시작했다. 세민은 친구들에게 우스워 보이기보다는 재수 없어 보이는 것을 택한다.
읽는 도중 잠시 읽기를 멈추고 숨고르기를 해야 하는 지점이 상당하다. 그러지 않고는 자신의 삶에 절망하는 한 아이의 울음이 턱밑까지 차올라 내 목을 조이는 느낌이 든다.이야기의 축인 백색증을 앓는 세민과 홀로 아들을 키우는 혜정에 대한 주변인의 시선,삐뚤어진 종교에 빠진 사람들,그저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를 조장하고 무시하고 약점을 잡아 고롭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더운 여름에 한기가 들게 한다.
백화점 매장에서 만나 친해져서 우연히 혜정의 과거를 알게 되는 인빈엄마.자신의 아들 안빈이 세민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자 그 창을 혜정에게 들이대고 그 창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줄도 모르고 혜정을 공격한다.거의 매일 모여 차를 마시고 교육과 학원의 정보를 공유한답시고 모여 결국 한 아이의 따돌림을 부추기는 엄마들과 그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이들. 선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어른보다 더한 폭력을 행하는 아이들은 그렇게 혐오가 씨앗을 틔우고 혐오와 무시의 괴물로 변해간다. 모습들이 이건 소설이니까 하고 넘어가지지 않는 것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학폭들의 단면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서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힘든 순간에 자꾸 과거를 마주하게 되는 혜정은 자신을 옭아매는 과거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술속으로 숨는다.술병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을 철저하게 가두고 마는 혜정과 세상에 디딘 발이 돌이 되고 화살이 되어 오는 것을 맞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세민은 끊임없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 모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은 없었던 것일까. 그저 남일이라 생각되지 않고 읽고 있는 동안 전해지는 삶의 고통의 느낌들에 그들과 내가 거울 하나를 두고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혐오가 만들어지고 지극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혐오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수 많은 혐오로 이미 피곤하다. 그 피곤함을 이유로 혹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침묵함으로 해서 책임에서 회피하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책을 덮고 난후 한참을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날것이라 더 아팠고 묵직했던 소설이다
힘들 땐 엄마,건너뛰기 버튼을 딱 눌러버리고 싶어. 영화 볼 때처럼 그럴수 있으면 좋을텐데 (p.91)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