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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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밤의 양들> 이정명 작가의 신작 !!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 보이는 것과 숨어 있는 것, 말할수 있는 것과 말할수 없는 것,그리고 말하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


화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남자 한조, 마흔 셋의 생일 날,홍콩 옥션에서 자신의 그림이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면서 자축하는 파티를 아내와 함께 보낸다.


📚“지금, 이곳이 완벽한 순간과 장소라는 생각. 이 순간이 우리에게 속해있고 우리가 이 공간에 속해있어. 완벽한 하루야.”(p.11) 


너무나 완벽한 하루,이보다 더 행복할수 없을 것 같은 날, 아내가 사라졌다. 연락이 되지 않는 아내, 그녀가 남긴 건 한 편의 소설. 언젠가 자신에 대해 소설을 쓴다면 그건 아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던 아내가 남긴 소설 <나에 관한 너의 거짓말>


소설을 읽고 난 후 한조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소설의 내용을 보고 경악한다. 열 아홉살 여고생과 마흔 줄에 접어든 유명 화가의 사적인 관계를 그렸고 조숙한 소녀와 자기 중심적인 화가의 배신을 화가의 아내의 입장에서 서술한 소설은 허구적인 내용이나 묘한 설득력이 있었고 곳곳에 자신과 아내만이 알수 있는 대화들이 지뢰처럼 존재한다.허구라는 이름을 빌려 쓴 소설이기는 하나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자신이 이룬 명예,부 등 모든 것을 잃을 것임을 한조는 직감한다.


왜 아내가 자신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에 대한 의문은 그가 자신의 인생에서 지우고 픈, 이미 벗어났다고 생각한 26년전 그해 여름으로 그를 인도한다.그 사건에서 벗어나고자 부단히도 노력했고 또 이제는 이겨냈다고 생각했던 그 해 여름. 아직 자신은 그 26년전의 여름의 시간에 멈춰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선교사가 남기고 간 고풍스런 자태를 풍기는 하워드 주택에 이사를 오게 된 지수가족, 그 옆에 소박하게 지어진 맬컴 주택, 하워드 주택의 건물을 관리하는 한조네 가족이 살고 있다. 고용주와 건물 관리인의 차이에도 두 집안의 아이들(지수, 해리.수인 .한조)은 서로 챙기고 의지하며 지내게 되는데 그 해 여름, 지수가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갑게 따르는 지수를 이뻐하던 아버지 이진만, 지수를 짝사랑하던 형 수인, 지수가 형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도 지수를 좋아하던 한조, 그리고 그들이 위험에 빠질까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결국 지지부진 하던 수사의 화살이 그의 가족에게 향하게 되고 느닷없는 아버지 이진만의 자백으로 많은 의문점을 남긴 채 수사는 종결이 되는데 진실은 무엇일까.그해 여름,그에게,그의 아내에게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어디선가 많이 봤음직한 플롯으로 시작하는 미스터리 추리물이지만 태풍의 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씩 눈 밖으로 끌어내면서 이야기는 입체적이 되고 인물 하나하나의 삶이 부각되고 그 뒤에 숨은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퍼즐이 맟춰져 가는 기분은 그야말로 짜릿하다, 영화 기생충이 잠깐 생각나게 했던,이 사건으로 산산조각이 난 두 가족들.여기저기 흩어지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무너져가는 그들을 보는 것은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는 짜릿함 못지 않은 안타까움을 남기는데 거짓말, 하얀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 침묵이 낳은 결과는 두 가족에게 참혹하고 지우지 못할 상처를 남기게 된다. 가족 모두가 그 해 여름에 시간이 멈춘 사람들,그들이 그해 여름에 잃은 것을 무엇이었을까


📚 진실에 가까운건 진실이 아니예요. 독 한방울을 떨어뜨리면 우물물 전체가 독약이 되는 거예요 (p.284)


가제본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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