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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일기 ㅣ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프란츠 카프카 뽀개기 그 3번째 <카프카의 일기>
변신과 실종자, 그리고 카프카의 일기 이렇게 3권으로 두 달이라는 기간을 두고 시작했던 카프카 뽀개기. 3권의 일정을 짜면서 일기는 그나마 다른 책 대비 난이도가 덜하지 않을까 하여 마지막 책으로 잡고 854페이지라는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변신 대비 읽을 일정을 적게 잡은 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일기 또한 하나의 작품집과 비슷한 심오함, 난해함은 그대로 이어가고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끊임 없는 고민, 가업을 이어 받아야 한다는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길이 다름에 한없이 자신을 책망 하는 모습,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느끼는 일상의 괴리감, 고뇌 등이 엿보이는 오히려 완성된 작품보다 진솔하다.
일기는 카프카의 유고인 12권의 사절지 노트와 두개의 서류 묶음 그리고 여행일기를 포함하고 있는데 12권의 노트는 일기, 서류 묶음에는 이것과 연관된 내용들 , 그리고 여행일기는 카프카의 여행중이 쓴 일기 메모 등이 담겨있다
카프카는 일기에 직접 체험한 일, 읽을 거리, 편지 , 대화 등이 있는데 가끔 앞뒤 맥락없이 툭 튀어져 나오는 일상, 어느 날 문득 꾼 꿈이야기 , 설명 없이 나오는 극장에서 본 연극에 대한 정리 , 오늘 만난 누군가의 대화 , 혹은 혼잣말 등 두서 없고 맥락 없이 흘러가는 듯 한 정리. 간단한 메모,혹은 일기를 쓰는 날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글로 휘몰아 치듯 써 내려간 그의 습작들이 주로 이뤄져 있는데 누군가에게 공개를 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닌 일기이다 보니 앞뒤 설명이 없이 그냥 막 써 내려간 글을 읽다 보면 이것이 일기인지 습작인지 혼동되는 지점이 온다. 이미 공개된 작품의 초기 작품 인듯 보이는 글들도 있고 공개되지 않은 글들의 미완성본도 일기 안에 산처럼 쌓여 있는데 카프카가 건강이 허락해서 조금 더 글을 썼더라면 그 중에서도 작품으로 나올 만한 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체코 학교도 유태인 학교도 아닌 독일 학교에 다니고 독일어를 사용하면서 유태인 교회를 다니고 형식적이지만 유태인 예식을 따르던 집안 분위기이다 보니 카프카는 체코인이자 독일인이며 동시에 유태인이기도 했으니 그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그로 인한 실존에 강한 의문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업을 아들인 카프카가 이어받기를 원하면서 강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던 아버지로 인해 문학이 아닌 법학을 전공하고 노동자 상해보험회사에 근무를 하게 되지만 직장의 일과 글쓰기의 병행이 어렵고 결혼으로 인한 그마저의 시간도 없어질 것을 생각했고, 자신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이 결국 사랑하는 이를 불행하게 만들거라는 생각은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글 만을 쓰고 싶어하는 강한 욕망과 보태져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두번이나 파혼으로 이끌 만큼, 광기에 가까울 만큼 강렬했다
우리가 많이 읽고 있는 변신을 발표하고 난 후 카프카의 변신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불만으로 표현하는 부분과 소송을 아끼던 모습, 상을 수상하기도 한 화부 작품을 가족들 앞에서 낭송하는 모습들. 그리고 지금의 독서 토론 처럼 그 당시에 자신이 쓴 작품들을 막스 및 그외 친구들과 함께 모임에서 읽는 장면등,그 안에서 자신의 작품의 한없이 부족하고 부끄럽다 생각하는 그의 모습등을 엿 볼수 있는 점은 흥미롭다.
외소하고 소심하며 자신외에는 어떤 사람에게도 곁을 두지 않은 남자인 카프카. 가족마저도 외면한 그는 심각하게 외로울 수 없는데 그 단절로 인한 외로움마저 자신이 선택 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며 자신외 모든 것을 배척하는 모습에서는 글로 보는 그는 멋질 수 있으나 삶에서는 그를 실제로 본다면 매력있는 남자는 아닐 듯 싶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커다란 욕구, 사실은 오늘 오후부터 계속 가지고 있었던 커다란 욕구란, 내가 느끼는 이 두려운 상태 전체를 완전히 내안에서 끌어내어 글로 쓰는 것. 그리고 또한 그것이 어떻게 심연속으로 들어가는지 등에 대해서 글로 쓰는것 . 그래서 내가 글로 쓴 것들을 나 스스로 다시 완전하게 내 안으로 끌어들일수 잇도록 그렇게 쓰는 것이다. (1911년 12월 8일 )
결코 짧은 기간에 읽어서는 안 될 이 작품을 급하게 읽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