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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띠지에 써진 서점대상1위라는 말이 궁금해졌다. 일본에서 서점대상은 2004년도에 처음 생겼고 지금은 유명해져서 수상작을 발표하는 매년 4월은 독자들에게는 기다려지는 달이라고 한다. 서점대상은 서점의 직원들이 뽑는 상이라고 하는데 책을 판매하는 현장에서 매일 독자를 만나는 사람들의 투표로 결정된다는 데 나이, 학력. 취향이 제각각이고 언제든지 방문하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고른 소설이라는 점은 가히 매력적이다
더 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부모님과의 생활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무너지고 자신의 삶을 찾아간 엄마로 인해 이모집에서 살게 된 사라사. 억압,강요없이 자유로웠던 부모님과는 달리 이모집은 숨막히는 공간.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공원에서 놀다 아이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 공원 벤치를 지키다 늦게 들어가길 반복하던 중 늘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대학생 후미를 따라 후미의 집으로 간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위험한 동거.그러나 그들에게는 같이 지낸 두 달이 상처받고 억압되고 짓눌린 영혼들에게는 휴식기. 그들에게는 천국보다 더 달콤하고 평화로웠던 나날이었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어린이 유괴와 소아성애자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낙인을 찍고 보육시설과 감옥으로 갈라 놓는다. 헤어지고 난 후 15년이 지나고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데….
나와 후미의 관계를 표현할 적당한 말,
세상이 납득할 말은 없다.
거꾸로 같이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산더미처럼 많다
우리가 이상한 걸까
그 판단은, 부디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 하길 바란다
우리는, 이미 거기 없으니
(p.356)
19살의 대학생 후미와 9살의 여자아이 사라사의 동거. 오갈 곳이 없던 사라사를 품어준 후미는 로리콘 (롤리타 콤플렉스) 를 가진 남자의 여자아이 유괴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이 후미를 검거하던 그 순간 후미를 떠나 보내지 못해 우는 사라사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15년이 지난 후에도 그들에게는 주홍글씨처럼 따라 다닌다. 그들에게 찍힌 디지털 낙인으로 이후 둘의 삶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상처를 부둥켜 안고 살아가는 그들이 모습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서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애써 피하고 살아가던 두 사람의 재회. 후미와 사라사는 서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에게서만이 상처를 치유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세상은 그들을 가만 두지 않는다.이들의 관계를 스톡홀롬 증후군이라고 이름 지을수 있을까
사실과 진실사이,사람들은 보이는 곳만 믿고 이미 편견으로 결론 지어진 관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일명 카더라 라는 아니면 말고 라는 식의 증명되지 않는 뉴스와 정보들속에 우리는 그것들을 걸러내는 필터를 스스로 장착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의 정화되지 않은 시야가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을 수도 있다라는 위기의식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 다르듯 사랑의 모습에도 결이 다르고 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들의 사랑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좋을까. 사랑도 우정도 아닌 그 어디쯤인 이들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한 책의 뒷장에 나와 있는 문구는 이 소설의 화룡점정이라고 봐야할 문구로 시작부터 저며오던 가슴을 마구 쥐어 짠다.무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히 써 내려가는 듯하나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끈이 달려있는 것만 같다.표지를 보고 몽글 몽글한 20대의 달콤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은 이야기라 더 좋았는데 아프지만, 읽는 동안 가슴이 저렸지만 그래도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로 책을 덮는 나의 손이 가벼워져서 그래서 더 좋았다
사실과 다른 그남자와 그여자의 이야기.그들의 진실속으로...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