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코로나 시대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앗아갔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폐해 외에도 엄청난 비밀이 하나 있다. 당신은 거리에서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할 운명적 사랑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우연’이라는 마법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의 면적만큼 줄어들었고 서로가 서로의 매력을 알아 챌 가능성은 경계심이라는 이름 뒤로 숨어버렸다. 당신이 지금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다. 진정 비극이라 아니할수 없겠다 -p.262 작가의 말중에서
언제부턴가 따뜻함과 습함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달라지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싫지 않으며 우주를 뚫고 위로 치솟을 것만 같이 드높아 지는 하늘로 시선을 두고 지긋이 눈을 감으면 이제 가을이구나 라고 저절로 느끼게 되는 그런 요즘이다. 가을이 나에게 오듯 이렇게 나에게 온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절로 내 가슴을 술렁이게 한다. 처음 책을 받아 든 날의 햇빛은 따가웠지만 바람은 한결 시원했던 날씨에 밖으로 나가서 햇빛에 비춰본 책 표지의 모습은 사진으로 다 담아지지가 않을 만큼 환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빛의 방향에 따라 반짝이는 빛이 달라지는 이 기묘한 아름다움이 나를 사로잡는 이 책은 이 계절에 읽기에 너무나 딱인 사랑이야기,연애 소설이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이름이 다르고 개인적인 성격이 다르듯 사랑의 모습도 천차 만별이고 각각의 결과 색깔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프리즘은 이 각각의 개인의 사랑의 색깔이 만남과 아픔과 이별이 한곳으로 모였다가 서로 다른 빛을 흩어지는 것을 잘 담아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과 행동하는 것들이 투명한 유리 같아서 감정의 변화를 감추지 못하고 고스란히 드러나는 예진. 참 좋은 사람이라 불리나 실상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이라는 아픔을 겪어내는 동안 인간이기에 이기적일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감정변화로 인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과한 부채감을 안고 있어 새로운 사랑에 대한 일종의 방어 기재를 가지고 있는 남자 도원, 부모의 무관심과 가족과는 무관하지만 자신을 사랑으로 지켜온 한 할머니의 죽음을 지켜내는 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자신을 가두고 스스로 세상과 단절되어 날카로운 차가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 호계.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가족의 균열,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가족을 벗어나기 위한 이른 결혼의 상처등이 아직 아물지 않아 나이든 엄마의 모습에 자신을 묶어 두고 지금이 너무도 화장한 젋음인줄 모르고 인생을 다 살아낸 것처럼 살고 있는 재인 .이렇게 4명의 사랑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빛깔을 낸다.
엇갈린 만남과 이별.그들의 삶에 대한 애착과 외로움과 때론 담담하게 ,떄로는 가을바람 메마른 건조함으로.때로는 외줄타기 줄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다가오는 밀도 있는 사랑이야기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사건없이 ‘마음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였으면 했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이야기속에 큰 사건이 있거나 버라이어티한 반전이 있거나 하지는 않다. 그저 우리네 인생의 누구에게라도 한번쯤 스칠 수 있는 사랑이고 누군가는 그리 서로 다른 시간으로 스쳐갔을지도 모를 사랑 이야기지만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이 손원평 작가님의 책이 처음인지라 읽는 동안 전체적인 흐름이나 문체 감정의 직접 노출이 아닌 담담한 표현들에 먹먹해지는 것이 좋아 다른 책이 궁금해졌다.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중 두 권을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중에 <서른의 반격>을 같이 읽었는데 그 책도 너무 좋았다 .
단지 그날의 사고가 다리에 지워지지 않는 연갈색 연필 모양 상흔을 남겨서 만은 아니다.어떻게 그럴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애정을 쏟았는데도 돌아오는건 도리어 상처와 아픔이라니 . 그 때 느낀 감정은 어른의 언어로 배신감이었다.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 (p.13)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p.261)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 지원받은 도서이며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