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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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온다 리쿠였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시작으로 온다 리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재미있는 일본 소설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온다 리쿠의 책을 권하기는 하지만 워낙 그녀의 이야기는 호불호가 강한 편이라 추천할 때마다 늘 조마조마한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꿀벌과 천둥>은 의심 없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온다 리쿠의 세계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책이 나왔다.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엄마의 소망으로 전혀 피아노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다니고 싶었던 태권도 학원 대신 피아노를 쳐야 했다. 못 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잘 치지도 않았다. 재능은 없지만 재능이 있지도 않을까라는 희망을 한 번쯤 갖게 해줄 피아노 실력 덕분에 없는 형편에도 엄마는 무리해서 피아노를 사주셨다. 그 피아노는 여전히 방 한구석에 장식장처럼 놓여있고 나의 피아노 실력은 그 시절에서 끝났다. 그래서 늘 열망한다. 원하는 한 곡을 막힘없이 칠 수 있기를, 어느 순간 갑자기 음악적 재능이 생겨나기를.


<꿀벌과 천둥>을 읽는 내내 피아노가 치고 싶었다. 왠지 지금 피아노를 치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굉장하게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온다 리쿠가 보여주는 음악은 나를 드넓은 들판으로 데려다주기도 했고 심장을 조여올 만큼 긴장 속에 빠져들게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닌 눈으로 읽는 음악적 상상 역시 그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 속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열정을 바쳐 연주한 곡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곡부터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음악, 이번 <꿀벌과 천둥>을 통해 알게 된 명곡까지 요즘 나는 책에 나온 수많은 곡을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다.

<꿀벌과 천둥>은 '제6회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 그 자체다. 1차부터 3차까지의 예선과 본선까지 콩쿠르의 청중이 되어 그들의 연주를 기다리고 감상하고 감동한다. 그리고 콩쿠르에 참가하는 4명의 등장인물이 바로 이 책을 이끌어가는 뮤즈들이다.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천재소년 가자마 진, 한때 천재소녀로 불렸으나 엄마를 잃는 슬픔으로 음악계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에이덴 아야, 재능을 가진 엘리트 마사루 그리고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직장인 아카시까지 <꿀벌과 천둥>은 4명의 인물들을 따라갔다가 다시 콩쿠르를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음악 속에서 그들만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음악이 담겨있는 책은 그 속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는 즐거움까지 있다. 특히 <꿀벌과 천둥>은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 어떤 책보다 더 많고 다채로운 클래식을 접해볼 수 있고 각각의 곡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가장 빠른 템포로.
진은 쉴 새 없이 어지러운 16분 음표로 반주를 붙였다. 그 틈새에 아야가 초고속 글리산도를 끼워 넣는다.
날아오른다. 어디까지고 날 수 있다.
아야는 피아노를 치면서 어느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너무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있었다.
저기까지. 아니, 더 멀리.
지금 우리는 달마저도 뛰어넘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그 순간 아득한 우주 저편을 날고 있었다.
콩쿠르도, 음악의 신도, 모든 것을 잊고 칠흑의 우주를.
"앗!"
아야는 허공에 둥실 떠서, 아득히 점으로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았다.
봄과 수라. 나만의. 저기에.

음악과 피아노 콩쿠르에 관한 이야기인데 왜 제목이 <꿀벌과 천둥>일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꿀벌은 음악의 신에게 사랑받고 있는 천재 소년인 가자마 진을 일컫는 말이다. 양봉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떠돌아다니는 진을 책 속에서는 꿀벌 왕자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천둥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콩쿠르를 따라 음악을 즐기다 보면 어렵지 않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꿀벌과 천둥>에 등장하는 많은 음악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라흐마니노프 3번'이다. 본선의 첫 번째 연주자인 한국인 김수종이 연주하는 음악이다. 주인공 4인 외에 콩쿠르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지만 라흐마니노프 3번 연주는 아카시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꿀벌과 천둥>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09년에 우승했던 '하마마츠 콩쿠르'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혹시 이 한국인을 온다 리쿠는 조성진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 더해지면 몇 배로 풍성해진다.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울림을 주지만 거기에 이야기가 더해지면 소리는 우리 마음 깊숙이 들어와 일상에 지쳐있던 감성을 흔든다. <꿀벌과 천둥>을 읽으며 잠시 잊고 있었던 음악이 주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고요하다. 인물들 사이의 격한 갈등과 강한 에피소드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거기에 수많은 음악가들의 위대한 음악이 더해져 <꿀벌과 천둥>은 사람을 마구 끌어들인다. 70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잠시 멈춰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찾았다. 음악의 신이 사랑한 소년의 천재적인 음악에 가슴 두근거렸고,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달려가는 평범한 음악가가 주는 감동 속에 빠졌다. 눈으로 느끼는 음악의 감동이 궁금하다면 읽어라, 그리고 들어라. 그곳이 바로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진행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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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
하승주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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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 우선 전혀 생소한 분야에 대한 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휘리릭 읽고 덮어버리기엔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 안에는 대한민국 부동산에 관한 명쾌한 이론과 해답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결혼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기혼인 친구들은 늘 이야기하지만 나는 집을 비롯한 부동산에 큰 관심이 없다. 부동산이 주거가 아닌 투자의 개념이 되어 버린지 오래지만 내 명의로 된 집 한 채 없는 내게 그런 부동산에 관한 개념들은 저 멀리 다른 행성의 이야기와도 같다. 물론 나이가 들고 노후를 걱정하면서 나도 부동산에 관해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자주 든다. 가끔 부동산을 이용해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게 아무 관심과 지식 없이 살고 있는 게 잘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다.

부동산에 관한 여러 종류의 바람이 불때마다 수없이 출판되는 책을 읽곤 하지만 부동산은 집이라는 1차원적인 개념 외에는 지식이 전무한 내게 그 세계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무서운 곳이다. 나처럼 기본 지식도 없고 큰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은 수치화된 이론과 깔끔한 설명으로 대한민국 부동산의 전체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미 부동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저자가 알려주는 한국 부동산에 대한 전망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를 대비해도 좋을 것이다.

 

<대한민국 부동산의 7가지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둘러싼 올바른 질문'을 찾는 것이다.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먼저, 그리고 많이 한다. '그래서,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나요?' 저자는 책에서 대한민국 부동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얻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의 부동산 시장이 어떠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전망한다. <대한민국 부동산의 7가지 질문>에서 함께 검증해 나가는 핵심적인 7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왜 부동산 대폭락은 오지 않았나?
- 부동산 대폭락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 부동산이란 어떤 상품인가? 그리고 한국 부동산은 무엇이 다른가?
-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내 집 마련의 꿈은 어떻게 이용되는가?
- 전세가는 왜 이렇게 올랐나?
- 주택 시장의 대변화는 어떻게 시작될 것인가? 그리고 부동산 투자, 언제가 최고 타이밍인가?

 

 

7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은 '아마도 ~ 것이다'라는 추측성 전망이 아니다.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더 나아가 유럽 시장까지 비교 분석해서 대한민국 부동산의 시작과 현재,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객관화한다. 부동산과 경제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을 무척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나는 그쪽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고 관심이 없어서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수없이 등장하는 도표와 경제지표, 전문적인 용어 등으로 한참을 헤맸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은 전문가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관심은 있지만 너무 넓고 깊어 이해하기 힘든 부동산의 세계를 하나하나 집어가며 알려주는 책이다. 그러니 처음에 도표와 전문용어에 지레 겁을 먹고 재미없는 책이라고 단정 짓지 말길 바란다. 저자가 들려주는 부동산의 역사와 흐름이 눈에 보이고, 왜 부동산에 그런 현상들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니 어느 순간 책이 무척 재미있었고 왠지 조금 똑똑해진 느낌까지 들었다고 할까.

부동산이 대폭락하지 않은 이유 등 어려가지 질문에 대해 저자는 삼단논법을 이용해 쉽게 설명해 준다. 청산주의, 미국 부동산이 대폭락한 이유, 대한민국의 과거 부동산 정책 등 과거부터 이어져오는 부동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실제로 집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가장 큰 피해는 중산층과 빈곤층이 입게 되고 고소득층은 그 틈을 타서 부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막연하게 잘 사는 놈은 더 잘 살고 못 사는 놈은 더 못살게 된다는 생각이 정말 현실이 되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어 다시 한번 부동산 유무에 대한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은 투자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근거 없는 예언에 휩쓸리지 마라,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단편적인 질문에 빠지지 마라,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부동산 정책을 참고하여 앞으로 변화를 예측하라 등 저자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나는 이 책이 마치 한 편이 다큐멘터리 같았다. 현실이 제대로 보여 절망적인 심정이 들다가도 앞으로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어 곧 희망을 갖게 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큐였다.

부동산 지식이 없는 내게 단지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을 알려줄 것이다. 총론과 각론 중에서 굳이 선택하자면 이 책은 대한민국 부동산에 관한 총론에 관한 책이다. 지식이 없거나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세부적인 공부 이전에 먼저 전체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눈을 가질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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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
오미야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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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있으니 저자인 오미야 에리가 궁금해졌다. 검색창에 '오미야 에리'라는 이름을 검색하니 그녀의 트위터가 나왔다. 어랏! 왠지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의 표지 속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아니다, 캐릭터보다 좀 더 유쾌하고 좀 더 화끈한 모습의 그녀였다.

시작부터 술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그녀의 트위터에서도 맥주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 글은 그 사람과 똑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유쾌하고 즐거웠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에서 '이런 이야기까지 다 공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솔직한 그녀의 모습은 내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작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PD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현재 도쿄에 살고 있는 싱글녀이다.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이라는 부제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즐겁다. 하지만 혼자 살고 있는 40대 여자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아마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는 그 기대는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책에서 그녀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집중하지 않는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허당짓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았다. 나와 비슷한 연배에 같은 미혼인 그녀가 결혼과 싱글 생활에 대해 좋은 점이라든가, 넋두리 같은 이야기를 늘어놨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와 나는 전혀 다르다. 아직 미혼이지만 그녀처럼 홀로 살고 있지 않고, 다방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그녀와 달리 나는 정적인 일을 하고 고요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에서 오미야 에리와 나의 공통점을 비슷한 연배와 미혼이라는 것 외에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술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책의 시작부터 술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그녀는 정말 술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마신 횟수만큼이나 다양한 취중 실수담이 있기 마련인데 그녀 역시 끊임없이 술을 마시고 끊임없이 기억을 잃는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일상 에세이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자폭 에피소드 덕분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껏 공감하며 즐길 수 있었다.

폭음한 다음 날 눈치를 살피며 전날 나의 행적을 묻는다거나, 더 열심히 술을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해봤을 법한 일들이다. '젊음을 되찾으면 분명 술도 다시 세질 것이다' 라는 그녀의 다짐을 읽으니 한쪽 입꼬리가 빙긋이 올라가고 고개를 끄덕여졌다. 물론 술에 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들려주지는 않는다. 덜렁거리는 성격 덕에 지갑을 놔두고 택시를 탄다거나 엄마와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맛있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당장 먹어보는 호기심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어찌 보면 특별날 것 하나 없는 저자의 일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느낄 만큼 유쾌하게 보여준다.

일본에 사는 40대 독신 여자라는 틀에 그녀를 가두고 책을 읽지 않길 바란다. 그녀는 나였고 바로 당신이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은 아마 당신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짜증이나 한숨, 또는 재미있었던 하루였어 라는 등으로 흘려버렸을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그녀는 잘 잡았을 뿐이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나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당장 그 순간을 잡아두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도 그녀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하지 않아서 좋았던 그녀의 일상 에세이를 읽고 있으니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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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 용자의 365 다이어트
이승희.TLX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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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듯한 운동과 극단적인 식이요법으로 2개월 만에 8kg을 뺀 적이 있다. 옷 사이즈는 한 단계 아래로 떨어졌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더 이상 살 빼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중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찌기 시작한 살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다 빠진다는 부모님의 말과 달리 평생을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을 때까지 살찐 채로 살수 없다, 나도 한번 날씬하게 예쁜 옷 입고 살아봐야 되지 않겠는가. 누구를 좋아했다거나, 뚱뚱함에 대해 상처받는 말을 듣지도 않았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고 처음으로 큰마음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나는 성공했다. 그러나 사이즈 신경 쓰지 않고 옷을 구입하는 즐거움을 일 년도 누리지 못한 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요요님과 아직까지 함께 하고 있다.

나처럼 먹는 걸 좋아하는데 어쩌다가 다이어트에 한 번 성공해 본 사람은 큰 착각에 빠져 산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살을 뺄 수 있다, 지금 결심을 안 해서 그렇지 딱 이제 살을 빼야지 하면 다시 날씬해질 수 있다는 자기 의지에 대한 착각의 늪에 살고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라는 게 절대 쉬운 게 아님을 잘 안다. 짧지만 반복적인 다이어트로 어설픈 운동에는 꿈쩍도 안 하는 나의 지방들과 이제 한 끼도 굶을 수 없는 위장을 느끼며 더 이상 꼼수 다이어트는 안된다는 것을 느낀다. 식이조절도 중요하겠지만 탄탄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운동이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고 일에 치여 자꾸만 늦어지는 퇴근시간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에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꼭 센터를 찾아가지 않아도 원하는 부위의 살을 뺄 수 있는 홈트레이닝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는 다이어트나 운동에 대해 찾아볼 때 누구나 한 번은 보고 따라 해 봤을 용자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나는 가끔 사무실에서 한 번씩 따라 하며 보던 만화였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온 걸 보니 왠지 운동을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마구 샘솟는 것 같았다.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하루 종일 책상에 코를 박고 일을 하는 내게 심장 박동수를 올리는 운동보다는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이 더 필요했는데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는 다이어트 운동과 함께 뭉친 근육을 풀고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따라 해볼 수 있는 운동법도 알려준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필요한 스트레칭은 따로 복사를 해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아프다고만 생각했지 간단하게라도 운동을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눈앞에서 화난 표정으로 운동하고 있는 용자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하고 있었다.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안에는 몸의 모든 부위를 다 이용할 수 있는 스트레칭 방법이 들어있다. 그리고 각각의 방법은 지루하지 않게 월별로 나눠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위의 운동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할 수도 있고 용자가 알려주는 월별 운동에 따라 한 달에 3~4개의 운동법을 따라 해도 좋다. 반복되는 운동이 지겹다면 그녀의 다양한 운동법을 참고해 나만의 한 시간짜리 운동법을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이어트와 운동법에 관한 책이지만 톡톡 튀는 에세이 또는 유쾌한 웹툰 한 권을 보는 것 같은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는 기존의 운동에 관한 책과는 달랐다. 끊임없이 불평하지만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용자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했지만 엉뚱하고 포기 따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위로가 되었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날씬한 거래처 여직원을 만난다거나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와 끊임없이 먹어대는 용자의 모습은 힘든 스트레칭을 따라 하며 짜증이 날 때마다 읽어보면 금세 다시 유쾌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특히 화난 듯한 표정으로 시크한 대사를 읊어대는 용자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큰 절망에 빠졌나 싶겠지만 운동 중이시다', '허벅지 밑을 긁적이나 싶겠지만 운동 중이시다' 등의 그녀의 멘트는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

 

 

먹고 있어도 배가 고프다는 용자처럼 나도 요즘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살이 찌고 있다. 뜨거운 바람을 가르며 공원을 뛸 자신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운동했다가는 다음 날 회사에서 병든 닭 마냥 꾸벅꾸벅 졸 것만 같아서 이제는 예전처럼 힘들게 재미없는 운동을 계속하기도 겁난다.

이런 나에게 최고의 책인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는 만화로 알려주는 특별한 다이어트 운동법으로 재미있게 한 동작 한 동작을 천천히 따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방송을 보며 따라 하더라도 강사의 속도에 맞출 수 없어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책을 보면서 운동을 하니 오로지 나의 몸 상태에만 신경 쓰면서 집중할 수 있어 한 동작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키득거리며 재미있게 책만 읽어서는 안된다. 매일 운동할 페이지를 펼치고 티브이를 보며 쉬엄쉬엄 동작을 따라 해 보길 권한다. 운동을 하기 싫다면 아무 생각 없이 책만 읽어도 좋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고 외치는 용자의 동작을 따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단 다이어트는 그렇게 시작하자. 단 한 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바로 다이어트의 시작이다. 아직 여름은 많이 남았다.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과 겨울에도 군살이 없는 몸이 옷태도 더 예쁘다는 사실, 잊기 마시길. 지금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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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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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프리카 라고 불리는 대구다. 대구에서 태어나 줄곧 대구에서 살고 있는 나는 왜 사람들이 대구를 그렇게도 덥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TV에서 아프리카 유학생조차 자신의 나라보다 대구가 더 덥다고 하는 걸 보면 이곳이 덥긴 더운가 보다. 어쨌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게 당연한 거고 아마 찬바람이 불어대는 겨울이 되면 지금 이 뜨거운 바람조차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여름의 한 중간에 서 있는 8월은 그 이름조차 이글거리는 타오름 달이다.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달'이라는 뜻처럼 8월에는 여러 곳이 지글지글 타고 있다. 그래서 샘터 8월호의 표지가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의 선풍기지만 "옛날 선풍기 바람이 더 시원했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세월이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선풍기에서는 그 시절의 맑은 바람이 불 것만 같았다.

 

샘터 8월호에는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식혀 줄 재미있고 유익한 글과 정보가 가득하다. 변화를 거듭하는 멋진 배우 김규리 씨의 인터뷰를 비롯해 한국의 현악기장인 박경호 씨의 이야기, 절망을 딛고 일어선 오뚝이 그녀까지 곳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더워지면서 무기력함에 빠져 늘어져 있던 내게 정신을 퍼뜩 차리게 해 주는 시원한 얼음물과 같았다.

 

 

얼마 전 기사를 쓰기 위해 에이즈 환우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사무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에이즈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채 주변에서 들은 것들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샘터 8월호의 '브랜드 다이어리' 코너에서 에이즈를 대하는 세계의 세련된 시선들에 대해 읽었는데 이런 변화를 볼 때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던 8월호의 특집인 '나만의 광복절'을 비롯해 옛사람의 마음, 과학에게 묻다 등 샘터 8월호에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많다. 그중에서도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최재진 씨의 '가족과 함께하는 버킷리스트'를 보며 당장 큰 소원들로만 채워진 버킷리스트를 지워버리고 작지만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소박한 소원들로 다시 채워 넣었다.

 

샘터 8월호에서 가장 부러웠던 기사는 단연 어느 신혼부부의 세계여행기였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세계여행에 도전한 부부의 용기가 부러웠다. 앞으로 샘터에서 들려줄 그들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세계여행기가 기다려진다.

샘터는 얇고 짧은 글로만 이뤄진 잡지지만 그래도 활자에 피곤을 느낀 분들을 위한 쉬어가는 코너인 '맨발의 일기'의 이번 이야기는 간단한 그림과는 전혀 반대되는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너무 많은 실패를 해서 주워 담을 수 없는 그것들을 과정이라 부르고, 더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을 믿으며 실패를 거름으로 뿌려줘야 한다는 만화를 보며 실패했다는 푸념만 했지, 그 실패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이 있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생일선물을 물어올 때 나는 늘 샘터 1년 정기구독을 추천한다. 25,000월이라는 가격으로 일 년 내내 따뜻함과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샘터야말로 그 어떤 비싼 선물보다 값진 생일선물이 되지 않을까? 초복, 중복이 지났으니 이제 곧 여름이 끝날 것만 기분이 든다. 매년 작년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아마 지금처럼 더운 날에 짜증 내는 것보다 곧 다가올 신선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타오르는 달이라고 불릴 만큼 더운 8월에는 시원한 선풍기 바람과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샘터 8월호와 함께 보내길 권한다. 더위는 그렇게 잊어가며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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