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7.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프리카 라고 불리는 대구다. 대구에서 태어나 줄곧 대구에서 살고 있는 나는 왜 사람들이 대구를 그렇게도 덥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TV에서 아프리카 유학생조차 자신의 나라보다 대구가 더 덥다고 하는 걸 보면 이곳이 덥긴 더운가 보다. 어쨌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게 당연한 거고 아마 찬바람이 불어대는 겨울이 되면 지금 이 뜨거운 바람조차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여름의 한 중간에 서 있는 8월은 그 이름조차 이글거리는 타오름 달이다.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달'이라는 뜻처럼 8월에는 여러 곳이 지글지글 타고 있다. 그래서 샘터 8월호의 표지가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의 선풍기지만 "옛날 선풍기 바람이 더 시원했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세월이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선풍기에서는 그 시절의 맑은 바람이 불 것만 같았다.

 

샘터 8월호에는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식혀 줄 재미있고 유익한 글과 정보가 가득하다. 변화를 거듭하는 멋진 배우 김규리 씨의 인터뷰를 비롯해 한국의 현악기장인 박경호 씨의 이야기, 절망을 딛고 일어선 오뚝이 그녀까지 곳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더워지면서 무기력함에 빠져 늘어져 있던 내게 정신을 퍼뜩 차리게 해 주는 시원한 얼음물과 같았다.

 

 

얼마 전 기사를 쓰기 위해 에이즈 환우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사무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에이즈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채 주변에서 들은 것들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샘터 8월호의 '브랜드 다이어리' 코너에서 에이즈를 대하는 세계의 세련된 시선들에 대해 읽었는데 이런 변화를 볼 때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던 8월호의 특집인 '나만의 광복절'을 비롯해 옛사람의 마음, 과학에게 묻다 등 샘터 8월호에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많다. 그중에서도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최재진 씨의 '가족과 함께하는 버킷리스트'를 보며 당장 큰 소원들로만 채워진 버킷리스트를 지워버리고 작지만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소박한 소원들로 다시 채워 넣었다.

 

샘터 8월호에서 가장 부러웠던 기사는 단연 어느 신혼부부의 세계여행기였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세계여행에 도전한 부부의 용기가 부러웠다. 앞으로 샘터에서 들려줄 그들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세계여행기가 기다려진다.

샘터는 얇고 짧은 글로만 이뤄진 잡지지만 그래도 활자에 피곤을 느낀 분들을 위한 쉬어가는 코너인 '맨발의 일기'의 이번 이야기는 간단한 그림과는 전혀 반대되는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너무 많은 실패를 해서 주워 담을 수 없는 그것들을 과정이라 부르고, 더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을 믿으며 실패를 거름으로 뿌려줘야 한다는 만화를 보며 실패했다는 푸념만 했지, 그 실패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이 있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생일선물을 물어올 때 나는 늘 샘터 1년 정기구독을 추천한다. 25,000월이라는 가격으로 일 년 내내 따뜻함과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샘터야말로 그 어떤 비싼 선물보다 값진 생일선물이 되지 않을까? 초복, 중복이 지났으니 이제 곧 여름이 끝날 것만 기분이 든다. 매년 작년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아마 지금처럼 더운 날에 짜증 내는 것보다 곧 다가올 신선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타오르는 달이라고 불릴 만큼 더운 8월에는 시원한 선풍기 바람과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샘터 8월호와 함께 보내길 권한다. 더위는 그렇게 잊어가며 보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