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홈트 - 카톡으로 시작하는 보통사람들의 습관 트레이닝
이범용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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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늘 실패한다. 올해는 기필코 달성해 보겠다며 어마 무시한 계획들을 세운다. 하지만 곧 '그래, 너무 큰 목표는 힘드니까'라며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을 법한 계획들로 다시 계획표를 작성한다. 그리고 결국 한 해의 반 이상이 지나가버리는 7~8월이 되면 생각한다. 어차피 올해는 글렀으니 내년에 제대로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실패와 반복을 되풀이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됐길래 우리는 어차피 계획이란 실천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된 걸까. 내년을 기다리지 말자. 이제 곧 휴가 시즌이 끝나니 지금이야말로 새롭게 리셋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왜 나는 실천하지 못할까?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목표와 실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계획이 잘 세워져도 실천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실천을 하고 싶어도 계획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스케일이 크다면 그것도 역시 힘들다. 자, 그렇다면 계획을 세우고 실천으로 연결되기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까? 바로 내가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원대한 목표와 결코 며칠이나 몇 달 정도로 달성할 수 없는 장기적인 계획만 세워왔다. 하루 이틀은 열정이 넘치기 때문에 물론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 계획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해낼 수 있는 것들이었을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자기 계발서를 좋아한다. 일상에 물들어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어제 같을 때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도와준다. 책에도 호불호가 있고 자기 계발서는 그런 호불호가 굉장히 강한 분야이다. 멀리 볼 것 없이 내 주변에도 자기 계발서는 책이 아니라고, 읽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혹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묻고 싶었다. 너는 저자가 매일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고, 많은 사람과 좋은 자기계발 방법들을 공유하기 위해 책을 출판할 동안 뭘 했냐고. 출근길이 지옥 같고 업무시간이 미칠 것 같으면서도 변화해 보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노력을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하고, 성취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떠올려보자. 그것이 지금 나와 당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원인이다.

 

<습관 홈트>의 주제는 명확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자. 혼자 보다 주변 사람들과 카톡을 이용해 서로 격려하며 꾸준히 해 보자. 습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요점은 계속 지속해야지 온전한 나의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의 반복만으로 익숙해진 실천이 과연 습관이 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몸은 편한 것만 찾아간다. 힘겹게 노력해서 들인 습관도 며칠만 건너뛰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습관 홈트>는 말한다. 에게~이런 것도 목표 달성이라고 적을 수 있냐고 말할 정도로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야 한다.

 

<습관 홈트>는 왜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우리는 어째서 새해 결심을 늘 실패하는지에 대한 원인부터 알려준다. 새해 결심뿐만 아니라 모든 결심에도 적응할 수 있을 법한 실패하는 이유 세 가지 중 '둘째 자신의 능력(열정, 동기)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 내가 실패하는 이유였다. 저자가 요구하는 작은 습관의 실천 시간은 딱 10분이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 '10분?' 겨우 이 시간에 뭘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 10분이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님을, 나는 그 10분 조차 열심히 해보겠다고 꾸준히 노력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딱 '10분 '이지만 겨우 '10분'이 아니었다.

 

<습관 홈트>의 작은 습관 실천 프로젝트의 핵심은 3가지이다. 첫째 매일 하기에 부담 없는 사소한 습관 3개, 둘째 총 소요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도록, 셋째 잠들기 전까지 강제로 실천할 것. 저자는 현재 실행하고 있는 자신의 습관 목록을 예로 들었는데 글쓰기 2줄에 5분, 책 읽기 2쪽에 4분, 팔굽혀펴기 5회에 5초로 총 9분 5초를 매일 실천하고 있었다.

 

하나 실천하는데 고작 몇 분씩 소요되니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실행해도 될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습관의 개수가 아니라 '매일 100% 실천'이다. <습관 홈트>에는 저자 혼자만의 실천이 아니라 작은 습관을 함께 실천한 참가자들의 결과도 알려주는데 습관의 개수와 혼자냐, 같이 하는냐 등에 따라 실천율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습관 홈트>는 초반에 나에게 필요한 작은 습관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아직 작은 습관 실천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게 필요한 습관을 적어보고 책을 다 읽고 어떻게 습관의 변화를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선 후에 처음에 적었던 습관들을 다시 정리해 제대로 된 나만의 습관 목록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매일, 조금씩, 올바르게'라는 작은 습관 3개 실천 규칙을 바탕으로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하루 10분 습관에 대한 이야기와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작은 습관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습관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롤모델인 <습관의 재발견>의 저자 스티븐 기즈와의 교류 등을 보니 책을 읽고 고개만 끄덕인 채 덮어버리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특히 <습관 홈트>의 좋은 점은 어렵지 않아 누구와도 함께 실천할 수 있고 그런 실천이 또 다른 변화를 연속적으로 불러온다는데 있다. 저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작은 습관의 일상을 보여준다. 먼저 하자고 권유한 것이 아니다. 아빠가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스스로 따라 한 것이고 저자는 본격적으로 아이와 함께 작은 습관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에게 자신의 일상을 알차게 꾸려가는 습관을 알려주고 싶다면 먼저 부모부터 <습관 홈트>의 작은 습관들을 실천한 후에 아이와 함께 작은 습관으로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만들어가길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혼자 몰래 하는 습관 실천은 중도에 그만두어도 아무도 모릅니다. 포기에 따르는 죄책감도 미약합니다. 나태했던 과거의 나와 뜨거운 포옹을 한다 해도 어색할 게 없습니다. 그러고 나면 무기력을 한 번 더 학습하지요.

 

이제 함께 하는 시대다. 혼자라 실패했다면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습관을 실천해도 좋다. 쉽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카톡이 있지 않는가. 각자 작은 습관을 실행한 후에 결과를 올리고 하루가 끝나기 전에 참가자 모두 습관을 100% 실천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는, 함께 실천하기는 어떨까.

 

나는 지구력이 제로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시작은 잘 하지만 늘 작심삼일로만 끝나버린다. 꾸준함이 부족한 나에게 <습관 홈트>의 작은 습관은 최고의 변화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목표들을 적어봤다. 역시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목표들만 잔뜩이었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3개의 실천, 10분도 힘들다면 딱 하나의 작은 습관만 실천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100% 실천에 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쌓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변화된 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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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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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서 '아바나'를 찾아봤다. 쿠바의 수도. 쿠바는 체 게바라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정도로만 알고 있는 곳이다. 쿠바를 꼭 가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토록 먼 나라, 지구 상에 몇 남지 않았다는 사회주의 국가인 그곳을 왜 가고 싶어 하는지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애는 쿠바에 갔을까? 아바나의 뜨거운 한낮을 즐겼을까? <아바나의 시민들>을 읽고 있으니 문득 쿠바의 정열을 느끼고 싶다는 친구가 생각났다.

 

소설가가 쓴 여행 에세이이다. 소설 <죽은 올빼미 농장>을 통해 알게 된 백민석 작가가 다녀온 아바나 여행기인 <아바나의 시민들>은 처음 그의 책을 읽었을 때 느낌처럼 독특한 여행 에세이였다.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글은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온 풍경들에 '너도 곧 빠져들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처럼 다가오는 그의 이야기는 색달랐다. 3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여행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바나를 걷고 작가의 옆에 서서 그곳 사람들을 만나는 듯했다. 역시 소설가의 여행 에세이는 다르구나.

시간을 따라 흘러가지도, 특별한 관광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도 않는다. 아바나의 풍경과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에 대해 짧게  들려주는 에세이 형식이다. 우리는 사진에 담겨있는 작가의 시선을 느긋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서두르지 않는다. 카메라가 빗물에 흠뻑 젖어버리는 사건에도 그는 당황해 하지만 급하지 않았다. 마치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바다를 즐기고 지글거리는 태양조차 여유롭게 보이게 만드는 아바나의 시민 같았다.

 

 

<아바나의 시민들> 안에 담겨있는 사진들 중에는 유독 그들의 뒷모습, 등을 담은 사진들이 많았다. 그 사진을 담은 작가의 시선이 바로 낯선 곳에 서 있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닐까. 우리에겐 잠시 일탈의 장소가 되는 여행지이지만 그곳이 일상인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화려한 자연경관이나 유명한 명소의 사진들보다 깊은 감동을 주었다.

여행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굉장한 풍경이 그들에겐 늘 보는 평범한 장면일 뿐이다. 대단한 평범함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바나 시민들의 등과 다른 곳을 바라보는 옆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을 보니 나도 낯선 곳으로 여행 간다면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바쁘거나 여유로움이 담겨있는 등을 찍어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숲을 보라고 하지만, 숲을 보려면 일단 숲에서 나와야 한다. 아바나에서도 그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당신은 너무 세계 안쪽에서만 부대끼며 살았다. 그런 삶이 당신의 시야를 기계 눈의 디스플레이 틀 속에 한정 지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바나를 모른다. 검색으로 찾아본 쿠바의 수도라는 것 외에 그곳에 어떤 것이 유명하며 여행지로 매력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아마 특별히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나 아바나는 낯선 곳일 것이다. 하지만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그런 낯섦의 장막을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걷어준다.

<아바나의 시민들>을 읽으면 백민석 작가의 '당신은' 마법에 빠질 것이다. '당신은' 마법은 낯선 그곳을 이미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게도 하고 나도 모르게 언젠가는 꼭 아바나를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소설가가 다녀온 매력적인 아바나가 궁금하다면, 낯선 도시를 헤매고 다니는 이방인의 시선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면 <아바나의 시민들> 속에서 작가와 함께 걸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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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 오늘을 여행하는 부부, 지구 한 바퀴를 돌다
김미나.박문규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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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책을 읽는 내내 부럽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여행 에세이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세계 일주를,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니 이 이상 더 행복한 현실이 어디 있을까?

꽤 오래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방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에 묶었던 적이 있다. 태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문득 이 순간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함께 여행을 다니며 인생을 소중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 된 게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그때의 소망대로 해피엔딩이면 좋았을 건데 난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내가 바라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메밀꽃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바라본다. 언젠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속도로 걸어갈 수 있는 반쪽을 만날 수 있겠지.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제목 그대로 젊은 부부의 세계 일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사진을 찍은 이 책 안에는 그들이 어떻게 세계일주를 떠나게 되었는지, 어느 나라를 여행했고 그곳에서 어떤 인연을 만나 그 순간을 즐겼는지에 대해 담겨있다.

짧은 일정 동안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전투적으로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다. 그들은 돌아올 기약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한국에서의 삶을 잠시 정지시키고 여행을 떠났다. 세계일주는 혼자라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결혼한 부부가 모든 것을 배낭 하나에 넣고 떠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부가도 아니고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입사할 수 있는 회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반지 한 쌍 나눠끼고 결혼식을 올린 후 작은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쓰며 알뜰살뜰하게 살았다. 그리고 세계일주를 꿈꾸는 부부는 결혼한 뒤 2년 7개월 만에 드디어 사직서를 내고 커다란 배낭 두 개를 짊어진 채 세계로 나갔다. 그들이라고 여행을 가서, 돌아온 후를 걱정하지 않았겠는가. 확신이 없는 미래가 두려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는 아무나 낼 수 없는 것이다.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에서 그들이 다녀온 나라는 아시아와 유럽이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스페인까지 그들이 여행한 곳 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역도 있지만 아제르바이잔, 조지아와 몬테네크로등 쉽게 만나지 못했던 나라도 있었다.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에 앞서 세계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과 자금을 준비하는 방법, 집이나 보험, 휴대폰 등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과 꼼꼼한 세계일주 준비 리스트를 알려준다.

특히 그중에서 '여행의 원칙'에 관한 이야기는 세계일주 뿐만 아니라 짧은 여행에서도 충분히 실천해 볼만한 것들이었다.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기, 먹는 데엔 아끼지 않기, 가계부 꼼꼼히 적기, 로컬 시장엔 꼭 가보기, 매일매일 일기 쓰기 중에서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여행 일기 쓰기'이다. 처음엔 여행 중 쉴 때나 저녁에 하루 일과를 꼼꼼히 기록하지만 곧 피곤하다는 핑계로 일기를 쓰지 않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라도 기록을 남기면 그나마 여행의 여운과 기록이 남아 있어서 비교적 정확하게 쓸 수 있는데 그 역시도 바쁘다는 이유로 하루 이틀 미루고 만다. 결국엔 여행 사진을 보며 '여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지?' 기억을 더듬거리고만 있다.

 

 

우리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자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 여유가 생겼다. 조급해 하거나 초조해하지도 않았다. 나를 위해 언제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있으니까. 우리는 누구보다도 부자다. 그토록 그리던 꿈에서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자다.

여유로운 여행.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진짜 여행을 그들은 했고 그런 여유로움이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에는 가득한다. 그래서 굉장한 에피소드 없이 여행을 했던 장소와 소소한 사건 사고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상 이야기들은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책 속의 사진 역시 관광명소가 아닌 그곳의 평범한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스파르타 여행이었다면 절대 경험해 보지 못하고 셔터도 누르지 않을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로만 바글거리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일상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은 글과 참 많이 닮았다.

 

 

각 나라의 여행을 마친 후에는 그곳에서 쓴 경비 지출 내역을 꼼꼼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일정과 루트, 항공권, 숙박 등에 대한 정보는 한 나라만을 여행할 때도 참고할 수 있다.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에서 처음 알게 된 곳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아제르바이잔. 터키 옆에 있는 코카서스 3국 중의 하나라고 한다. 짧은 일정을 머문 곳이라 여행기 역시 짧게 소개되어 있지만 새로운 나라를 알게 되어 좋았다.

 

 

같은 곳을 다녀와도 쓰는 사람에 따라 여행 에세이의 느낌은 제각각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지고 당장 떠나야 할 것만 같은 호흡의 글이 있는가 하면 여행 갈 때 꼭 챙겨가고 싶은 책도 있다.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몸도 마음도 지친 퇴근길에 읽으면 좋은 책이었다. 편안한 그들의 이야기는 급하지 않고 착하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부부의 선한 얼굴처럼 책은 참 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은 참 좋구나. 여행은 참 좋다' 라고 말하는 메밀꽃 부부처럼 나도 언젠가 참 좋은 여행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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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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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언> 역시 만족할 것이다. 사건의 마무리가 아닌 제목처럼 또 하나의 예언으로 마무리하는 결말은 놀라웠다. 그리고 기대된다. 늘 그렇듯 김진명의 책은 헷갈리지만 그래서 더욱 소설을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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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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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실화이다, 그리고 허구다. <예언>을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나는 어디까지를 현실이었다고 믿어야 하며 어디까지를 소설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늘 그렇듯 김진명의 소설은 소름 끼친다. 역사와 소설의 경계선에 아슬하게 서있는 그의 이야기는 믿고 싶지만 믿기 싫은 것 투성이다.

<예언>은 1983년 9월 1일 새벽, 269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대한항공 007기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을 맞고 격추된 사건을 다룬다. 갖가지 의혹을 남겼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역사 속에 묻혀버린 이 사건을 김진명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역사 왜곡을 잡아내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의문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김진명의 소설은 통쾌하면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역사의 진실에 늘 슬펐다.

 

 

<예언>은 여동생을 미국에 입양 보낸 후 십사 년 만에 재회하는 지민의 행적을 따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남매는 부모를 잃었다. 여동생은 대학까지 보내준다는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 갔다. 한국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지민은 오직 하나, 여동생을 만날 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데 드디어 대학에 입학한 여동생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여동생이 타고 오는 비행기는 대한항공 KAL 007. 지민은 다시 동생을 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만날 거라는 기약 따위 없는 진짜 이별이었다. 사건을 계기로 지민의 인생은 급변한다. 동생이 타고 있던 바로 KAL 007을 격추 시킨 러시아 조종사를 죽이기 위한, 오직 그 목적만으로 그만의 힘겨운 여정이 시작된다.

269명 승객의 가족 중에 많은 사람들이 지민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죽이고 싶다, 내 사랑하는 가족을 죽인 그자를 죽여버리고 싶다.' 과연 정말로 소설 속의 지민처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었을까. 지민이 미국으로 가고 그곳에서 소련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 고르바초프를 만나는 긴 여정은 분명 허구일 것이다. 오직 진실, 잊혀진 사건과 망자들의 분통함을 풀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민의 모습은 남은 자들의 소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소련을 간 지민은 드디어 KAL 007을 격추시킨 조종사를 만난다. 과연 지민은 동생의 복수,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269명의 원한을 갚았을까? <예언>은 김진명의 다른 책과 달리 씁쓸함이 강한 책이었다. 진실을 알고 복수의 순간이 되면 통쾌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에 다다르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죽을 사람인가, 그들 역시 하나의 소모품이 아닐까.

지민이 허구의 인물이라면 <예언> 속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사람인 문 총재는 실존 인물이다. 미국 감옥에서 지민을 만나 그를 각성하게 만들어 소련으로 갈 수 있도록, 고르바초프 앞에서 사건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 인물인 문 총재는 이야기의 말미에 북한으로 가 김일성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중요한 예언을 한다. 소련의 붕괴 등 여러 예측을 맞춘 문 총재의 예언이 과연 정말로 이뤄질 것인지 궁금하다.

오랜만에 읽은 김진명의 소설은 역시 경계선상에 놓여있었다. 이건 진짠가? 저건 가짤까? 끊임없이 헷갈리게 만드는 <예언>은 덮은 후가 더 기대되는 책이었다. 설사 그 예언이 소설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한 구절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나는 진실이라 믿고 싶다. 아니, 정말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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