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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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하 진은 현재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국계 작가이다. 이민1세대 작가, 자신이 이민 1세대의 힘든 삶을 살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는 자서전적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민가족의 삶의 힘겨움이 생생하게 담겨있기에 많은 부분 미국에서의 작가의 삶이 겹쳐지는 듯 하다. 어찌할 수 없이 떠나야 했던 이민자들에게 미국땅은 기회의 땅이자 닿기 힘든 희망의 끈은 아니었을지....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던 이민자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민가족의 삶 너머 시인을 꿈꾸었던 작가로서의 치열한 고민과 자신의 진정한 삶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한 중국인 이민가족의 10년이 넘는 미국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자의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우 가족의 이민은 1989년 6월 4일 많은 중국인들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던 텐안먼 사건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미국에 유학오면서 자신이 공부할 분야까지 할당받았던 중국정부의 압박, 텐안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유학생들 일부와 함께 베이징 시위자들에게 가해질 폭력방지를 위해 제안했던 고위층 자녀납치제안에 관한 일 등으로 중국정부의 감시와 견제를 받기도 했기에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미국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물론 당국이 지정해준 학교에서 머물면 넉넉하진 않아도 안정된 급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는 불확실한 미래임에도 자유의 길을 선택하고 아들, 아내 핑핑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3년동안 떨어져 지내야했던 아들 타오타오를 공항에서 기다리는 이 부부의 초조함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아이와의 만남 이후에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내내 지배하고 있다. 특히 남편인 난은 여전히 첫사랑에 배신당한 아픔과 함께 아내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결혼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면서도 자신의 아들만은 미국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도록 해야한다는 확신과 다짐을 하는 난은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완전히 미국의 삶에 동화되지도 중국을 마음속에서 몰아내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난의 모습에 중국이민자 뿐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서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많은 이민자들의 삶이 투영되는 것 같다. 자신의 조국이었던 중국을 부정하는 마음과 함께 시인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시적재능에 끝없이 의문과 회의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성실한 가장이자 아버지인 난은 공장 경비원, 아파트 경비원, 시 전문지 편집인, 레스토랑 종업원,....또 요리를 배우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간다. 난과 핑핑의 주변에서 만나는 미국에서의 중국이민자들의 삶도 결코 녹록지 않다. 중국본토에서는 분명 유능했던 남자들이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 미국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채 좌절하고 심지어 아내에게 버림받고 망가지기도 하고....함께 작가를 꿈꾸었던 친구들이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며 변화되는 모습에 회의도 느끼며...때로는 동료이자 친구였던 작가의 성공에 질투하기도 하고 그 모습에 열등감도 느끼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의 난 하지만 그의 성실한 삶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보상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또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진짜 두려움을 직면하는 용기를 발휘한다.

 

2권 p.414 "그는 갑자기 자신이 처한 딜레마의 진짜 이유가 뭔지 깨달았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글에 대해 우유부단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을 망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자신을 위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쓸모없고 번거로운 부분을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되돌아 보지 않고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자기 마음속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영감을 찾도록 그를 몰아친 것은 이러한 두려움이었다....그는 그렇게 많은 세월을 낭비하며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들을 위한 희생, 집을 사면서 진 빚 청산,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부족한 영어 실력, 경제적인 안정의 필요성, 딸의 출생, 이상적인 여인의 부재 등 모두가 그가 만들어낸 핑계들이었다. ...."그의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한 후에야 자신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갈 수 있게 된 듯하다. 좀 더 높은 급료가 아닌 아들과의 시간을 택하면서 시작한 그의 시작노트에서는 평안함을 만날 수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그의 꿈이었던 시인도 결국 포기하지 않은 그의 열정이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대변해주는 건 아닐까...

2권 p.436 "그는 그러한 꿈이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추구할 수만 있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에머슨의 "벨에 수레를 매라"는 격언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임에 틀림없었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길을 가야 했다."

 

 

 

 

마지막에 담긴 난 우의 시작노트에 담긴 시들이 그가 찾은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늦었지만 자유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한 난을 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신의 꿈을 향한 길에 스스로 장애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들의 비겁함을 반성하게 된다. 진정한 자유는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아닌 나 스스로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해 준 책이다. 자유로운 삶 1, 2권 1000여페이지의 분량이지만 난과 핑핑 가족의 십여년의 미국에서의 삶의 이야기와 난이 던지는 끝없는 질문과 갈등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1권 p.214 "자유란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모르면 의미가 없는 거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억압을 받고 갇혀 있어서 사고방식을 바꾸고 진짜 자유를 얻는 것이 힘들어요. 우리는 회피와 부정으로 얼룩진 삶에 길들여져 있잖아요. 개인적인 취향과 자연스러운 욕구들이 대부분, 신중함과 두려움에 억제당해왔지요. 외적인 압박보다는 우리 스스로 갇혀 있는 폭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더 어렵죠. 간단히 말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어린 아이를 잃어버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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