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 - 유하 산문집, 개정증보판
유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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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화 [하울링]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 늑대개를 떠올렸을때는 웬지 느닷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스릴러와 감동이 있는 탄탄한 스토리에 반했습니다. 시인의 감성이 이야기에 실려서일까요? 원작은 물론 일본작품이지만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건 또다른 창작이니.....그의 영화를 보고 나니 그의 숨은 생각과 감성이 담겨있는 진솔한 글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만난 그의 산문집, 다소 아이러니한 제목의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

 

지금의 그, 더불어 미래의 그를 있게할, 영혼의 뼈와 살이 된 음악과 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그와 비슷한 유년의 기억을 가진, 그래서 70년대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와 비슷한
시선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먼저 정겨움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풍경들...만화가게, 일곱살 때 처음 만난 텔레비전의 경이로움, 동시상영관의 추억, 이소룡 영화와 추종자들, 수시로 필름 끊기던 어두운 삼류극장에서의 추억, 대학시절의 첫사랑......유하라는 시인의 프리즘을 통해 만나는 추억이야기를 시작으로 <갈매기 조나단>DVD를 인연으로 만난 시인 허수경,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의심하던 그에게 시어에 불을 붙여주고 함께 시를 나누며 행복했던, 지금은 곁에 없어도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는.....시인 진이정, 시인 유하의 삶과 사람들을 만났고 낡은 라디오와 함께 시작된 그가 사랑한 음악, 재즈의 선율과 함께 기억되는 많은 음악인들을 만났습니다.
그의 시집과 같은 제목의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시작되는 그의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말죽거리 잔혹사><비열한 거리>와 시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에서 어쩌면
약간의 괴리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그의 영화를 또 시를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던 책이 아닐까.....

 

 "내게 있어 시는 호흡하는 것 그 자체이다. 나는 시를 쓸 때 비로소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내가 숨쉬고 있으므로 시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시가 나를 단련시켜준다. 내가 보았던 기막힌 이미지들을 누군가에게 들려주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 시든 영화든 창작의 압박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창작과정의 지난함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사유의 시어가 가득한 그의 산문집에서 운명같도 같은, 시와 영화를 향한 열망을 느꼈고 추억이라는 이름의 에너지가 한 편의 시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설레임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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