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마이크 A. 랭캐스터 지음, 정윤희 옮김 / 효리원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책과 독서에 대한 독특한 사전적 풀이가 담긴 '경고문'으로 시작된 책, 카일 스트레이커가 남긴 녹음테이프가 미래의 어느날 우연히 발견됩니다. 지금은 우리 아이들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녹음테이프를 통해 우리는 미스테리같은 0.4버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듣습니다.

 

평범하던 일상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그날, 카일은 마을의 장기자랑같은 탤런트쇼에서 릴리, 피터슨아저씨, 오도넬 아주머니와 함께 친구대니의 최면술에 참석합니다. 그런데 최면에서 깨어난 이후 네 명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릴리의 말대로 '공상과학에나 나올만한' 정지 사건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듯 하지만 네 명을 제외한 모두에게 그들은 잊혀진 존재들입니다. 인간까지도 업그레이드된 1.0버전에서 그들은 오래된 시스템에 걸러진 0.4버전의 사람들이 되고 만 겁니다. 너무나 급하게 해일처럼 밀려오는 변화에 친숙한 것들에 이별을 고할 시간도 없이 헤어지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 삐삐, 단어를 찾기위해 넘겨보던 두꺼운 사전, 친구에게 밤새 쓰던 편지, 지금 이렇게 펼쳐보고 넘겨보는 이 종이책도 사라지게 될지도...그런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걸러질 수 있다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라면 어떤 버젼을 선택할까?
외롭지만 그리움을 간직한 0.4버전의 삶일지.... 다수와 함께하지만 아무 느낌도 없는 1.0버전의 삶일지....숨가쁜 IT기술을 무작정 따라가는게 왠지 꺼려지는, 천천히 변화하던 아날로그가 그리운 저는 아마 0.4의 인간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바로 곁에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는데도 얼굴 마주보며 다정하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손안의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같은 최신 디지털 기기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지는 요즘이기에 많은 생각을 품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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